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결혼 5개월차 새댁입니다.
추석이 결혼후 처음 맞는 명절이었죠.
워낙에 시어머니가 잘 해주셔서 별다른 걱정은 없었어요.
가서 어머님 보조 열심히 해드려야지 하고 다짐한 정도?
24일 아침 10시 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큰댁가서 음식 준비 돕자구. 저흰 작은집이거든요.
신랑이랑 부랴부랴 아침 챙겨먹구 어머님 모시고 큰댁으로 갔죠.
갔더니 전날 큰어머님이 송편 다 빚어서 찜통에 넣고 계시더라구요.
거기도 저랑 엇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며느리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사촌동서..
차가 너무 밀려서 저녁 다 되어서 도착했기 때문에 그 동서도 송편 빚는 일은 돕지 못했죠.
게다가 임신 8개월이라서 큰어머님도 시킬 생각은 애당초 없었을 겁니다.
울 시어머님도 큰 어머님도 워낙 천사표 인지라.. ^^;
계속 그러드라구요. 어머 어머님 어째요 제가 했어야 하는건데..
죄송해서 어째요. 이 많은거 다 빚으시고 몸살 나시면 어째요.
가서 팔도 주물러 드리고 어깨도 토닥토닥..
참 이쁘드라구요. 애교도 잘 부리고 어른 위할줄 아는 마음이.
전 곰탱이라 저러지 못하거든요.
그냥 어머님 옆에 달라붙어서 보조만 열심히 하는 정도.. 간간히 말동무도 되어 드리고.
헌데 임신중이면 무리하지 말아야잖아요.
가서 쉬어라 쉬어라 어머님들은 만류하시는데 끝까지 버티면서 한다고 하드라구요.
큰어머님은 이불까지 펴놓고 누워라 하시는데 결코 안들어감..
전 속으로 와.. 했죠. 대단하다.
저번에 생리통 심했을때 어머님이 아시고 들어가 쉬어라 했는데 전 들어갔거든요.
뭐.. 솔직히 다른 집에 비해서 음식을 많이 하진 않아요.
제삿상에 올릴 음식 정성스레 만들어놓고 나머진 식구들 두끼 먹을정도만.
그리고 어머님들이 정정하실때 본인들이 다 하신다고 시키지도 않으시거든요.
고생은 우리때만 하면 됐지 너희땐 안해도 된다고.
말그대로 보조만 하면 되고 두 팔 걷어부치고 하는건 설겆이 정도 입니다.
헌데 이 동서가 자기가 하겠다고 너무 막 나서는거예요.
제가 더덕을 다듬고 있으면 뺏어서 자기가 하겠다.
설겆이를 하려고 서있으면 밀쳐내고 자기가 하겠다.
식혜 푸고 있는데 그것마저 자기가 하겠다.
각자 시어머님이 따로 있으니 어머님이 시키신 일만 하면 되는데도
자기몫 무조건 저보다 일찍 끝내고 제몫의 일을 뺏으려고 하더라구요.
것도 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 달려들어서... ㅡ ㅡ
서방님은 연신 만삭의 아내를 안쓰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절 힐끔거리시는데..
제가 혼자 일하고 있는건 못보셨어요. 꼭 동서가 자리 차지하면 나타나시더라구요.
아... 정말 세차하러 간 신랑이 밉고.. 남아서 증인이 되어줘야 하는데..
어머님이 슬쩍 속삭이시더군요. 그냥 옆에서 거들기만 해.
어머님 보시기에도 동서가 유별나다 싶으셨나 봅니다.
첨엔 그냥 성격인가 보다.
난 작은댁 며느리고 저쪽은 큰댁 며느리니 책임감이란것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가만 하는 걸 보고 있자니 뭐랄까 경쟁의식인것 같더라구요.
내가 저 사람(저)보다 더 해야겠다. 저 사람보다 좋은 며느리임을 증명해야겠다 하는것 같은.
말하는것도 어쩜 그리 순종적인 건지..
모든 생각이 서방님 위주로 돌아가고 있더라구요. 서방님은 하늘 동서는 땅..
못난 자기가 서방님 같은 훌륭한 남자를 만난건 복받은 일이라는듯한 멘트.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는 서방님 닮아 착한 아이임에 틀림없을 거라는둥..
자기의 나쁜점을 닮은 아기를 낳으면 안되는데 걱정이라는 둥..
모이신 어르신들은 동서의 그런면에 홀딱 반하셨습니다.
저런 며느리를 얻어야 된다고 다들 입에 침마르게 칭찬하시더군요.
거기에 쐐기를 박는 한마디~~
"전 요번 추석때 내내 시댁에만 있을거예요.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 뵙지도 못하는데
며느리로써 할도리 해야죠."
와... 이건 착한게 아니라 오바 아닌가요?
아무도 있으라고 잡지 않았는데 본인이 알아서 일주일 넘도록 있겠다니..
저를 향해 묻더군요.
"형님은 친정에 언제 가세요?"
"전.. 내일 가는데요.."
(얼굴본지 얼마 안되서 동서란 말이 안나왔어요. 동서는 넙죽 넙죽 형님이라 잘하는데..)
"아.. 요즘 며느리들은 명절 당일에 친정에 간다고들 하더라구요."
자기는 요즘 며느리 아닌가. ㅡ ㅡ^
그리고 며느리는 딸 아니야? 명절날 집에 왜 안가??
울컥하는데 어머님이 한마디 하셨어요.
"우리 며느린 자주 놀러와서 명절에 붙들고 얼굴 안봐도 된다. 아가야. 넌 이만 하고 집에 가서 내일 친정갈 준비해라. 내일 제사때나 한번 더오고. 여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니 신랑 불러서 데리고 가라고 해."
막 떠밀어서 집에 보내시더라구요.
내내 언짢으셨던가 봅니다. 곰탱이 같은 며눌이 하루 왼종일 휘둘리고 있는걸 보니 울화통이 터지신 거지요.
신랑은 와서 왜 이렇게 일찍 끝냈냐며 놀라워 하고.. ㅎㅎ~
25일에도 제사 지내고 아침 먹고 상 치우고 나니 어서 가라고 성화셨어요.
고생했다고 구정엔 친정 먼저 가서 효도 하고 오라고 딸 자식도 자식이라고 등 토닥토닥..
인사하러 나온 동서의 표정을 보니 묘~하더라구요.
뭔가 불만이 있는듯한.. 난 이몸을 하고 있는데 넌 벌써 가냐? 라는 듯한 표정.
아마도 동서에게 전 밉상 형님으로 찍혔겠죠?
그치만 동서는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듯 합니다.
시댁에 잘해야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친정에도 잘해야 하잖아요.
보아하니 그쪽도 저처럼 딸만 둘인거 같은데..
너무 잘하려고 너무 나은 며느리가 되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말해주고 싶네요.
동서.. 난 별루 잘하는게 없어서 그렇게 이기려고 들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난 신랑이랑 친구처럼 사는게 더 재밌을거 같은데..
동서 말대로 신랑 위신 세워주는건 좋지만 자길 그렇게 비하하면
진짜 신랑이 업신여기게 될지도 몰라요.
부부가 평등한 관계지 주종관계는 아니잖아요.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아요. 큰어머님이 좋으신 분이라 시집살이 안시키시겠지만
동서가 그렇게 알아서 시집살이를 하려고 들면..
나중엔 정말 친정가고 싶어도 못가게 될지도 몰라요.
며느리이기도 하지만 친정부모님의 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