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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봉봉 |2009.11.22 23:38
조회 7,263 |추천 58

 

군 제대 후 등록금을 벌기 위해 택시기사 생활을 석 달 동안 했습니다.

석 달 동안 많은 것들이 멀어지고 정말 많은 사연이 생겼습니다.

우선 늦은 12시에 출근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술이 멀어졌습니다.

폭주기관차처럼 매일 달렸는데 이제는 한 달에 반 병으로 확 줄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한숨만 만들어 내던 잡념이 없어졌습니다.

사람은 바쁘게 살아야 하나 봅니다.

그리고 많은 사연을 통해 대한민국이 아직 살 만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아저씨가 검은 가방을 들고 차에 타더니 빨리 용산동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술 냄새가 나고 해서 “이제 퇴근하시나 봐요?”

말을 건네자 퇴근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며,

자기가 든 가방을 가리키며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아느냐?”라고 묻더군요.

제가 아무 말을 않자 가방 안에 만 원권 현금이 가득 하답니다.

그분의 이야기는 자신도 택시 기사인데 일을 마치고 손님이 놓고 내린 가방을 보고

학생이 놓고 내렸나 보다 생각하며 가방을 열었는데, 순간 숨이 멎을 뻔 했답니다.

그 안에는 만 원권 다발이 서류와 함께 가득 들어 있더랍니다. 그분은 사업 실패로

빚을 지고 사는 처지에 그렇게 많은 돈을 보니 처음에는 욕심이 생겨 돌려주지

않으려 했는데 술을 마시며 고민하다 돌려주기로 했답니다. 잃어버린 사람이

안타까워하며 애타 하는 것을 생각하니 그럴 수 없었답니다. 가방을 뒤져 명함을

발견하고 연락을 취해 가는 길이라며 웃으십니다. 아저씨의 웃음에 저도 웃음이

났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언어 장애가 있으신 부부를 태웠습니다.

남편 분이 황제 맨션이라고 적힌 쪽지와 시청이라고 적힌 두 장의 쪽지를 번갈아

보여 주시는데 이해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신호 대기 중에 도로 약도를

빨리 그려서 볼펜과 함께 건네 드리니 적당한 위치에 표시해 주셨습니다.

집은 이쪽인데 내릴 곳은 이쪽이라고 그림으로 그려 주셨습니다.

내리는 곳에서 문 닫으면서 허리 굽혀 인사해주시고,

한참 동안 손을 흔들어 인사해주시는 두 분. 이런 황공한 인사를 받아도 되는 걸까요?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에 감사해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택시 타고 내리면서 인사하고 잘 가라고 손 흔들어 주셨던 분 계실까요?

택시기사 3개월 동안 얻은 것들이 많습니다. 내 차에 타고 내리면서 고맙다는

표현해 주셨던 분들과, 점심때 꼭 한번 들리라는 순댓국밥 가게 운영하시는 아주머니, 과외 해 볼 생각 없느냐고 알아봐 주신다는 아주머니, 일개 택시기사에게 자기 명함

내밀면서 근처 오면 들리라는 분들입니다. 피곤함이 쌓이는 일이지만 손님들의 소소한 행복을 나눠 받아서 저는 몇 배는 더 행복해 졌습니다.

추천수58
반대수0
베플:-)|2009.11.23 20:13
등록금 버시려고 택시 기사 하셨다는모습이 멋있으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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