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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낳을 때까지 셋이고 넷이고 낳으라고???

불량토끼 |2003.06.27 13:44
조회 2,481 |추천 0

난 스물 네 살의 아가씨다.

그 흔한 남자 친구조차 없는 초라한 솔로다.

 

뭐 그렇다고 해서 같이 놀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그저 이것저것 챙겨 줄 사람이 없을 뿐.

 

아무튼 결혼은 생각도 않하고 있는 이 불량토끼가 이곳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바로 울 큰언니의 시어머니 때문이다.

 

 


우리 집은 딸만 다섯인 딸부자집이다.

 

난 그 중에 셋째이고 큰언니부터 막내까지 모두 두 살씩 터울이 난다.  큰언니 스물 여덟 살, 작은언니

 

스물 여섯 살, 나 스물 네 살, 넷째 스물 두 살, 막냉이 스무살.  내가 대학에 다니느라 외가쪽인 안성으로

 

내려 와 있으면서 형제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면 다들 놀란다.  무슨 딸만 다섯이나

 

되냐고.  참으로 안됐다는 식의 말을 많이 들었다.  그때마다 느낀 것은 왜 딸만 있으면 안됐고, 불쌍한

 

걸까??  였다.

 

 

 


내 고향은 경기도 화성으로 남양 홍씨들이 많이 모여 산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도 그러했다. 

 

옆집은 아저씨, 아랫집은 조카, 저 건너편 집은 8촌, 어떤 집은 5촌...  그 동네에서 홍씨가 아닌 사람을

 

찾기란 모래밭에서 바늘 줍기였다.  아무튼 우리 아버지와 같은 나이에 아버지보다 촌수가 높아

 

아저씨뻘인 사람이 있었다.  그 아저씨하고 우리 아버지하고 같은 해에 결혼을 하셨단다.  그 아저씨네가

 

조금 일찍 했다고 듣긴 했지만...  아무튼 그 아저씨가 딸을 낳으면 우리 엄마도 딸을 낳으셨고, 그

 

아저씨네가 또 딸을 낳으면 우리도 딸을 낳고....  결국 그 집은 딸만 여섯이다.....  만약 그 아저씨네가

 

막내에 아들을 낳으셨다면 아마 우리 집도 막내 밑으로 한 명을 더 낳으셨을거란다...  그런데 그 아저씨

 

가 딸을 낳으시는 바람에 그만 낳으셨다고 하시는데..... 

 

 


우리 아버지란 사람...  참 지독한 사람이었다. 

 

 

장남으로 태어나 자기 몸 위할 줄만 알았지 가족들 챙길 줄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딸만

 

낳으시자 엄마만 구박하시고, 일이라곤 하나도 하지 않으셨다.  일 않하고 놀기만 하는 아버지란 사람

 

때문에 우리 자매들...  어릴 때부터 논으로 밭으로 많이 불려다녔다.  고추따기는 기본이고 참외를

 

심어도 엄마와 우리들이 따서 팔고, 오죽하면 중학교 3학년, 1학년이던 언니들이 엄마와 같이 논과 밭에

 

농약을 주러 다녔겠는가....


 

 

 

 

그토록 엄마와 우리들을 괴롭히던 아버지는 항상 아들타령을 하셨고, 당신 동생이 낳은 아들을 그리도

 

이뻐하셨다.  물론 우리들은 그 사촌동생이 미워 죽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는 의처증으로 엄마를 못살게 굴다가 결국 자살을 하셨고, 그 덕에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해서

 

장학금 받으며 학교를 다니던 우리 큰언니는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다.


 

 

 

더 이상 농사 지을 수는 없고 엄마는 식당으로 일을 하러 다니셨고, 큰언니는 인천의 이모댁에서

 

집안일을 봐주며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땄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천안에 서 식당을 하시는

 

둘째 이모를 도우며 돈을 조금씩 모았고, 방송통신대학교에 들어갔다.  내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던 해에

 

엄마는 빚을 내어 식당을 시작하셨고, 그 이듬해에 천안에 있던 큰언니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엄마를 도와 같이 식당일을 했다. 

 

 

 

 

 

 

엄마가 보시기에는 참으로 미안하고 불쌍했을거라 생각한다.  수석으로 입학한 고등학교를, 1학기밖에

 

다니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둬야 했던 우리 큰언니.  머리도 좋으면서 제대로 된 공부도 하지 못하고

 

젊디 젊은 나이에 식당일에 매여 있어야 했던 우리 큰언니.  엄마가 생각하신 제일 좋은 방법은 큰언니를

 

빨리 결혼시키는 것이었다.

