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 허영자
외곬으로 외곬으로만 흐르던
내 사랑이 쏟아 놓는
선연한 핏자욱
어느 밤은 두견새의 울음
또 어느 밤은
하얀 목마름
빈 뜨락을 비취는
서러운 달빛으로
기슭을 치는 목메인 물결로
안타깝던 내 기다림은
겨운 스스로의 보람에
무르피는 이 봄
진달래꽃
순결 무구한 내 젊음이
흐느끼며 흐느끼며 지우는
불타는 눈물.......
1989년도에 나온 허영자의 수필집 '슬프지 않은 뒷모습은 없다'를 구하고 싶었다. 자동차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앉아 있노라면 심심하기 짝이 없어 잡지책을 들추기 마련이다. 다행히 잡지책뿐 아니라 이런저런 옛 서적들이 그 작은 정비소 도서관에 꽂혀 있었는데,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했다.
1932년생인 필자의 유년기 시절, 소녀 시절, 그리고 젊은 시절에 관한 단상들은... 모두 내가 태어나기 전 시대적 이야기이다. 나는 이상하게도 내가 겪어보지 않은 시대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나 가슴에 와닿는다. 그 시대에 대한 추억이 없으니 향수는 아니련만 그저 순수한 호기심이라고 단정하기엔 아련한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다. 십대 시절... 엄마는 시와 수필을 좋아했었다. 그리고 내가 십대인 시절... 엄마는 80년대에 발표된 수필집들을 읽곤 했다. 나는 수필이 유치하다는 편견 하에 엄마의 문학적 취향을 비웃곤 했었는데, 그래도 가끔 심심할 때면 침대에 엎어져서 엄마가 읽는 수필집들을 힐끗힐끗 들춰보곤 했다. 그리고 삼십대가 된 지금... 나는 엄마의 감수성을 닮아간다... 80년대 수필집들이... 이토록 가슴 깊숙히 파고드는 것이다...엄마가 읽던 그 평범하고 소박한 에세이들의 문체와 정서를 나는...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허영자의 '슬프지 않은 뒷모습은 없다' 수필집은 이미 절판된 상태라 구하기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인터넷 헌책방을 통해 2000원에 이 색바랜 낡은 책자를 구입하게 되었다.
눈물겨운 내 젊은 나날들... 그 나날들을... 이 책 속에서 발견했다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