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어려움 없이 호텔에 도착하게 되었다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나는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담구었다
비누거품도 만들어 보았다
영화 속 여자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큰 욕조에서 다시는 목욕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평소보다 좀 더 오랜 시간을
욕조 안에 있었다
샤워를 마친 뒤 맥주를 마셨다
“캬 역시 이놈의 맥주는 세계를 뛰어넘어 샤워 뒤 먹는 캔 맥주가 최고야 ”
맥주를 한 모금씩 마시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가 슬퍼졌다가 오락가락 하였다
나는 지금 꼭 조울증 환자같다
맥주의 탁한색과는 다른 하얀거품. 맥주거품은 금방이라도 넘쳐 흐를 것 처럼 보였지만
눈 깜박이는 사이에 쉽게 가라앉았다
내 사랑도 맥주거품같다
하얀 거품처럼 부드럽게 넘쳐 흐를 것 같았지만 가라앉고 말았다
“나쁜자식”
난 그날 밤 맥주거품처럼 가라앉은 내 사랑이 불쌍하다며
닭똥 같은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오전 12시를 넘기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나의 반쯤 부은 눈을 보며 쓴 미소를 지은 뒤 큰 욕조로 들어가 샤워를 하였다
샤워를 마친 뒤 거실로 가보니 맥주 캔들이 지저분하게 흩어져있었다
소주가 없는 이 나라에 와서 나는 결국 맥주를 8캔이나 마셨다
“어쩐지 배가 너무 부르더라 “
간단하게 아침&점심을 먹은 뒤 오늘의 여행코스이자 마지막 여행코스인 그곳을 가기 위해
분주히 준비하였다
나는 바쁜 일상생활에 쫓기며 살고 있는 27살의 대한민국 처녀이다
아직 처녀 앞에 노(老)자를 넣고 싶지는 않다
안정적인 직업도 아니고 하루에도 목이 10번은 왔다 갔다 거리는
살벌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평범한 패션잡지 기자이다
그러므로 나의 휴가는 그리 길지 못하였다
어제 괌에 도착하여 오늘 관광을 한 뒤 내일 한국으로 내려 가야한다
하지만 난 아쉽거나 슬프지않다 나는 상관없다
나의 목표는 딱 하나 ‘이인우‘라는 나쁜자식을 잊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 이다
나는 1번 마린드라이브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가 마이크로네시아몰 근처에서
34번 도로로 접어들어 드디어 그 곳에 도착하였다
그곳은 나와 이인우가 신혼여행으로 오자며 약속한 ‘사랑의절벽’이었다
이곳은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 한 푸른 바다 속 으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집안의 반대로 인해 도망을 가다 결국 사랑을 위해 뛰어내렸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사랑의 절벽이다
그래서 인지 신혼부부들 혹은 괌을 찾는 연인들은 사랑을 다짐하기 위하여
사랑의 절벽을 반드시 찾아 간다고 한다
나 또한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듣고 그들처럼 죽어서도 사랑하자고
괌 그리고 사랑의절벽 이곳을 신혼여행지로 택한것인데
결국 난 지금 혼자 이곳에 오고 말았다
그때 나에겐 어둠이라는 이별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으며
내 마음은 항상 사랑으로 넘쳐나고 있어서 사랑의절벽 이야기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죽었지만 함께 죽음까지 택한 사랑이니 그들의 사랑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별이라는 쓴 경험 뒤에 생각 하니 결국 그들은 죽었고 이 생 에서는 이룰 수 없었다
2년만에 다시 생각한 결과 그들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나는 지난 2년을 떠나보내기 위해 눈물을 참으며 소리를 질렀다
“ 야 이인우 이 나쁜자식아”
물론 다른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았다
나를 미친여자 또는 술주정뱅이로 생각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내 말을 알아 듣는 한국인은 없는 듯 하였다
사람들의 따가운 눈빛을 견디며 나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나에게는 그 아무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니가 얼마나 잘먹고 잘사는지 두고볼꺼야 아니 넌 잘먹고 잘살지마
평생 불행하게 살아라 내가 흘린눈물보다 10배 아니 100배는 더 울면서 살아라“
다소 유치한 대사였다
제주도 한 바위 위에서 소리를 질렀다면 지나가던 사람들은 날 동정했을지도 모른다
“잘가라 이 나쁜자식아 다신 마주치지말자 마주치면 너 나한테 죽어!!! ”
소리를 지르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난 혼자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지고 있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좋게 슬프던 그 순간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해서 잊을 수 있는 그런 사람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