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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우스의여자 (7)

써니 |2007.09.30 14:01
조회 927 |추천 0

#7. 바람이분다


바람이 분다
내 마음에도 바람이 분다.
타로카드를 보고 난 뒤 집으로 가는 길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미신을 잘 믿지는 않지만 그 타로카드 점술가는 왠지 믿음이 갔다

 

 

“다녀왔습니다”
“언니 언니 왔어? 일한다고 힘들었지”
“너 또 왜이러니 무섭다 용돈 필요해?”
“용돈 달라고 하면 주기는 하는가 그보다 나 내일 소개팅 간다”
“잘다녀와”
“그래서 말인데...”
“그래서?”
“언니 저번에 새로 샀는 원피스 빌려주면 안될까”
“응 안돼”

 

 

그녀가 말하는 나의 원피스란 나의 월급을 쪼개고 쪼개어 알뜰히 모아
처음으로 비싼 곳에 가서 옷을 사버린 나의 노란 원피스를 보고 하는 말이다
마땅히 입고 갈 곳도 없었지만 아끼고 아낀다고 입지도 못한 옷을 빌려달라는 동생에게

난 단호히 안된다고 말하였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왕왕왕 짠순이 치사하다 내가 돈 벌기만 해봐라”
“돈 벌고 난 뒤에 말하세요”


내 첫째 동생 한지운
나와는 4살 차이가 나는 23살의 꽃다운 대학생이다
내가 보기에는 아직 아기 같은 동생은 어느새 성인이 되어 시시탐탐
나의 옷을 노리고 있다


“지유왔니”
“이모 집에 있었네”
“응 어제 밤샘작업을 했더니 너무 피곤하다”

엄마의 막내동생
38살의 디자이너인 김진희씨는 나의 노처녀 이모다
화려한 싱글이라는 말과 어울리게 그녀는 돈과 능력 빠지는 것이
없었지만 결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 시대에 독신녀이다
혼자서 독립 할 수 있는 능력이있지만 그녀가 혼자 독립해서 살 수 없는 이유는 우습게도

겁이 많아서 이다
강도와 살인이 판 치는 대한민국에서 이모는 혼자 살수가 없다며
우리 집의 물주가 되어 주고 있다
이인우와 나를 소개 시켜준것도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이모였다
그리하여 이인우와 내가 헤어 졌을때 가장 미안해하던 사람도 우리 막내이모였다


“엄마는 어디갔어?”
“너네엄마 에어로빅학원 가셨다”


 나의 가족은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들어간 막내남동생과 철없는
여동생, 독신녀 막내이모, 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5식구이다

아버지는 내가 14살 때 돌아가셨고 중국집을 운영하셨다
난 세상에서 자장면을 가장 좋아했지만 14살 이후로 현재 까지 살면서

자장면을 먹어 본 적이 없다

 

 

(띠띠띠 - )
“여보세요”
“나 신은준이야”
“어 ..네 왠일..?”

 

 

술을 마신지 1주일이 지났고 녀석은 나에게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나

반말을 쓰고 있다 하지만 나 한지유 보수적인 대한민국에 딸로써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반말을 내 뱉을 수 없었다
또 혼자 꼬박꼬박 존댓말 쓰기가 억울해서 반말을 섞어 가며

이상한 존칭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꼭 용건이 있어야 전화하냐 우리사이에”
“........”
“뭐야 왜 이래 반응이 시큰둥 한거야 재미없게 다름이 아니라 저번에
부탁한 디자인원본사진 이메일로 보냈으니깐 확인 해봐라고요 한기자님”
“아 .. 난 또 뭐라고 알았어”
“그 아쉬워하는 반응은 뭐냐”


(“전화바꿔줘요  한기자언니~~~~”) 이 소리는 전화수화기 밖에서
나는 소리였다

 

“한지유 잠시만”

잠시 후 전화를 받은 건 술에 취한 목소리인 똥글이였다
내가 똥글이 라고 부르는 그녀는 프리준 사무실에서 사무보조를 하고 있는 고은혜였다

 

“한기자언니”
“은혜씨 술 마셨어?”
“네 우리 프리준팀 회식이라서 한잔 하는 중 이예요”
“아 그렇구나 많이 마시지 말고”
“언니 한기자 언니도 오세요”
“아니야 난 괜찮아 내가 프리준 식구도 아닌데”
“왜 아니예요 한달동안 얼굴 보고 사는데 식구죠 언니 안오시면 섭섭해요”
“글세 .. 난 거기 정식 직원도 아니고 좀 그렇네”
“좀 그렇긴 뭐가 그렇냐 모르는 남자랑 술도 마시면서”

 

신은준이 전화를 받은 것 이었다
이 사람 쿨 한 척은 혼자 다하더니 지난 일을 우려먹고 있네

 

“됐거든”
“그러지 말고 와라 식구들이 너 오라고 난리가 났네”

 

수화기 너머로 날 부르는 프리준 식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실 기분도 이상해서 술이 생각나긴 했었다
난 결국 프리준의 회식자리에 합류하게 되었다

 

