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뉴질랜드 -3

주동희 |2009.09.24 08:54
조회 89 |추천 0

 

벌써 오후네요.

이른 아침, 혼자 집을 나섰습니다.

오클랜드의 동해안과 서해안 사이의 오솔길인

‘코스트 투 코스트 워크웨이’를

하이킹하고 되돌아가는 길이에요.

나의 두 발로 직접 이 땅을 밞고 둘러보며,

그와 그의 가족을 가슴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이해하고 싶었어요.

그런데..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어제 저녁, 식탁 앞에서 보이신

그의 할머니의 슬픈 눈빛의 의미..

난 단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들에게

우리의 만남을 축복받고 싶어서..여기까지 온 것뿐인데..



그의 집 앞이에요. 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습니다.

근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어요.

할머니께서 날 끌어안으시며..

어디 갔다 왔냐고..많이 걱정했다고 하시네요.

갑자기 어제의 서운했던 마음이 녹아내리면서..

눈물이 핑 돕니다.

그런데 이런 순간에,

눈치 없게 뱃속에서는 밥 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꼬르륵..”

할머니께서 날 식탁에 앉히시더니,

처음 보는 요리를 내 주셨어요.



“너 먹인다고 할머니가 오랜만에 요리하셨어.

이건 마오리족의 전통음식인

항이..라는 건데..우리 집에선 특별한 날일 때..

할머니가 손수 하시곤 해..

먹어 봐..다 먹고 같이 갈 곳이 있어..”



할머니께서 내 눈을 맞추시며, 먹어보라고 손짓 하십니다.

또 눈물이 날 것 같은데..꾹 참고 있어요.

할머니께서 해 주신 따뜻한 요리를 바닥까지 싹싹 비우고,

그를 따라 온 곳은..‘파넬로즈 가든’이라는 곳이에요.

와..처음 보는 저 수백 종류의 꽃들이 모두 장미라고 해요.

혹시..그가 여기에서 프러포즈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

하고 기대하고 있는데,

그가 어느 비석 앞에 우뚝 멈춰 섭니다.

그런데 비문이 한글로 새겨져 있어요.



“어머~ 한글이네~~! <영원히 기억하리>..

근데 왜 한글로 새겨있지?”

“이 참전비는 한국에서 가져와 이곳에 세워진 거야.

우리 할아버지는..한국전에 참전하셨다 돌아 가셨어.

내가 유학생활을 한국으로 택한 것도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어.

어제..할머니가 널 보고..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셨나봐.

하지만 할머니께서 그러셨어.

.한국이 나에게 아픔을 안겨준 대신,

우리 손자에게 더 큰 선물을 주었다고..그게.. 바로 너야..”



참았던 눈물이..기어코 쏟아지고 맙니다.

오늘을 영원히..기억할 거예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베푼 사랑은 더 큰 사랑이 되어 돌아온다고...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