유난히 스타들의 결혼식이 많은 2006년. 노총각 연예인 중 한 명이던 강호동도 그 대열에 합류한다. 우여곡절 많던 서른일곱 살 노총각의 뜻밖의 수줍은 로맨스.
“잘생겼다고, 하나도 안 뚱뚱하다고 하는, 그녀의 ‘평생 샅바’가 되겠습니다”
“제가 씨름 선수를 하면서 천하장사 다섯 번, 백두장사를 일곱 번 했습니다. 수많은 결승전을 치렀죠. 그때는 상대 선수와의 ‘기싸움’에서 긴장을 하면서도, 이길 수 있는 용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천하장사 결승전보다도 더 긴장이 되네요.”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거침없는 진행 스타일로 각종 오락 프로그램을 평정한 MC 강호동(37세). 그가 “노총각 강호동이 장가를 간다”며 공개 선언을 했다. 평소 인터뷰 안 하기로 유명한 그는 방송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기자회견장에 몰려든 수십 명의 취재진 앞에서 쑥스러워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는가 하면, 10번도 넘게 꾸벅꾸벅 인사를 하는 통에 회견장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그를 이토록 행복하게 하는 사람은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공예를 전공하는 9살 연하 이효진(28세)씨다.
아찔한 첫 키스의 추억
“2년 전 유재석씨와 함께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 만났어요. 커피숍에 들어서서 그녀를 보는 순간 ‘나랑 소개팅할 여자가 저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유재석씨가 여자 분이 손해 보는 것은 있지만 두 사람이 계속해서 만나는 게 좋겠다고 바람을 잡아줬어요.”
그러나 취중 실수로, 하마터면 첫눈에 반한 인연인 이효진씨를 놓칠 뻔도 했다. 며칠 후 첫 데이트에서 함께 술을 마시게 된 두 사람. 그림 그리는 모습, 먹는 모습, 걸음걸이까지, 그녀의 모든 것이 예뻐 보인 강호동은 무심결에 “두 번째 만남이지만 아무래도 그대가 내 아이의 엄마가 될 것 같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키스를 시도했는데 순간 뺨 맞기 일보직전까지 가는 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는 이별 통보를 받고 낙담한 강호동. 그런 그를 도운 것은 평소 절친한 동생인 유재석이었다. “초지일관, 같은 마음으로 매일 문자 메시지를 보내라”는 그의 조언을 따른 결과, 결국 그녀의 마음을 다시 얻게 된 것. 두 사람은 처음 만난 지 6개월 만에야 비로소 첫 키스를 했다.
“잘생겼다고…, 하나도 안 뚱뚱하다고 하더라고요.”
아침에 삼겹살을 구워 먹을 정도로 식성이 좋아, 방송에서 자주 놀림을 당하던 강호동이지만, 이효진씨를 비롯한 처가에서는 ‘듬직함’으로 사랑받는 남편감이자 사위감. 예비 신부가 본 그의 가장 큰 매력은 초지일관, 끈기 있고 성실한 그의 생활태도다.
‘사회’ 유재석, ‘웨딩 플랜’ 박수홍 등 동료 연예인들의 든든한 지원 속에 오는 11월 12일 결혼식을 올리는 강호동. 결혼식 주례는 바로 이경규다. “너하고 나하고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데 내가 왜 주례를 서느냐”며 한사코 거절을 하는 이경규에게 강호동이 막무가내로 주례를 서달라고 부탁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를 처음 연예계로 이끌어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해준 사람이 바로 이경규이기 때문. “씨름 선수에서 코미디언으로 거듭나게 해준 것처럼, 결혼할 때도 인생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강호동의 진심 어린 말에 이경규도 결국 승낙을 했고 처음으로 ‘주례’라는 것을 하게 됐다.
학창시절부터 씨름 선수로 활약하던 강호동은 천하장사가 된 이후, 우연히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에 출연했다가 이경규의 눈에 띄었다. 코미디언으로서의 그의 재능과 가능성을 알아본 이경규의 설득으로 지난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웃찾사> ‘행님아’에서 김신영이 맡은 역할의 원조 캐릭터이기도 하다.
“저를 둘러싼 모 선배님과의 염문설, 모 여배우와의 과격한 염문설, 모 여배우와의 중국집 사건은 모두 사실이 아니에요. 이 루머가 사실이라면 오늘부터 밥 한 끼도 먹지 않겠습니다.”
