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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변태됐어요.제길.ㅠ

천하장사양구 |2009.09.09 12:39
조회 986 |추천 1

제친구놈 이야기입니다.-_-ㅋㅋ

웃겨서 친구놈 몰래 퍼왔어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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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탔다. 서울대입구에서 신촌을 향해 가고 있는데

시간대가 별로여서 도저히 앉을 자리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신도림역쯤에서 연속된 두 자리가 생겼다.

그 중 한 쪽에 앉으려고 문쪽에서 자리 쪽으로 다가가는 순간 좌석과 등받이 사이의 틈에 만원짜리 몇 개가 끼어있는 것이 보였다. 초 고정밀 라섹수술을 받은 나의 눈에만 보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거슨????!!" 초등학교도 아닌 국민학교 2학년 시절 5천원 짜리 지폐를  주워본 이후 최대의 행운이 올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순식간에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그 돈을 발견한 사람은 나 밖에 없어보였고 이미 돈의 주인은 문 밖으로 나간 뒤였다. 

 

 그 자리를 향해 매우 다급하고 집중된 걸음으로 가고 있는데

순간 50 초반 쯤 되어 보이는 험상궃은 아저씨가 노련한 몸놀림과 허리턴으로 딱 그 자리에 앉으셨다. 나는 움찔하여 아쉬운대로 바로 그 옆에 앉았으나..유난히 빛났던 초록색 종이 뭉치의 모습이 계속 아른거렸다.

이제 내가 내릴 역은 5정거장밖에 안 남았는데.. 아저씨는 그 자리에 융화되어 등받이와 조금도 틈을 주지 않았다. 아니 조금은 있었다... 내 손가락 두 개가 정확히 들어갈 정도? ㄷㄷㄷㄷ

 

그 정도 돈...걍 미련없이 보내자...라는 생각 7.28초 정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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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돈이 어떤돈인가...복학생이 학생회관 밥 예닐곱끼는 족히 먹으며  2주일 환승 포함 교통비를 충당하고 보너스로 당구 죽빵을 한판 쳐도 남을 것 같은 돈이었다..

 만약 신촌역까지 아저씨가 일어나지 않으신다면 내 절호의 찬스는 '훅' 가는 거였다..아저씨에게 돈이 끼었다고 사실대로 말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럼 자기돈이라고 우길거 같아서... 

 

 정말 인생최대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와중에.. 아저씨님이 눈을 감고 가볍게 졸음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심장이 쿵쾅거렸지만..내 손가락 겨우 두 개 들어갈 아저씨님의 둔부와 의자 등받이 사이 틈으로 손가락을 넣어 지폐 뭉치의 행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그 지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다행이었다..그런데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찰나 내 손가락이 아저씨의 뒷 주머니를 스쳤고 본의 아니게 아저씨님의 둔부를 터치했다...

 

아저씨님은 눈꺼풀을 움찔하며 헛기침을 하셨지만 다행히 잠은 깨지 않은 모양이다.. 이제 막 합정역을 지나려는데..도저히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용기를 내어 그 돈을 집기 위해 다시 손을 넣었다.

그리고 과감하게 손가락을 집게 모양으로 변신시켜 돈을 틈으로부터 집었는데..이번엔 할 수 없이 아까보다 신성한 둔부를 더 세게 터치한것이다..이미 손가락을 빼기에도 늦었다..게다가 당황한 나머지 손을 빼면서 돈과 함께 아저씨의 돈부를 거의 "만졌다"

 

아저씨의 눈은 정말 말 그대로 번쩍 뜨였다.

 

 "뭐야!" 

 

 그 분은 진짜 열차 한칸 끝에서 끝까지 들릴  날카로운 보이스를 분출하셨다 (당황하셨는지 삑사리가 나긴했다)

그래서 나 또한 심하게 당황하여 ."아..네?"

라고 정색했는데. 아저씨님은  50%정도 줄인 목소리로

(그래봤자 그 열차 반은 들릴정도로)

 

"왜 자꾸 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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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억울했지만...그 순간 만큼 그 말은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것 처럼 객관적인 명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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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자꾸'라는 부사를 사용한걸로 보아.. 1차 시도에서도 잠 깨지 않은 척 하며 나의 행동을 주시했음이 분명하다...

 

중요한 건.. "만져"라는 단어에서 그 열차 반경 3미터 이내의 사람들이 동시에 나를 응시했다는 것이다...

 

 수영장 샤워실에서 머리 안 행구고 샴푸 거품 그대로 묻힌채로 밖에 나와 매점에서 핫도그 사 먹었을 때보다 23409배 쪽팔렸다..차라리 소매치기로 오해받는게 낫지 않을까?

 

아 마침 신촌역이어서 "아 죄송함..."이라고 차마 끝을 못내고 열차를 뛰어 나왔다..

 

나오는데 머리 속이 하얗다. 그깟 돈 몇 만원에 영혼을 팔다니..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나를 위로하고있었다. 그래... 나는 승리자가 분명해.. 왜냐하면 내 손에는 분명히 만원짜리 지폐뭉치가 있기 때문이다..

 

행여 누가 볼까 조심스럽게

그것을 주머니에 꾸깃꾸깃 넣고..일단 신촌역 화장실에 가서

자랑스럽게 얼마인지 확인하려고 지폐뭉치를 꺼내서 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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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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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손에 잡힌 것은... 지폐가 아니었다.

 

어느 교회의 주보. 상큼하고 싱그러운 초록빛 주님 향기를 표현하기 위해... 만원짜리 돈 색깔 그대로 재현해낸 번듯한 주보..재질도 얇아서 얼추 그럴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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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것을 얻기위해 얼마나 치욕의 순간을 인내했던가...

평생 해볼까말까한 심장 쿵쾅거림과 고민+아저씨의 둔부터치 + 변태게이라는 오해 + 따가운 시선

 

 

미친듯이 길게 느껴졌던 10분이 다시 생각나서 눈물이 울컥 할 뻔했다...나는 그냥 루저였다..

 

 

피 선생님의 '은전 한 닢' 거지가 절묘하게 떠올랐던 나는 심지어 그보다 더 처량한거 같은 스스로가 너무 웃겨서 한동한 멍했다.

머릿속에 맴도는

 

"왜 자꾸 만져?"

"왜 자꾸 만져?"

"왜 자꾸 만져?"

"왜 자꾸 만져?"

"왜 자꾸 만져?"

"왜 자꾸 만져?"

"왜 자꾸 만져?"

"왜 자꾸 만져?"

"왜 자꾸 만져?"

"왜 자꾸 만져?"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은 딱 이런 느낌이다.  

 

 

"남의 돈을 벌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

"내가 의도하고 한 것도 아닌잖아..."

"아저씨도 당황해서 그런말 한거겠지..."

"그것이 주보였다는 것은 의미있는 메세지일 것이다..."

 

 

 

 

 

라고 혼자 되도않는 위로를하며... 지금까지도 나는 속을 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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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다 정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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