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X-File (1- 살인중독자) #1
by. 이려한
2009년2월6일 이야기는 시작된다. 내게 처음 의뢰를 해온 사람은 단정하고 아주 이뻣으며 오똑한 코, 새빨간 오목하게 잘 접힌 입술. 바다를 닮은 듯 넓고 깊은 마음을 지닌듯 보이는 인상. 또 피부색은 어찌나 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는지 매우 깨끗한 하얀색이란 하얀색 다 나와보라 해라. 이보다 하얗고 이쁠 수 있는지, 하지만 이 여자에게서 내가 가장 깊게 느꼇던것은 매우 이쁘고 수려한 외모였지만 왠지 모를 한 없이 깊은 슬픔을 담고 있는듯 보였다.
"어서오세요."
내가 그녀를 위해 따뜻한 코코아차를 준비 해오면서 까지,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이곳을 방문 했다면 사건을 의뢰하러 온, 의뢰자 이겠지만 평소 말을 잘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슬픈 사건이라 입을 결기 무서운 것인지 의뢰자 치곤, 먼저 입을 열지 않는 특이함을 보이던 그녀는 갑작스레 내게 물어왔다.
"여기서 일해요?"
"네, 탐정.."
그녀의 물음에 얼떨결에 답을 하고 말을 얼버무려 버렸다. 왠지 슬픔이 담겨있는 말투라 섣불리 답을 해주기도 난처한 상황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살짝 짓으며 말했다.
"정말 무섭고 잔인한 사건이 저에게 일어나고 있어요."
그녀는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눈살을 가뜩 찌푸린 뒤,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도 진행중일거예요. 날 찾고 있을거예요. 많이, 정말 많이 도와주셔야 해요."
그녀는 나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주 슬프고 무섭다는 눈빛으로 말이다. 그런 눈빛은 나의 대답과 동정심을 유도하는게 당연했다.
"네, 알겠어요. 맡아드리죠."
"조금 우스운 얘기지만 절 똧아다니는 아주 무서운자가 한명 있어요. 절 사랑하죠. 하지만 그의 행동은 사악하고 끔찍해요. 어느날이었어요."
*
똑똑-
제일 처음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건 같은 달 2월1일이었어요. 시간을 보니 8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자고 있던 눈을 뜨고 머리를 빗은 뒤 빠르게 뛰어가 재빨리 문을 열었죠. 하지만 사람이 있긴 커녕 지나가는 생쥐 한마리도 없었어요. 그러다 문득 시선을 아래로 옮겼을 때 보이는 작은 꾸러미 하나가 있었지요. 모양은 빨간색의 네모난 상자였고, 위쪽엔 분홍색 리본끈으로 만든 하트 모양이 달려 있었죠. 저는 두 손으로 상자 윗부분을 잡고 올리니 안은 많은 초콜릿들과 사과맛 사탕, 딸기맛 사탕 등 여러종류의 맛있어 보이는 사탕들이 가득 들어 있었어요. 그리고는 옆쪽에 세워져 있는 쫑긋한 귀를 가진 브라운의 작은 곰인형이 절 쳐다 보고 있었는데, 가슴에 편지 하나를 품고 있었어요. 주위를 두리번거려도 보이는건 역시 집 주위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잡초뿐이었고, 일단 저는 상자를 들고는 문을 닫고 집안으로 들어왔죠.
그리고는 제가 좋아하는 공주풍 화장대의 옅은 분홍색의 서랍에 상자를 넣어두고 편지봉투를 천천히 뜯고는 열어보았죠. 이런 글이 쓰여져 있었어요.
[To. 친애하는 전나련씨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바로 옆집의 옆집의 빨간 지붕에 살고 있는 성혜강이라고 합니다. 저는 매일 오후 잔디 앞에서 꽃을심고, 나무를 심는 나련씨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이틀전엔 연한 노랑색의 원피스의 밑단엔 하얀색 레이스가 달려있고 가슴쪽엔 제가 좋아하는 오랜지와도 같은 아담하고 귀여운 작은 리본. 그리고 머리는 웨이브의 긴 머리를 풀고 나와 하나의 여신처럼 제 마음을 빼앗아 가셨습니다. 또, 어제같은 어둡고 차가운 오후엔, 제가 온기가 남아있는 저의 품에 안아드리고 싶었죠. 머리를 묶던, 풀던간에 나련씨는 저만을 위한 천사와도 같았어요. 저의 식어버리고 얼어붙은 마음을 뜨겁고 찬란한 태양과도 같이 단번에 녹여버리고, 어느 때는 그 작고 빨간 매력적인 입술과 아련한 목소리, 가끔은 기쁨에 들떠 환호의 마음을 대신 하는 발랄한 멜로디.당신의 아름다운 목소리 아니, 나련씨의 존재 자체가 하루하루 저의 심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매력적인 피와도 같이 삶을 지속되게 해주고 있는 저의 생명과도 같습니다. 저와 함께 이번 주말에 저녁식사 함꼐 괜찮으신지요? 나련씨가 저와 함께 식사만 해주신다면 저는 더 이상 바랄게 없습니다. 이번 주말 저녁 6시입니다. 부디 꼭 나와서 저의 기쁨을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슬퍼말고 기쁜하루 보내세요.