“지유언니 여기예요”
조정린을 닮은 은혜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은혜씨 많이 마셨나보네 얼굴이 달아올랐다”
“많이 마시긴요 겨우 3잔먹고 저러는 걸요”
170cm를 넘는 이기적인 기럭지를 가지고 있는 여자 피팅모델이 말했다

술 자리에는 은혜씨와 남녀 피팅모델 2명 그리고 직원 3명이 더 있었다

 

“신대표님은 어디갔나봐? 안보이시네”

“도착하자마자 나부터 찾냐”
뒤를 돌아보니 실실 웃으며 걸어오는 신은준이 보였다
저 능글맞은 놈

“한기자 언니”
“응 은혜씨”
“저 건너편에 앉아 있는 서강우 멋지죠”


그녀가 말한 서강우라는 사람은 남자 피팅모델이었다
모델이니 몸은 말하지 않아도 휼륭했고 얼굴 또한 매력적이었다

 

“응 멋지지 그런데 너무 차가워 보이더라”
“아니예요 저렇게 보여도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데요 그리고 그게 매력이예요”

 

서강우에 대해 말을 하면서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더 이상 물어 보지도 듣지도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 사랑에 빠져있다는걸 술에 취해서도 아니고 기분이 좋아서도 아니다
지금 웃고 있는 그녀의 웃음은 오직 한 사람 때문에 생긴 마법 같은 웃음이었다

그 마법의 이름은 .. 사랑

 

 

“프리준 식구들 고생 많으시고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일 합시다 건배”
프리준의 대표 신은준이 건배를 외쳤고 우리 모두는 술 잔을 한 순간에 비웠다

 

“한기자 한잔 받아”
신은준이 내 쪽으로 와 술을 따라 주고 자기 잔에도 술을 따른 뒤 건배를 외쳤다

“짠”

 

“나 술 취해서 주정 부린거 다 보고도 나랑 다시 술 마시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은 나 술 못 먹이게 하던데 ”
“사람이 다 술 마시면 그런거지 술 먹고 멀쩡하면 재미없어
그리고 한기자 술 마시면 춤도 춘다며? 그것도 구경해야하고“
“저는요 아무 앞에서나 춤 안춰요”
“맨날 아무 앞에서는 안해요 이러고선 잘만 하더라”

 

난 혼자서 궁시렁 궁시렁 거렸다

 

“어이 궁시렁 아줌마 불편하지않아 ? 존댓말이랑 반말이랑 섞어서 사용하는거”
“아니 난 괜찮아요”

 

사실 엄청 불편하다

 

“누가 그러더라고 자장면 시킬때 짬뽕이랑 같이 시키지말고 통일해서

시키라고 한기자 말도 좀 통일합시다“
“알고보니 따라쟁이네”
“따라쟁이가 아니라 센스쟁이 인거야”

 


(띠띠띠-) 신은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 네 신은준입니다 ”
신은준은 매우 반가워 하며 전화를 받았다

“집안끼리 잘 아는 친한 형이 있는데 한국에 귀국 했다네 오랜만에 보는 거라서 여기로

오라고 했어”
“그러던지 말던지”
“너 형 보면 눈이 하트로 뿅뿅 거릴껄”
“저 쉬운 여자 아니예요”
“하기사 형이 눈이 높으니깐 상처는 너만 받겠다 그러니 일찍이 포기하세요”

 

얼마나 잘난 형님 이시길래 천하에 신은준도 저렇게 칭찬을 하는 걸까
내심 궁금하기도 하였다
얼마 뒤 신은준의 친한 형이라는 사람이 왔다

 

“여기야 형 ”
신은준과 마찬가지로 큰 키에 신은준과는 다르게 흰 피부를 가진 미남이었다
겉모습을 봤을 땐 신은준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오랜만이다”
“언제 들어온거야?”
“1주일 됐는가”
“뭐야 그럼 1주일동안 나 한테 연락도 안한거야 와 너무 하네”

집안끼리 잘 아는 이기적이게 생긴 친한 형과 동생은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리준 식구들 또한 잠들어 버린 사람도 있고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람 등 다들 개인플레이를 하는 상황이라
나도 혼자서 조용히 술을 따라 마셨다


“캬 오늘도 다네 달아”

 

 

“한지유 인사해 여기는 강민한이야 , 형 여기는 내 친구이자 패션잡지부기자 한지유”

이제 나도 어쩔 수 없이 이놈을 친구로 받아 들여야 하는 가 보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민한입니다”
“아 .. 예 저는 한지유입니다”
먹고 있던 술 잔을 테이블위에 올려두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패션부 기자로 일 하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그러면서 생긴 것은 눈썰미 밖에 없었다
그런데 강민한 이라는 이 사람 어디서 본 것 같다

 

“저기요.. 혹시 저 어디서 본 적 없어요?”
나의 말에 그가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봐 한지유 벌써 작업거냐 어우 창피해 대사가 그게 뭐야
내가 그렇게 작업 걸지말라고 경고를 했건만 .. 휴 여자들이란”


“아니야 나 분명히 본적있어”

저 눈빛 .. 잊을 수 없는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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