 

 

 

 

내가 안성에 있는 국립대학교에 입학을 해서 안성의 막내이모 댁에서 생활을 하던 첫해.  4월에

 

큰언니가 선을 봤다는 말을 들었다.  상대는 같은 성당에 다니는 동네 아저씨의 막내 아들로 큰언니보다

 

4살이 많은 학사 장교였다.  엄마 일 열심히 돕고, 성당 잘 다니고, 참하다고 소문난 우리 큰언니에게

 

절대로 농사일을 시키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하셨던 사돈 어르신.  선을 보고 같은 해 9월, 우리 큰언니는

 

시집을 갔다.  스물 네 살의 어린 나이로...  연애다운 연애 한번 못 해보고....  그렇게 우리 언니는 시집을

 

갔다.


 

 

결혼 첫해.  형부의 근무지였던 영덕에서 우리 큰언니가 살았다.  우리 집하고 거리가 너무 멀었다.  우리

 

집에 자주 들르지는 못했지만 시댁에도 못갔다.  우리 집하고 큰언니네 시댁하고 걸어서 20분도 채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였다.  그 이듬해.  형부의 근무지가 옮겨졌다.  이번엔 장성이랜다.  영덕보다는

 

가깝지만 그래도 역시나 먼 거리였다.  내가 안성에 있는 관계로 수업이 없는 연휴에 장성으로 한번 갔던

 

적이 있었다.  평택에 가서 기차를 타고 장성까지 갔는데....  4시간 걸렸다.  좌석표가 없어서 서서

 

가느라 다리 부러지는 줄 알았다.  암튼 장성도 멀었기에 시댁하고는 별 왕래 없이(물론 우리 집과도

 

왕래 못하고), 명절 때만 가끔 들르는 정도였다.  그리고 정확히 결혼1주년 기념일에 큰언니가 임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 집에선 난리가 났었다.  우리집 형제 중에서 제일 처음으로 결혼한

 

사람이 큰언니였고, 제일 처음으로 태어나는 아기였다.  뭐 우리 언니가 임신한 다음에 우리 작은 엄마도

 

아이를 갖긴 했지만서두... ^^;;

 

 

하지만 형부네 집...

 

별 상관없는 듯 했다.

 

2남 4녀 중에 막내였던 우리 형부.  위로 누나들 다 시집가서 애 낳고 잘 살고 있었고, 형부네 형 또한

 

결혼해서 아이가 있었다.  난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울 큰언니네 동서...  딸만 둘을 낳았더랜다. 

 

그랬더니 울 언니네 시모 울 언니 붙들고 넌 아들 낳아야 한다...  아들 낳아야 한다...  너네 집 같이 딸만

 

낳으면 안된다....  하셨단다.

 

 

대체...  뱃속의 아기 성별 정하는게 누구 잘못이길래 울 언니를 붙들고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언니네 시모도 아들을 늦게 낳으셨댄다.  그래서 시집살이 심하게 하셨다고 들었지만, 아직 낳지도 않은

 

아이, 뱃속에 있어서 성별조차 얘기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너네 친정처럼 딸만 낳으면 안된다니..... 

 

 

 

 

그래도 울 언니가 낳은 아이는 딸이었다.  솔직히 나는 아들보다 딸이 더 좋다.  아들이래야 키워봤자

 

지 잘나서 혼자 큰 줄 알고, 무뚝뚝하기만 하구...  딸네미처럼 곰살맞지도 않으니...  그리고 키우는 재미

 

또한 딸이 더 좋다고 하던데...  엄마가 식당을 하시는 관계로 언니가 조카를 낳았을 때, 병원에도 가보지

 

못하셨다.  자연분만을 했기 때문에 며칠 후에 바로 퇴원을 해서 언니가 살던 장성으로 가서 아기를

 

보았을 뿐이었다.  언니네 시모께서 계시면서 며칠간 몸조리 해 주신다고 하셨기에, 울 엄마...  그토록

 

바라시던 손녀 얼굴 서너 시간 보시고 다시 화성으로 돌아오셔야 했다. 

 

 

 

 

 

암튼 언니가 아기를 낳은 후, 언니의 동서도 셋째를 가졌다.  30이 훨씬 넘긴 나이에 가진 아이였는데,

 

위로 딸만 둘을 낳은 후 시모의 아들 타령에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또 아이를 가진 것이었다.  다행히 그

 

아이는 아들이었다.  대 이어갈 손주도 봤으니 이제 아들 타령 않하시겠지,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언니가 둘째를 가졌다.  재작년에 형부가 군에서 제대를 하고 안산쪽으로 직장을 잡는 바람에

 

언니네 식구도 모두 안산으로 이사를 했다.  대체 결혼한지 몇 년이나 됐다고 이사를 그리도 자주

 

하는지.....  영덕에서 장성으로 한번, 장성에서 안산으로 한번, 안산에 간지 2년밖에 안됐는데 지난

 

4월로 3번의 이사를 더 했다.  빌라에서 살다가 동네가 하도 살벌해서(울 형부의 퇴근시간은 보통 11시,

 

