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남녀간의 사랑을 사랑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랑을 두고 3인, 4인이 얽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거래, 복수, 암투를 보여주는 드라마를 혐오한다.
물론 시청률을 의식해 갈수록 자극적인 소재와 반전과 사랑의 뒤틀려진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부분을 한편으로 이해도 하지만, 가끔씩 보게 되는 드라마의 장면마다 참 어이없기도 하고, 점점 현실과 거리감 있게 그려지는 장면들을 보면 도대체 뭘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인가 하고 TV를 꺼버린다.
또, 우리나라의 드라마에 나오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장면들을 보면 '사랑'이라는 것이 있는 집 자식들의 사치스런 유희인가 싶을 정도로 번지르르하고 럭셔리하게 그려지는 모습을 종종 본다. 소박하고 일상적인 삶 속에 바쁜시간을 쪼개 짬짬이 데이트를 하며 서로의 활력소가 되어주고, 서로를 아껴주는 맘으로 연인이 보여주는 환한 미소만으로 일상의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지는 그런 장면은 왜 없는가. 눈 오는 겨울날 저녁 어깨가 축 처진 남자친구를 단골로 가는 분식집 창가에 나란히 앉아 라면과 떡볶이를 시켜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미소로 위로하는 여자친구의 모습을 왜 우리나라 드라마는 담아내지 못하냔 말이다.
멋지게 차려입은 슈트정장차림에 럭셔리카를 운전하며 회사에서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높은 직급에 영향력있고 능력있는 남자주인공이 대체 한끼 식사에 얼마인지 가늠도 안되는 호화롭고 근사한 식당에서 여자주인공을 위한 럭셔리한 깜짝 감동이벤트를 펼쳐 여자주인공을 눈물짓게 하는 그런 장면을 보노라면 여자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남자인 내 입장에선 어이없는 실소와 함께 "이런 얼어죽을..."이라는 소리가 저절로 터져나온다. 더 웃기는 건 그런 드라마 장면들을 본 여자(우리 엄마 포함)들이 하는 소리다. 한없이 멋지고 세련되게 그려지는 남자주인공들이 부럽다못해 배가아파질 정도가 되다보니 현실에서 주변에 있는 일상적인 남자들과 비교하며 이런소릴 한다. "야! 드라마 속의 걔는 그 나이에 이러이러한데, 넌 대체 뭐하고 살았냐" 란다. 물론 드라마와 현실과의 괴리감을 못이긴 여심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어, 하핫;; 하며 쓴웃음속에 무시해 버리긴 한다만, tv드라마의 위력과 그걸 수용하는 시청자의 반응에 참 어처구니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요즘에는 케이블을 통해 일본 드라마나 미국 드라마들도 어렵지 않게 시청이 가능하여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tv를 틀어놓고 멍때리고 보는 경우가 있는데, 볼때마다 느끼는 게 일본드라마는 소재나 주제 자체도 참 소박하고, 일상적인 소시민의 생활을 잘 보여준다는 느낌이고, 미국드라마는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범죄추리물이나 수사물, 미스테리물, 의학, 법정 드라마 들이 많다는거다.
물론 우리드라마가 일본이나 미국드라마에 비해 떨어진다, 후지다 그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소재나 내용면에서 우리나라 드라마는 너무 남녀간의 사랑을 두고 벌어지는 이상하게 뒤틀린 삼각, 사각관계, 암투와 복수 등의 내용에 너무 치중한다는거다. 더군다나 그려지는 사랑의 장면도 너무 극단적이고 과장적이다. 그리고 그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반응도 의외다. 내용이나 구성에 대한 공감, 비공감을 드러내는게 아니라, 그 장면에 나오는 어디가 스타일이 세련되더라, 그 장면 주인공이 하고있는 악세사리나 구두, 백이 어떻더라 등 외적으로 보여지는 그런것들에 대한 담론을 나누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드라마는 자꾸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에 치장하기 바쁘고, 그런 모습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그런 외적인 부분을 따라하는 것이 마치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현대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듯 무분별하게 쫓아간다. 이 무슨 악순환인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드라마의 패션과 스타일,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하는 여성들과 그런 여성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남성들, 이런 정서를 이용해 시청률을 올리려고 별 시덥지않은 스토리로 비슷한 드라마를 계속 만들어내는 방송국과 작가들. 수개월간 온갖 스탭과 제작진들이 밤샘촬영까지 해가며 만드는 이런 드라마들은 누구를 위해 뭘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인가라는 생각을 해보면 참 답답하다. 시청률이 올라가고 그래서 그 드라마로 인해 광고수입이 많아지고, 돈만 많이 벌리면 된다 오로지 그런 생각뿐인가.
드라마 제작진뿐 아니라, 우리나라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도 똑같이 책임이 있다고 본다. 식상하고 뻔한 스토리의 그런 드라마를 계속 열광적으로 보며 시청률을 올려주는 시청자도 문제가 아니라고 할수 없다.
이제는 좀 tv드라마 한편을 보면서도 인생의 아름다운 가치, 참다운 행복,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관들을 배울 수 있는 그런 알맹이 담긴 드라마를 볼 수 있길 희망한다.
- 우연히 '스타일'이라는 드라마 한 회를 끝까지 다 보며...(나에겐 참 드문 일이긴 하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