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의 기막한 이야기를 들으며 답답해서 간만에 글을 올립니다.
헌법에서 노동 3권을 빼는 것이 저의 소신이다! 과연 이 사람이 헌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런 망발을 하는 것인지! 그야말로 헌법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행위 입니다. 법을 집행하는 법정에서 소란이나 문제를 일으키면 법정 모독죄로 그 책임을 물을 정도로 법은 매우 엄중하며 또한 소중히 다루어야 할 문제이거늘! 하물며 헌법은 더 중요하면 중요했지 덜 하진 않겠죠!
헌법 모독죄를 신설했으면 좋겠네요. 불행히도 세계 여러나라 중에서 헌법이 이렇게 무시되는 나라는 참 없을 듯 합니다. 그야 그럴 것이 헌법이 지금까지 어떤 역사를 밣아 왔는지 살펴보면 쉽게 이해 할 수도 있겠죠. 박기성님에게 그걸 말해 주고 싶군요.
우리나라 헌법은 시작부터 삐끗했습니다. 처음부터 대통령책임제냐, 내각제냐를 놓고 제헌의회에서 첨예한 대립 끝에 내 놓은 절충안이 바로 지금의 대통령과 국무총리죠. 사실 대통령제에 총리란 제도가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대통령책임제에 따라 3권 분립을 하되, 내각제의 총리의 권한을 어느정도 융합하여 국무회의를 주제 할 수 있게 했죠. 그래서 가끔 기사에 실세총리란 기사가 나오는 이유도 우리나라 헌법의 태동과 정부의 탄생이 이런 미묘한 절충에서 시작 되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개헌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죠.
문제는 이 헌법이 제대로 롱런하지 못했다는 것 입니다. 전쟁 와중인 1952년 이승만 정권은 아무래도 의회가 간선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식으로는 전쟁의 책임 때문에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자유당이 최초의 기습 날치기를 선보입니다. 야당의원들은 제대로 국회에 들어가지도 못했죠. 전쟁이 한창인 이 때에 이런 촌극이 생긴 것 자체가 코메디죠. 이 일로 고 김대중대통령이 정계에 뛰어 들 정도였으니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실 듯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되었죠. 우리나라 두번 째 헌법은 이렇게 날림으로 탄생합니다.
그러나 이 헌법조차 오래 가지 못합니다. 다시 이승만 정권은 장기집권을 꿈꾸며 이른바 사사오입이라는 세계 헌법역사상 대 코메디활극을 벌이죠. 헌법가결에 대한 국회의원 선거가 과반수에 어정쩡하게 미치지 못했는 데도, 이른바 반올림이라는 어이없는 논리로 과반수를 넘겼다고 해석하고 또다시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그러나 1954년에 다시 개정된 헌법은 4.19혁명으로 이승만정권이 퇴진하면서 전면개정이 이루어집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내각제 중심의 헌법이 탄생했고 그래서 장면이 내각총리로 대통령에 윤보선으로 하는 제 2공화국이 탄생하죠. 보통 공화국은 통상 개정된 헌법에 입각하여 세워지는 단위로 말합니다. 다시 말해 지금 개헌이 이루어 지면 통상 6공화국이 끝나고 7공화국이 세워지게 되죠. 하지만 워낙 정치사가 복잡한 우리나라에선 이런 이론이 잘 적용되지 않습니다.
뒤에 5.16군사정변으로 박정희가 등장한 이후엔 아예 헌법이 정지되고 이른바 '혁명위원회'가 조직되어 2년간의 신과도정부를 세웁니다. 그 뒤 다시 헌법을 대통령제로 바꾸어 제 3공화국이 탄생하는데, 박정희정권은 그 기간의 중임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시 헌법을 개정하여 이른바 3선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통과시키는데, 따라서 87년 직선제 개헌 전의 마지막 대통령 선거에서 고 김대중 당시 대통령 후보는 총통을 꿈꾼다라는 반론을 제기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 3선개헌조차 오래가지 못하고 바로 유신이 선포되고 이른바 유신헌법이 제정되죠.
정치학적으로 유신헌법은 신헌법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민주주의에 근간한 헌법체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무조건 행정부가 3권을 장악하는 사실상의 총통의 권한에 가까운 대통령제를 탄생시켰기 때문인데요, 결국 유신헌법은 김제규의 총에 박정희대통령이 서거하시면서 종료됩니다.
그 뒤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뜨거운 개헌논의가 있게되죠. 이젠 정말로 군부독재를 끝내고 진정한 민주헌법을 이끌어내자고. 하지만 이럴 세도 없이 12.12군사쿠테타로 다시 전면에 나선 전두환과 군부! 그리고 80년 봄은 5.18광주민주화운동(항쟁)으로 끝을 맺고 다시 두번째로 헌법은 정지됩니다. 이른바 국보위가 사실상 헌법기능을 수행하다가 다시 그들이 헌법을 개정하여 임기 7년의 간선제로써 제 5공화국이 탄생하죠.
그러나 정통성 시비에,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결국 국민들은 87년 6월 항쟁으로 군부정권을 퇴진시킵니다. 바로 이 때 국민들의 민주화의 강렬한 의지에 따라 여야 최초의 합의로 헌법이 개정되었죠. 대통령 5년 단임제 직선, 국정감사의 부활, 헌법재판소 신설 등의 지금의 헌법이 탄생합니다. 그리고 이 헌법엔 그동안 역대정권이 악용했던 게엄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고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명시하죠. 그리고 독재에 워낙 시달린 탓에 중임이 아닌 단임을 하게 한 점도 특징입니다. 그렇게 하여 16년 만에 다시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그렇게 하여 제 6공화국이 탄생합니다. 그 뒤로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이명박정부는 모두 제 6공화국 헌법에 의하여 탄생한 정부로 우리나라 헌법 역사상 가장 많은 정부와 오랜 시간을 유지한 기록을 세우게 되었죠.
하지만 헌법이 바로 국가위정자들에 의해 정지되는 수모를 겪었고 툭하면 헌법을 무시하고 그를 초월하는 정책을 핀 탓에 국민들이나 위정자들의 헌법준수의식은 정말로 빈약한 실점입니다. 그나마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헌법에 대한 인식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다행인 일이죠.
다시말하자면 박기성님의 그같은 말은, 과거 독재시대에나 나올 법한 발언입니다. 그것을 소신을 갖고 국가기관에 일한다니 마땅히 파면조치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번 기회에 헌법에 대한 소중함을 갖고, 헌법이 다시는 무시되지 않는 그런 문화를 가꾸어 나가도록 정말 깨어 있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