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X-File (1- 살인중독자) #3
by. 이려한
*
그 남자의 집 앞이다. 그렇게 빨리 내 최고제한속도로 달렸는데도 결국 정윤호는 내 옆에 나란히 걸어왔다. 덜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었다. 안으로의 나를 맞이하는 아름다운 여자 가정부였다.
"어서 오세요."
생각 외로 집은 호화로웠다.
가정부, 반짝반짝 빛이 번뜩이는 집안. 바깥쪽의 모습과는 다르게 안은 매우 화려했다. 위쪽의 하얀색 샹들리에, 양쪽의 신발장에 세워진 조각상과 화분에 담겨있는 아름다운 노란색상과 빨간색상의 꽃들, 벽에 걸려있는 이름 알려진 미술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까지. 작은 외관상의 모습과 내면의 모습은 확실히 달랐다.
"지금 심창민씨는 안계십니다."
아룸다움에 넋을 잃고 있던 나는 가정부의 말에 깨어났다.
"여기 정말 좋네요 !"
윤호가 눈을 동글동글뜨며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난 툭툭- 하고 어깨를 치며 윤호의 등 뒤를 쳤다. 눈치없는 정윤호야..
"우와! 저기 담겨있는 사탕 맛있겠어요!!"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입이 찢어질 듯 웃으며 방방 뛰어갔다.
"윤호야..정윤호.."
들릴 듯 말듯 작은 소리로 윤호의 귀에 속삭였다.
방방 뛰며 좋다고 날뛰는 정윤호의 옷을 부여 잡으면서 말이다.
"왜왜? 사탕준대!"
집이 떠나갈 듯 아주 큰 소리로 얘기하며 떳는지 안떳는지도 잘 모르는 반달눈을 뜨며 촐랑촐랑 가정부를 따라갔다. 또 다른 방의 불이 켜지고 빨강색 계통의 벽지가 보였다. 구석의 한쪽엔 작은 책상과 서랍이 자리하고 있고, 가운데는 네모난 사각의 모양으로 된 흰색의 상이 놓여져 있었다.
또르륵- 소리를 내며 물소리가 났다. 윤호는 여기저기 신기해하며 뛰어다니고 있었고, 아리따운 가정부는 물을 따르고 있었다. 또 벽에 조그마한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고, 벽을 막으려다 잘 안붙는지 너덜너덜하게 떨어져있는 다른 색의 벽지가 반쯤 떨어진 채 붙어있었다. 나름 냉철하게 관찰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여기저기 궁금한건 많아 묻고 다니는 윤호. 이런 정말..
"우와! 저벽지는 뭐죠?"
윤호가 응시하는 곳을 같이 쳐다봤다. 내가 발견한 곳과 같이 너덜너덜하게 붙어 있는 곳이 있었다. 문득, 아까 따라놨던 차가 생각났다. 아직 마시지 않은 듯 했다. 발걸음을 옮겨 찻잔 위의 따라놓은 차로 손을 뻗어 들었다. 스읍- 하고 한 모금을 입안에 머금었다. 마시지 않고 나뒀나보다. 식어있었다. 다른쪽을 쳐다 봤다. 윤호는 여전히 옆에서 쉴새 없이 쫑알쫑알 말을 하고 있었다. 재밌어 보였다. 가정부의 표정은 그렇게 즐거워 보이진 않았다. 그럭저럭-
덜컹,덜컹-
문소리가 났다. 가정부는 급하게 뛰어갔다.
"어서 오세요."
아까 윤호와 나를 맞이할때보다 더욱 더 공손히, 가지런이 두 손을 모아 꾸벅 인사하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뚜벅뚜벅- 소리와 함께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약간은 시니컬한 목소리와 가느다란 목소리가 내 귀로 흘러왔다.
"반.."
"반가워요!"
내가 말을 하려는 순간 윤호가 말을 가로챘다. 그리고는 또 다시 똑같은 물음을 했다.
"저 벽지는 뭐죠? 신기해요!"
뚫려 있는 벽지를 가르키며 말했다.
"본드나 테이프, 풀 없어요? 제가 붙여드릴게요!"
윤호가 선심을 베푸려 하나보다. 하지만 의심이 간다. 저 벽지가. 나는 차례대로 하나씩 적어나갔다. 의심가는것 모두 다 -
[1.가정부 2.호화스러운 집 3.뚫려 있는 벽 4.윤호와 가정부 5.차 6.벽지
*모두다 의심 감 *조사 해볼것]
"재중아~"
뭔가를 해결한 듯 맑아보이는 목소리의 윤호가 나를 힘차게 불렀다. 할것 없이 놀기만 하는 녀석이 뭐 저리도 걱정거리 없이 맑은 소리를 가졌는지..
"왜?"
"저 심창민씨가 뚫린 벽지에 대해 얘기해줬어!"
눈초리를 가늘게 뜨며 윤호가 말했다.
"집을 지을때 실수로 뭘 저기에 부딪혀서 뚫렸다고 말했어!"
윤호의 대답에 옆에 서 있던 심창민은 왠지 안절부절한 모습이었다.
겉으로는 당황하지 않은 척 노력하려 하지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그의 모습과 그의 눈빛에서는 초조함을 느낀다.
"뭔가의 비밀이라도 있는건가요?"
다가가며 말했다. 심창민은 식어버린 차를 들며 한 모금 마셨다.
"아니요.."
다가가서 그의 생김새를 보아하니, 코는 오똑하고 높으며, 눈은 동그랗고 아무리 큰 악의를 저지른다 해도 그의 눈망울만 보면, 용서 될것 같았다. 입술은 붉고 이뻣으며 눈썹은 진하고 매혹적이었다. 머리 스타일은 짧고 그 모습은 언뜻 밤모양을 닮은 것 같아 조금의 귀여움을 느끼게 했다. 또, 머리는 마치 양처럼 복실복실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애써 웃음짓는 그의 입모양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저도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찻잔을 뒤적거려 그 위에 잔을 가지런히 놓았다. 떨렸다. 분명 집 안을 둘러 봤을땐 아무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심적 고통이 내게 와닿았다. 윤호는 계속 장난끼 어린 눈빛으로 여기저기 방방 뛰어다녔다. 가정부란 여자는 아무 행동 없이 가만히 서 있었고, 의자를 내오려했다. 빨강색의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작은 의자였다.
"앉아서 얘기하세요."
"아니요. 됫습니다."
미소를 지었다.
손을 살짝 저으며 그녀의 청을 거절한다는 내 의사를 표현했다. 무안한듯 의자를 되돌리며 윤호에게 권했다.
"난 서있는게 좋아요~"
역시나 거절이었다. 나는 잠시 자리를 비워 화장실을 갔다. 소변이 마려웠기 때문이었다. 발걸음을 옮겼다. 방을 벗어난 거실은 조용했다. 노란색의 '화장실' 이라고 적혀있는 표시가 보였다. 문을 열었다. 대체적으로 깨끗했다. 빨강색 벽지였다.
*
가기 싫다는 윤호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집에서의 이상했던 점을 정리했다.
"재중아-"
방금까지만해도 장난끼 어려있던 윤호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눈살을 찌푸린 모습의 진지해진 윤호가 나를 불렀다.
"응?"
솔직히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 알아냈어."
놀랐다. 알아내다니..뭘 알아냈다는 거지?
"뭔데?"
"그 가정부란 여자. 알아냈어-"
진지한 표정의 진심어린 윤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