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상황설명부터 하자면..
친정엄마가 편찮으셔서, 개념상실한(아니 애초부터 개념이라곤 없었던) 올케와 오빠를 대신하여
신랑끌고 친정 바로 곁으로 이사와 살고 있습니다.
손주재롱 보면 아픈 걸 잊는다고, 하도 이사오라고 하셔서
곁으로 이사왔지만 덕분에 신랑이 아주 힘듭니다. 출퇴근 왕복 3시간 거리가 되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도 고마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친정엄마는
"쟤네들이 아픈 내 덕 볼려고, 내 피빨아먹을려고 이사왔다"라고 동네방네..소문을...
그 외에도 친정엄마는, 아파서 그렇겠지만, 참을성도 전혀 없어지고 섭섭한 것만 늘어서
사위에게 좀 심하게 대하십니다...뭐 심하게라고 해봤자, 울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이
저에게 한 말과 행동들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죠. 저는 정말 대놓고 욕먹고 발길질에..ㅎㅎㅎ
그러나 신랑입장에서는, 사위가 이렇게 출퇴근하느라 고생하면서(애기랑 놀아주지도 못하고)
늘 피곤에 쩔고 저녁은 늦게 먹을수밖에 없고 그러는데도 별로 고마와하는것도 없고
잘해주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자기 마누라(그러니까 저죠)가 맘편하고 행복하게 지내는것도
아니고 맨날 개념없는 올케와 오빠때문에 열받고 친정엄마 화풀이 샌드백하느라 힘들고
친정아빠 언제나처럼 정없고 말안통하는 양반과 말씨름하느라 스트레스 만땅인 마누라 보니
화딱지가 나나 봅니다.
사실 신랑이 막내기질이 투철해서, 뭘하든 잘했다고 꼭꼭 칭찬을 해줘야하고
그러지 않으면 삐지기 일쑤거든요..삐지면 비위엄청 맞춰줘야 풀리고....
그래서 친정부모님께 좀 무례하게 대하기 시작하더군요.
맨날맨날 오시기는 하지만..어쨌든 어른인데..방에서 컴퓨터로 TV보느라고
인사도 안할때가 많습니다..그럼 엄마 화내고..난 신랑 변호하고.
신랑이 또 마음을 다잡고 친정부모님께 곰살맞게 다가서면 친정부모님은
비꼬고..자네가 웬일인가?식으로다가..섭섭한거 다 티내고..
그럼 난 신랑한테 친정부모님 변호하고..
중간역할이라는게 참 힘드네요. 여기 이사왔다는 죄로 신랑한테는 한없이 계속 미안해해야 하고
(매일매일 하루 3시간씩 무슨생각하면서 출퇴근할까 생각하면 정말 미안합니다..)
친정부모님도 계속 달래야하고.. 중간에서 양쪽에 욕얻어먹으면서도 꾹꾹 참고 달래고...
자기아들 처가살이로 고생시킨다며 시댁어른들께서는 또 어찌나 갈구는지..ㅜ
이제 친정곁으로 이사온지 1년 다되가는데...
제가 둘째를 가진지 5개월이 되었습니다. 이제 16개월인 첫째 쫓아다니랴 유난히 심한
둘째 입덧하랴 조금 힘들게 지내고 있습니다..
몇주전부터 삼계탕이 계속 먹고 싶었는데.. 오늘 사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퇴근하고 사오느라 힘들었나 봅니다..퇴근도 좀 늦었고...
근데 신랑이 퇴근하기 전에 늘 그렇듯 친정부모님이 저녁드시고 건너오셔서
손주데리고 산보를 가시겠다고 하시더군요...
두분 다 애기 이쁜 마음에 대책없이 매일 데리고 나가시는데..어쨌든 저도 따라나가야 합니다.
신랑한테 전화를 하니.. 삼계탕 사서 집에갈려면 1시간은 더 걸리겠다고..그래서
저도 애기 데리고 잠깐 나가있겠다고..오면 전화하라고..하고 나갔습니다.
