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핫티스트가 아니지만, 늘 재범을 지켜보고 있던 대중1 정도입니다...
재범 사태가 터지고 일주일 정도 뒤에 투피엠 관계자를 아는 지인에게 "회사에서 재범을 내보려는 것 같다"는 추측성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힘있게 말한 게 확실하겠구나 싶었죠. 그 전까지는 몇 개월 지나고, 이슈가 잠잠해지면 데려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말을 전해 듣고 어느 정도 희망을 접었습니다.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예상된 박진영씨의 두 번째 글이 올라왔구요. 아마도 박진영씨는 우리 대중이나 팬덤을 생각보다 단순하게 보시는 것 같아요. 대중은 금방 잊어버리고, 새로운-더 매력적인- 가수가 등장하면 다시 그 사람에게 열광할 거라 생각하는 거겠죠.
실제로 대중은 그랬죠, 현아 탈퇴 루머가 그렇게 흉흉하게 돌았지만 유빈이 들어와 제 몫 잘 해내니 또 많이 사랑했잖아요. JYP는 재범도 그 정도라고 생각했나봐요. 다른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박진영은 모든 곡을 자신이 만들고, 어린 가수들에게 부르게 하니까요.
박진영이 지금 이 시점에서 재범을 데리고 올 수 없는 이유는 굉장히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지금에 와서 재범을 데리고 와야 한다면, 팬들은 물론이고 많은 대중에게 자기 회사의 비인간적인 시스템- '미성년인 아이들'을 데리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호하지 않았던-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건, 회사 이미지뿐만 아니라 자존심 강한 박진영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는 거겠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지금 이 결정은 개인 "박재범"의 의사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가 된 재범이의 글에서 I hate Koreans라고 했습니다. 그 당시 재범이가 만난 Koreans가 도대체 누구들이었을까요. 열여덟살의 재범이가 대중인 우리를 만나진 않았죠. 그가 만난 Koreans 특히, 회사사람들이었을 겁니다. 도대체 재범이 만난 한국의 어른들은 열여덟 재범에게 어떻게 행동했길래, 그가 "박진영 곡만 안 받으면 뜰 수 있다"며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으르렁댔을까요..
돈 버는 곳이니 당연히 더러운 꼴이야 늘 있고, 상처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엔터테이먼트 회사에 소속된 아이돌 가수들은 어린 아이들입니다. 회사를 학교처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을 보호해줄 어른들이 없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스쿨푸드는 지웠어용) 엔터테이먼트 회사는 그애들에게는 일종의 아카데미였겠죠. 그애들은 학교라는 정상적인 공동체보다는 회사라는 자본의 이익으로 점철된 곳을 학교처럼 여기던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2PM은 그들만의 확고한 공동체를 케이블 매체-와일드바니나 떳다그녀-를 통해 보여주어 더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범 혹은 닉쿤의 한국어가 그만큼 늘은 건 2PM과 2AM 사이에서 다른 그룹들 보다는 더 끈끈한 응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
저는 지금 돌아가는 엔터테먼트사들의 매니징이 모두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팬덤을 더 크게 발전되고 있고, 아이돌을 바라보는 부러움과 시기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미국국적의 남자 아이돌은 어린 나이에 뜨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기심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 영예들은 어린 나이의 돈이 걸린 일을 먼저 접하고 거기서 오는 상처들과 외로움을 감내한 결과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한국은 관용보다는 컴플렉스가 너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었습니다. 재범에게 자살 청원의 글까지 올린 모습은 저 조차도 한국을 떠나고 싶게 만들더군요.
사실 재범 사태 때문에..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만 간략하게 소망을 밝힌다면, 적어도 이런 일 때문에 재범을 내치는 박진영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이십대 초반의 아이돌 하나를 보호하라는 도덕적인 모습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어도, 부당하게 계약을 파기 하는 파렴치한 모습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라고 부당 계약하고, 아이라고 부당 계약 파기 하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고. 이런 모습들은 사회 곳곳을 바라보는 제 마음도 너무 슬프게 하네요.
차라리 JYP는 지금 재범을 데려와서, 엔터테이먼트 시스템의 위기를 스스로 인정하고 극복하시기 바랍니다. 마흔 중반이 넘어가는 어른이 스무살도 더 어린 멤버의 의지를 방패삼아, 모호한 말들로 결정을 내비치는 것은 너무 비겁합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분들은 핫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싸워주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도 많은 일들에 동참할 것입니다. 재범을 위해 싸워주고, 이기고 싶습니다. 단지 JYP 회사 자체가 아닌, 어리고 재능있는 아이들에게 부당한 계약을 하거나 부당하게 계약을 파기하는, 힘 있는 어른이 힘 없는 아이를 착취하는 구조에서 이기고 싶습니다. 그리고 자기 컴플렉스에 빠져 잘 나가는 타인 하나 죽여 놓고 나몰라라하는 사람들, 여기에 동조한 언론에게서 까지도 이기고 싶습니다.
재범을 이렇게 만든 존재들은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집단들이겠지만, 어쨌든 대중과 언론, 그리고 회사는 재범에게 사과하고 그를 정상적으로 데리고 와야 합니다.
P.S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계시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여전히... 악플이 꽤 있네요..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단지 재범군을 좋아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박진영 식으로 말하자면) 더 멀리보고.. 미국에서 자신의 또 다른 길을 찾는 게 재범에게는 더 행복한 삶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일은 한국에서의 예민하고 민감한 문제들이 첨예하게 엉켜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네티즌의 너무나 무서운 행태, 언론의 동조, 그 속에서 가수를 보호하지 않은 매니지먼트사 ..
사회적으로도 꽤나 큰 상징적인 사건에서,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쓴 글이었습니다. 재범 사태가 잘 해결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대중문화계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사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