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데이트 한다고 피시방가서 죽치고 있던 오후
오랜만에 고등학교 깍쟁이 단짝 친구녀석이 말을 걸었다.
평소 때 말걸어도 무시하던 녀석이 왠일?하고 대화창을 클릭한 순간
눈에 딱들어오는 대화명 "5월의신부" -_- 쳇
넌 언제해?
넌 언제해???
넌 언제해??
내 나이 이제 29, 내일 모레면 30살.
노 처녀라는 말이 스믈스물 올라오는 나이
그녀석나이 이제 28,
결혼하기엔 남자로썬 아직 이른나이
연상연하들 커플 대부분이 그렇듯
시골만 가면 친척들의 적잖은 눈치와
점점 줄어드는 만날 친구들의 수
그 반비례의 법칙들에게
"난 아직 일하는게 좋아!! 내가 인정받을때까진 결혼 안해!! 못해!!!"
이렇게 맞서고 있었지만,친구들의 결혼소식은
언제나 내 마음 한 켠을 휑하게 만든다.
게임하느라 실실대는 죄없는 내 남자친구 뒤통수를 한껏 후려치곤
인터넷 써핑이나하고 있는데 눈에 띈기사
"결혼하려면 약 5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우오오...
난 언제 모아서 시집가려나 으엥~
혼자 징징거리고 있으니 남자친구 미안했는지
"우리 언제결혼할까?"
- 결혼은 뭔결혼이야!! 모아놓은 돈이나 있어야지!
"근데 뭐한다고 저렇게나 들지?"
- 냉장고랑,,세탁기랑,,그런건 오래써야 하니까 비싼거사야하고...
"야야 시간은 거실에서 제일 오래 보내는데 ?티비를 좋은거사야지!"
- 우리맞벌이 할꺼잖아!! 그럼 니가 청소빨래 다해줄래???
그럼 한번 사고싶은 혼수 쭉 뽑아볼까?
그래서 시작된 우리의
혼수배틀!! VS!
실제결혼아 아니니 하*마트돌아다니기도 그렇고 해서
일단 가전제품으로 한정지어서 각자 사고 싶은 리스트부터 뽑아봤다.
나
남자친구
TV,냉장고,세탁기,밥통,가스렌지,에어컨,다리미,식기세척기,음식물처리기,스팀청소기,공기청정기,전자렌지
TV,냉장고,세탁기,가스렌지,노트북,DSLR카메라,
에어컨,다리미,홈씨어터,비디오카메라,로봇청소기,밥통
서로의 리스트를 보고 동시에 꺼낸 첫마니
"미친거아냐?"
남친
식기세척기는 설겆이하면되고
음식물쓰레기는 모았다가 밖에 버리면 되지 저걸 왜사!!!
이런 쓸데 없는걸 사니까 돈이 저렇게 많이들지!!
나
니가 다~해줄거야? 같이 회사다닐껀데 그럴시간이 어딧어!!!
그리고 DSLR은 왜사는데?예술하냐? 홈씨어터는? 집이영화관이야?
아쭈 로봇 청소기...까지? 가관이다!
이제서야 혼수준비하면 싸움난다는 소리가 점점 몸으로 느껴지면서
분노게이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티격태격싸우다 TV나 냉장고 같이 겹치는것 빼고
나머지 서로 절대 포기못하겠다는 다섯가지들에 가격비교를 해보기로했다.
74,000 VS 529,000
귀차니즘의 최고봉인 남친은 로봇청소기 나는 스팀청소기
편한건 나도 좋지만 솔직히 로봇청소기 딱히 믿음도 안가고
스팀으로 팍팍 밀어야 속이 시원할듯한데
그녀석이 로봇청소기를 고른 단 하나의 이유
"밥은 니가하고 청소는 내가해야하잖아"
458,000 VS 500,000
여기서 부터 확연히 차이나는 취향
나는 생계형전자제품 남편은 편리형 전자제품
손설겆이 하라는 남친이나, 티비스피커는 봉이냐고
따지는 둘 다 똑같지 뭐
"사놓고 안쓰면 죽는다~진짜 ㅋㅋ"
웅진 클리베 음식물처리기 삼성 센스노트북
690,000원 VS 1,800,000원
자기는 연약해서 가벼운노트북 들고다녀야한다고 하면서
반찬 절대 안남기겠다고 저걸사느니 자기가 배터져도
다 먹겠다고 하지만 나보다 입짧은 그대인걸 난 알고있는걸?
음식쓰레기 들고 다니면서 버리느니 차라리 혼수로 노트북 바라는 널 갖다 버리겠어!!
라고 엄포를 놓자 오래걸린다느니 안좋다느니 쭝얼거리길래
음식물 처리에 지쳐 집나간 아내에게 "클리베 사줄게 돌아와 여보!"
이런 얘기를 모르냐고 하면서
"요즘은 DJ변도 음식물 처리기 쓰더라~ 갈릴래오~ 갈을래오!!!"
싹 갈아버릴꺼야!!!
69,000원 VS 800,000원
아니,사진작가도 아니고 왜!!DSLR이 필요한데
요즘 방수카메라도 십만원돈이면 사던데
간지나는 DSLR로 아름다운 모습을 찍어주겠다는
사탕발림에 내가 넘어갈까봐?
"즐"
웅진 케어스 공기청정기 삼성 UCCㅋ캠코더
693,000원 VS 368,000원
담배를 피는 아빠가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고 손깨끗히 씻고와서
아가랑 놀아주는걸 일주일 동안 해봤더니
아가한테서 니코틴이 검출됐데..
어때? 공기청정기 사줄래 아님 담배를 끊을래?
"....."
죽어도 담배와 캠코더는 포기못하겠다는 녀석.
이유를 물어봤더니..
"우리 아가 낳게되면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 다찍어서
아가한테 나중에 선물로 주고싶어
엄마아빠가 얼마나 아가를 사랑하는지
아가로 인해 얼마나 행복했는지 보여주고싶어서..."
"아이고 우리남친 혼수고르다 철드셨네 ㅋㅋㅋ"
"으흐흐 요즘 속도위반이 대세라는데
우리도 오늘 아가로 혼수장만좀 해볼까?"
"확 갈아버릴까부다 저리가!!!"
"갈릴래요~ 갈을래요~" ^^
비록 아직 우리 서로 결혼할 여건이 안되서
혼수 놀이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었지만
꽤 많은걸 느끼고 생각하게된 경험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