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다가 글 써보기는 처음이네요
저는 스물 일곱의 대학생입니다.
그리 넉넉한 가정환경은 아니지만
제 취미는 여행을 다니는겁니다.
어머니 말씀에 아버지께서 젊어서 역마살이 좀 있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역시 핏줄은 속일 수 없나봅니다.
아버지 따라 학생때 벌써 왠만한 국내여행지는 다 다녀왔다고 생각해서
나이 스물 먹은 후로 지금까지 동서유럽 15개국 포함 약 30개국 정도를 다녔습니다.
말하자면 공부는 안하고 거의 세계여행을 하고 다닌거지요
돈이 어디서 났냐구요?
제 전공이 전공인지라 과외자리를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합니다.
5개월 정도 모으면 여름방학에 한달정도 나갈 수 있을만큼의 자금을 모을 수 있더군요
그 돈 모아서 등록금에 보태라 불효자식아 라고 말씀하실 분들도 있을 수 있겠네요
맞습니다. 저는 사립대 다니는 불효자식이라서
적지만 30%라도 장학금 이라도 받기위해
공부는 공부대로 그리고 과외는 과외대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번학기 장학금도 겨우 받았습니다.
철 들고나서부터는 부모님께 용돈을 안 받았습니다.
아니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기까지
밥값 차비 책값을 제외하고 생각나는 용돈이라고 받아본건
10만원 가량이 전부였습니다.
(저는 책을 사면 아버지께 보여드립니다 아버지가 고교선생님이시거든요)
지금도 제가 번 돈을 핸드폰 요금 버스비 책값 밥값으로 씁니다.
가끔 동생 용돈도 주지요
아껴서 쓰면 한달에 30만원 안되는 돈으로도 살 수 있더군요
군대 갔다가 왔을때도 50만원쯤 되는 돈을 모아오기도 했구요
하지만 지금까지 다닌 여행 횟수만큼 제 잔고는 거의 없습니다.
어떤 분은 제가 여행만 다니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2천만원은 더 모았을 거라도 하시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런 여행을 다니는 취미가 너무 좋습니다.
저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2년정도 만났지요
여자친구는 처음에 제 취미를 너무나도 잘 이해해 줬습니다.
남자가 세상이 큰걸 알아야 큰일도 한다구요
저도 그런 이해심에 끌려 사귀게 되었지요
2년이 지난 지금은 또 한달간 나갔다 온다고 하면
펄펄 화부터 냅니다
지난 12월에 지중해 3국을 다녀올때도 그랬습니다.
마침 터키에 친구가 있어서 거기서 닷새정도 있을예정이고
이집트에도 아는분이 계시다고 걱정 말라고 했습니다만
도무지 알아먹질 않는겁니다.
그 돈 모으면 이런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싫증났냐 혹은
밖으로 나다니는게 좋으냐 자기가 좋으냐 이런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했습니다.
저는 제 여자친구를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한때는 결혼하고 싶다 라고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모습은 저를 더 힘들게 하네요
문제의 발단은 일본이였습니다.
작년 여름 일본에서 만난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저는 맺고 끊는것을 확실히 하는 성격이라
애초에 나는 여자친구가 있는 몸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여성분도 그럴 생각 없노라며 여행만 함께 다니자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그 분은 국내여행 저는 해외여행인거지요
참 좋더군요 현지인에게 듣는 자세한 설명과
현지식당 그리고 론니플레닛(여행 좀 다니신분들은 이게 여행서 라는걸 아실테지요) 에 나와있지 않은 명소들.
정말 일본여행은 제 인생에서 가장 알찬 여행이였던 것 같습니다.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녀보신 분이라면
여행지에서 읽는 소설책과 음악이 제 말벗이자 친구라는걸 이해하실겁니다.
그래서 외롭기도 하지요.
어쨌든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2일전 그녀는 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거기에는 그 아가씨의 부모님과 동생이 살고 있더군요
다녀왔노라 인사를 하더니 저를 대뜸 남자친구라고 소개 합디다 허허..
그날 저는 그 아가씨 부모님으로부터 무슨 사위 대접을 받았습니다.
거지같이 길거리에서 자다가(일본은 길거리에서 자다보면 다음날 파출소에서 깨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만) 뽀송한 이불에 깔끔하게 개어져 있는 잠옷을 보고 눈이 뒤집힌 거지요
그리고 그 집에서 하루밤만 보내자고 결심을 했습니다.
방이 모자라서 그 아가씨랑 한방을 쓰긴 했습니다만
정말 손도 안잡고 잠만 잤습니다 맹세합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오는날까지 그집에서(지금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모르겠습니다)
2일간 숙식을 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그분께 연락이 왔습니다.
국제전화도 가끔 왔구요 또 skype로도 연락이 왔네요
그리고 한국에 여행간다고 자기가 그랬던 것 처럼 저더러 가이드를 해 달라더군요
망설였습니다 처음에는요
여자친구가 이 사실을 알면 저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였죠
그런데 제가 입은 은혜가 있어서
가이드를 해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가 방학 끝날 무렵이여서
단 2주밖에 가이드 해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그쪽에서도 그정도면 충분하다며 문제의 그날 인천공항에 도착을 했습니다.
제가 대구에 사는지라 마중나가진 못했고 여자친구에게는 시골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한 1주일간 시골에 가야된다고 거짓말을 하고 서울역행 표를 샀습니다.
서울 역 근처에서 만난 그녀는 역시 그녀더군요
우리는 약 1주일간 서울시내를 돌아다녔습니다.
비용은 제가 조금 내기도 했지만 여행온 일본아가씨는
싸다면서 대부분의 비용을 지불하더군요
어쨌거나 1주일 서울 관광을 하고
대구와 경주를 3일 정도 돌아보고 제주도로 간다고 했습니다.
서울 관광을 마친 우리는 서울역에서 KTX표를 샀습니다.
그리고 동대구역에 도착해서 시내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막 개찰구를 지나서 지상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여자친구하고 딱 마주친겁니다.
말 그대로 딱 걸린 거지요
사실 대구와 경주 간다고 할때 불안불안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딱 마주칠진 몰랐던거죠
문제는 그때 그 일본인 아가씨가 제 팔뚝을 붙잡고 있었다는 겁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팔짱을 꼈다고 해야겠네요
그 뒷 이야기는 생각하시는 대롭니다.
제가 헤어지자는 여자친구집 앞에서
오해다 사실을 다 이야기 해줄께 제발 이야기좀 하자
전화는 물론이고 문자까지 다 씹더군요
그럴만 했습니다 제가 나쁜놈이지요
2주간의 설득끝에 다시는 그 여자쪽으로 보지도 않기로 약속하고
헤어지자는 이야기는 없던걸로 했습니다.
이번에 필리핀에 다녀올 때도 여자친구가 뭐라고 한마디 했습니다.
그때 그런일 시즌 2 만들면 정말 국물도 없다면서
어쨌거나 다녀와서 아무것도 없다는 각서 비슷한것도 썼습니다.
제가 정말 나빴던건 인정합니다.
여러 면에서 보나 이건 준 바람핀거나 다름없으니까요
근데 이번 겨울에 인도 갈거라니까
갈라서고 가던지 아님 말던지 둘중 하나를 선택하랍니다.
어찌해야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