1시간 쪼금 안되서 와보니 남편이 벌써 와있더군요.
화가 나있었어요. 짜증이빠이. 혼자 제가 끓여놓은 김치찌개에 밥비벼서 씩씩대며 먹고 있더군요.
그떄 시간이 9시 반.. 저녁먹기엔 엄청 늦은시간..
화내는 이유는 뻔했어요.
너 위해 힘들게 삼계탕 사왔는데 넌 집에도 없고 밥도 안차려놓고 이게 뭐냐 이거죠...
얼른 친정엄마가 만들어준 게장을 꺼내서 주면서 같이 먹으라 했더니
"이거 장모님이 한거잖아? 안. 먹. 어....."
이제 장모님이 너무나 싫다..그 사람이 만든것도 먹기싫다...그런 뉘앙스로....
그리고나서는 탁탁거리며 설겆이를 하더군요. 제가 임신했다고 설겆이 잘 해줘요..
근데 화를 내면서 그릇깨지듯 설겆이를 하는데..너무 너무 불안하고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애기 껴안고 눈치만 보면서..피곤할텐데 설겆이 하지 말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더니
"됐어!!"하고 사납게 소리지르더군요. 그리고 삼계탕을 데워주면서 먹어라더니
문 꽝!! 닫고 방으로 들어가버렸어요...
지금까지 신랑이 부리는 짜증..잘도 참아왔는데 너무너무 눈물이 났어요....
저도 입덧하느라 애기 챙기느라 점심도 못먹었지만 신랑이 사온 삼계탕 꼴도 보기 싫었어요.
그렇게 짜증낼바에야, 분위기 이렇게 냉랭하게 만들고,
이렇게 날 미안하게 죄스럽게 만들면서 뭐하러 사온건지..누굴위해 사온건지..
고마운 마음이 싹 사라지더군요..훌쩍훌쩍, 울었어요. 애기는 엄마가 우니까 눈치보고...
남편이 방밖으로 나오는 소리가 들리자 저도 모르게 애기로 얼굴을 가리게 되더군요.
제가 울면 더 짜증낼까봐...그리고 그게 더 비참해서 한참을 울었네요...
예전에는 안이랬어요. 신랑도 저에게 참 잘해주고..사실 지금도 자기 기분좋으면 잘해주죠..
저 할말 다하고 살고, 신랑이 성질부리면 같이 부려줬어요.
근데..친정곁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남편은 갈수록 당당해지고 저는 갈수록
참아야만 하나봅니다. 저녁밥이 조금 늦었다는 이유로도 사흘씩이나 삐지고...
내가 친정곁으로 이사오면서 신랑한테 말했던게 있어요.
지금 1년만 우리 친정위해서 고생해주면 내가 나중에 시부모님 정말 잘 모시겠다고..
똥수발도 잘 들고 잘 모실테니 제발..이사가자고...
1년 다 되가는 지금
남편은 허구헌날 짜증에, 짜증나면 내가 정말 잘못했다 미안하다 다시는 안그러겠다, 싹싹
빌기전에는 화를 안풀고.. 뻑하면 집에 와서 한마디도 안하고 애도 거들떠 안보고
친정부모님이 와도 인사도 안하고 TV만 보다가 자고....
친정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사위가 차갑게 대하니까 섭섭해가지고 저만 달달 볶고...
대놓고 올케와 오빠한테 잘해주면서 마치 저 보라는듯..너까짓꺼 없어도 된다 식으로...
너무너무 힘드네요.
예전의 저라면 엄청나게 화를 내고 퍼부어댔을텐데
남편에게는 처가살이 시킨다는 죄로
친정부모님께는 편찮으신 엄마를 위해야한다는 이유로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그저..애기 껴안고 눈물만 흘리네요.
예전에는 안이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