‘천하장사’라는 타이틀과 오랜 독신 생활…. 이 때문일까. 종종 여자 연예인들과의 악성 루머에 시달리던 강호동은 얼마 전 자신이 진행하는 SBS <야심만만>에서 ‘호동 루머 3종 세트’를 이야기하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평소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열애 소식이나 감추고 싶은 비밀을 집요하게 캐내면서도 정작 자신의 피앙세는 꼭꼭 숨겨놓은 강호동. 참해 보이는 이효진씨와 같이 예쁜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진작 알렸다면 이런 루머들을 좀더 일찍 잠재우지 않았을까.
여자친구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남자
강호동의 깜짝 결혼 발표에 동료 연예인들은 부러움과 함께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의외인 것은 같은 노총각 대열에 있던 남자 연예인들보다 여자 후배들이 더 배신감을 느낀 상황. 안선영, 채연 등은 강호동의 결혼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지난 2년 동안 까맣게 몰랐다”면서 심지어 “어디 좋은 여자 없느냐”며 시치미를 떼온 그에게 단단히 화가 난 상태. 이번 결혼식의 주례를 맡은 이경규 역시 “처음 호동이의 결혼 소식을 듣고는 몰래 카메라인 줄 알았다”고 했을 정도다.
<강호동의 천생연분>으로 시작해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등 신인들의 등용문이기도 한, 일명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의 진행을 많이 맡아온 강호동. 스스로 ‘폭탄’임을 자처하며 선남선녀 커플들 속에서 감초 역할을 한 ‘노총각 캐릭터’가 너무 강했나 보다. 하지만 강호동은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사랑하는 그녀’ 앞에서는 한없이 순수하고 약한 남자이기도 하다.
“방송에선 강해 보이죠? 근데 이 사람 원래 극도로 소심해요.”
결혼 소식이 알려진 후 강호동은 동료 연예인들로부터 그야말로 수난을 당했다. 복수라도 하듯 지난 2년 동안의 연애 스토리를 추궁하는가 하면 쑥스러워하는 예비 신랑을 있는 대로 놀린 것. 그중에서도 개그맨 이혁재가 방송을 통해 폭로한 내용은 이렇다.
방송 대기실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슬그머니 나가는 강호동을 목격한 이혁재. 나중에 보니 평소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다르게 강호동이 휴대폰을 붙들고 쩔쩔매는 모습이었다.
“아니야~ 오빠 좋아하지 않아. 아니야~ 오해다, 오해~.”
알고 보니 여자친구. 강호동이 함께 출연한 여자 연예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본 예비 신부가 전화를 한 것이다. 토라진 여자친구의 전화에 “어쩔 줄 몰라 하더라”는 이혁재의 놀림에, 강호동은 제대로 된 대꾸 한마디 하지 못하고 쑥스러워했다.
“지난해 12월 31일 SBS연기대상 시상식을 마치고 1월 1일로 넘어가던 때였어요. 이경규 선배와 김제동, 저 이렇게 세 사람이 함께 새해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새벽 두세 시쯤인가, 김제동씨가 술에 취해서 갑자기 저한테 뽀뽀를 하는 거예요. 올해 액땜을 제대로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그 기습 뽀뽀가 올해 좋은 일로 연결된 것 같아요.”
그의 말대로 액땜을 제대로 한 덕분인지 올해는 강호동에게 생애 최고의 해인 듯하다. <야심만만>, <실제상황 토요일-X맨>, <일요일이 좋다>에 이어 지난 7월부터 <황금어장>의 MC를 맡으며 무려 4개의 오락 프로그램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 내년부터는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올해 그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이슈는 이효진씨를 아내로 맞는다는 사실.
그는 얼마 전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 프로포즈를 했다. 입을 떼었다, 말았다를 반복하다 결국 “평생 놓치지 않을 샅바가 되어줄게”라고 어렵사리 말한 강호동. 사랑에 빠진 ‘천하장사’의 마지막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매일 아침 삼겹살을 혼자 먹진 않겠구나 하고 생각하면 행복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수많은 노총각 여러분, 희망을 가지십시오. 뚱뚱한 강호동도 장가갑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