12시였다.  워낙 일이 바쁘다고...) 시내에 23평 아파트 전세 얻어서 이사 갔다가...  그 집 이사간지

 

3달만에 다시 이사했다.  대출받고 언니가 비자금으로 숨겨뒀던 2000만원 하고 해서 23평짜리 아파트를

 

완전히 샀다나, 뭐라나...  마지막 집으로 이사할 때...  난리도 아니었다.  형부는 예비군 훈련으로(장교

 

출신이기 때문에 4박 5일이라나) 강원도에 가 있었고, 임신6개월 된 몸으로 두돌박이 딸네미 챙겨가며

 

짐 싸고...  어이 없는 건...  그 힘들어하는 와중에도 언니네 시모...  농사철이라 바쁘다고...  내려와서 일

 

좀 하고 가라는 거였다.    세상에나....  농사일 안시키겠다고 철썩같이 약속을 하시더니... 

 

울 형부...  매일 밤 늦게 퇴근하는데도 매주 시골에 내려와야 한다.  모내기 철에는 모내기 하느라 내려

 

오고, 또 우리 동네는 워낙에 포도를 많이 심기에 매주 내려와 포도 약 줘야 하고, 포도 따 줘야 하고...

 

 

형부도 불쌍하고 언니도 불쌍하고...

 

 

 

 

 

처녀적에 그리도 고생만 하다 시집갔으니 이젠 좀 편히 살았으면 좋겠는데...


 

지난주엔 내가 한달만에 집에 갔었다.  울 회사가 토요일도 5시 반에 퇴근하는 회사라 집에 도착했더니

 

10시가 넘어 있었다.  마침 언니랑, 형부랑, 조카랑 다 와 있는게 아닌가!!!  한달만에 보는 엄마도, 더

 

오랫동안 못봤던 언니랑 형부도 눈에 안들어왔다.  혼자서 놀고 있던 조카 달랑 집어 들고...

 

 

 

 

 

  "다빈아~~~  이모랑 놀자아~~~"

 

 

하면서 들었다 놨다를 몇 번 했더니, 애가 좋아서 자지러지게 웃었다.  히히~~  넘넘 이쁜 것~~~

 

언니의 산달이 두어달 정도 남았음에도 배가 무지하게 많이 나와 있었다.  예전에 큰애 가졌을 때는

 

그렇게까지 나오지 않았었는데...


 

 

 

"언니야, 애기가 남자앤지 여자앤지 안알려줘??"

 

 

"말도 마라.  안가르쳐 준다.  시어머니는 또 어떠신데..."

 

 

 하면서 한숨을 푸욱 내쉬는 것이 아닌가???

 

 

"언니야, 왜 그래???  응??"

 

 

 

언니 왈.

 

 

하도 시모가 아들아들 타령을 하셔서 큰시누에게 얘기를 했단다.  둘째도 딸이면 어케 하냐구... 

 

다빈 아빠도 둘만 낳고 그만 낳자고 하는데...  또 딸일까봐 겁난다구...  큰 시누는 언니 걱정 덜어줄라구

 

(다행인 것은 시누들이 전부 좋은 사람들이라는 거다.  언니 생일이라구 뜨개질로 가디건 만들어줄 정도

 

이니 얼마나 좋은가???) 시모한테 그랬단다.  아들 타령좀 그만 하라구.  또 딸일까봐 다빈 엄마가

 

얼마나 걱정하는 줄 아냐구...  하지만 시모 대답...

 

 

 

 

 

"뭘 그리 걱정을 하냐??  나이도 젊겠다, 아들 낳을 때까지 셋이고 넷이고 계속 낳으면 되는거 아니냐???"


 

 

  대체...

 

 

울 언니가 아들 낳아주기 위해 들어간 씨받이랍니까!!!!!  울 언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형부한테

 

말했답니다.  형부도 어이없어 하더랍니다. 


 

 

 

대체 우리나라 어른들...  왜 그리 아들만 좋아합니까???  아들만 자꾸 낳아서 성비율도 안맞는다고

 

하던데....  아들 계속 낳아서 장가 못 보내 노총각으로 늙어 죽이는 한이 있어도 아들이 좋은가???


 

 

아들 못 낳는다고 울 엄마 못살게 굴던 아버지나...  아들 낳을 때까지 셋이고 넷이고 계속 낳으라는 사돈

 

어르신이나....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아들 낳을 때까지 셋이고 넷이고 낳는다고 칩시다....  요즘처럼 교육비가 많이 드는 세상에 형부 혼자

 

벌어서 셋이고 넷이고 어케 기르라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건지...  당신이 길러 주실 것도 아니시면서.... 


 

 

허어...


 

 

 

참.....

 

 

 

 

하도 속상해서 몇자 적는다는게 무지 많이 적게 됐네요....

 

 

차라리 빨리 아들 낳고 그만 낳으라고 하고 싶어요.......

 

 

 

 

언냐~~~  아들 낳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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