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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정동 P사진관, 그 세번째 이야기

주동희 |2009.08.24 11:09
조회 260 |추천 0

 

 

한참 낮잠에 빠져있던 오후 두 시, 전화벨이 울렸다.

 

난 거실 소파에 누워 자고 있었고,

 

전화기는 내 방 책상 위에서 충전 중이었다.

 

잠은 깼지만, 눈이 떠지지 않았다.

 

비몽사몽...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으러 갈 것인가,

 

그냥 이 단잠을 더 자고 나중에 전화를 걸 것인가..

 

달콤한 유혹...

 

 

순간, 어쩌면 이력서를 낸 회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전화기를 향해 뛰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대했던 전화는 아니었다.

 

반갑지도 않고, 반갑지 않지도 않은..오나마나한 그녀의 전화,

 

전화기 속 목소리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동창, L이었다.

 

 

"뭐해? 나와..내가 팥빙수 사 줄께"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온 몸이 땀범벅이었다.

 

백수 주제에 에어컨을 켜고 잘 수가 없어

 

그냥 수건 한 장 찬물에 적셔 목에 감고 잤더니,

 

온 몸이 물 범벅에 땀범벅이었다.

 

 

"팥빙수? 어디에서 사 줄 건데? 나..유기농 팥 아니면 안 먹는 거 알지??

 

"무슨 남자가 그렇게 구체적이냐? 빨리 나와~"

 

 

"근데 나...좀 씼어야 되는데.."

 

"야, 니가 언제부터 씻고 다녔다고 그래? 그냥 모자 하나 눌러 쓰고 나와"

 

"알았어..."

 

"일단..김밥 집 앞에 P사진관으로 와..이유는 묻지 말고.."

 

 

"P사진관에 도착하자 그녀는 증명사진을 찍고 있었다.

 

취직이 되어 사원 증을 만들 사진이라며, 팥빙수도 취직 턱이라고 했다.

 

그녀는 사진사 아저씨가 활짝 웃으라고 해도, 

 

몇 번이나 입 꼬리만 어색하게 올렸다.

 

 

"야, 내가 축하선물로 한우 쏠께~~"

 

 

한우..라는 말에 그녀가 활짝 웃었다.

 

사진이 찍힌 후 내가 다시 말했다.

 

 

"나도 취직하면..취직해서 사원증 사진 찍으러 오면..그 날..쏠께.."

 

 

오늘따라 그녀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것 같아서,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어깨를 활짝 펴라고,

 

당신에게도 기회는 꼭 올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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