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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한조각

최영환 |2009.10.06 16:24
조회 124 |추천 0
 

오이 한 조각


최 경


오랜 숙고 끝에 생활의 기력이 없어

반찬 대신 하나사든 오이 한 개,

한 잎  베어 물면 어린 시절 어머니가  깍아 주시던

그 향 그대로가 베어 나온다. 공장의 고단한 일상을

어깨에 걸친체 아들을 위해 일부러 먼 시장까지 돌아가

절뚝 거리며 보따리를 이고 오시던 어머니 .

내가  이딴 오이 사러 그 먼 길을 돌아왔냐며 핀잔을 주면

오이는 이렇게 표면이 거칠수록 맛이 좋고 향이 진하다며

굵은 마디 손으로 오이를 깍을 때마다 손목에선 묵은 시간의 초침처럼

뚝뚝소리가 났다. 이젠 그렇게 투정부리던 아이가 홀로 불쑥 커서

혼자 성급하게 오이를 마구 깍다가 그냥 껍질채로 베어문다 .

그리고 한입 베어 불면 거친표면 과는  달리 연한 속살이 입안에 감기어 그리움의 부피 만큼 무거운 슬픔이 혀안에 잠기어 든다.

목을 가다듬고 눈을 감으며 아하! 슬픔의 맛이 이런거구나 하며 생각해본다 

 그리하여 씁쓸한 오이의 껍질맛을 견딜때  잠잠한 속 맛을 경험할수있는 것 처럼

단단한 슬픔의 겉맛에  비로소 속살의 향긋함을 체험할수있는게 슬픔의 맛인지도 모른다고

끄덕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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