2008년12월23일 당신을 사랑하는 성혜강이.
p.s- 이번 주말 6시 나련씨가 자주가는 스테이크점에서 뵈요. 다시한번 꼭나와주셨으면 좋겠어요.]
편지를 읽고 벽에 걸려있는 달력을 보니 오늘은 목요일이었고, 바로 이틀 후에 약속 날짜였죠. 전 신기하기도 하고, 그의 화려한 표현에 이끌려 일단,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죠.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성격인지 저도 궁금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편지를 받은 뒤 이틀째 되는 날이었어요.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고, 오후 약속을 위해 여러벌의 옷들도 한꺼번에 입어보았죠. 밝은 색의 치마도 입어보고 세련된 디자인의 높은 굽의 구두도 신어보고, 이쁜 동그란 캐릭터 삔을 꼽아보기도 했지요. 시간을 기다리지 않기 위해 재미있는 영화를 다운 받아 보기도 했어요.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는만큼 내게 편지를 쓴 그에 대해 기대를 하고 궁금하고 약간의 관심도 가졌었어요. 그렇게 약속 시간은 다가와 골라놓은 옷을 단정하게 입고 가죽가방을 가지고는 약속 장소로 나섰어요. 길을 걷는 내내 기대감을 가졌죠. 모든게 새롭게 보였어요. 오분정도 지났을때, 저는 제가 자주 가는 스테이크점에 도착했어요. 버튼을 누르자 자동문이 열렸고 저번과 그랬듯이 고급스러운 블랙엔화이트 라인이 저를 곱게 비춰줬죠. 신기했어요. 그를 찾으려 두리번거리니, 저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검은색의 고급스러움이 한껏 느껴지는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가 있는것을 보고는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가방을 두 손으로 잡고 그에게 다가갔죠. 겸손하게 일어나 저를 맞아주었고, 가까이서 보니 그의 얼굴을 더욱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꽤나 잘생겨 마음에 드는 얼굴이었고,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푸름은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지게 하는 원천이었죠. 첫인상은 꽤 괜찮다고 느꼇어요.
"어떤 종류를 드시겠어요?"
뒤 이어, 오늘의 저녁인 스테이크를 시켰어요.
그가 먼저 말을 꺼냈죠.
"저의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약간은 떠는 목소리로 방긋 웃으며 말했어요.
"아니에요, 저도 이곳에서 먹는 식사라면 좋아요."
그와 같이 방긋 웃었죠. 사실 궁금한것도 물어볼것도 많았고 의문점도 많았어요.
"저 어떻게 알게 되셧죠?"
레드와인을 기울이고 내게 따라주던 그의 손은 멈췄고, 반정도 붉게 물들어있는 와인잔, 그의 눈은 나의 마음을 읽어내고 반짝이고 있었어요.
"편지에 말햇듯이 우연히 보게 됬어요. 그리곤 첫눈에 반했구요."
그는 조금은 쑥쓰러운듯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주위는 온통 그를 비추는 듯 보였고 환하게 떠올랐어요. 그의 미소가. 반투명한 작은 링박스를 꺼냈고, 여섯잎의 꽃이 그위를 장식하고 있었고, 그는 두 손으로 살짝 윗 부분을 누르며 그 안을 보여줬었죠. 정말 이뻣어요. 노랑색의 금색이 뒤섞인듯 빛을 반사하고 얇은 저의 손가락에는 딱 맞을 듯 이뻣어요. 부드럽고 역시 고급품의 반지였죠. 그의 품에서, 관련된 것 모두 고급, 고급이었죠. 꼭 정말 마음이라도 읽어낸듯이, 조심조심 안전한 스티로폼속에서 나오는 반지의 광체는 더욱 더 빛이 나고 아름다웠어요. 지금은 모두 버렸지만요. 하지만 그의 인상에서 느낀건 남을 배려해주는 능력이 있다는 거예요. 제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고, 전 만족스럽게 웃음을 내보였어요.
"전 괜찮은데.."
저도 모르게 말끝을 흐렸어요.
그 반지가 멋졌던건 분명했어요.
"앞으로도 계속 만나주셨으면 해요."
그때는 그의 활짝 웃는 웃음에 감춰진 끔찍함을 보지 못했어요.
*
"얘기가 너무 길군요."
지루했다. 자신의 좋았던 기억만 말해서 무슨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건지.
머리를 긁적이고 메모지와 펜을 준비했다.
"문제만 말해보시죠."
코코아차를 한손으로 단번에 마셔버렸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희생이된건 뜨거웠던 코코아차뿐이었다. 그녀는 머쓱한듯 눈동자를 돌리며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어느 날 부터 그가 다르게 느껴졌어요. 기분 나쁘게 말이죠."
"어떤식으로 대했죠?"
그녀가 손을 떨었다.
"저를 자신의 소유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