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에 사는 20대 중반의 여인입니다.
제목 그대로, 제 남자칭구는 공군파일럿입니다.
참... 얼핏보면, 자랑같고 잘난척 같죠...
칭구들이나 친척들도... "남자친구 뭐해?"라고 물어보고는
"응... 공군조종사로 복무중이야"... 대답하면 "이야~ 좋네!"
좋은 직업인건 맞습니다. 남자라면 한번쯤은 꿈꿔봤을 직업이라고 하죠-
하지만... 그런 남자칭구를 둔 여자칭구는... 참 힘듭니다..
저희의 연애사는 대략 이러합니다-
저와 남자칭구는.. 스무살에 만났어요..
한창 철없을 나이였죠..
그때만해도 둘 다 학생이었으니, 돈은 없었지만...
항상 붙어다니면서... 참 좋았었는데...
올해로 저희의 연애는 만 6년, 햇수로는 7년째입니다.
참 오래도 만났네요-
뭐, 사실 첨부터 '오래만나자-'해서 만난건 아닙니다.
그냥 만나다보니, 서로 이만한 사람은 없겠다싶어...
그렇게 계속 만나다보니...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네요...
무엇보다도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도 그 사람을 만나고 있고요.
저희의 진심은 이런데, 요즘은 상황이 저희를 너무나 힘들게 합니다.
남자친구는 지금 임관이라는 것을 하고, 3년차에 접어들어갑니다.
군대에서 앞으로는 약 7년을 더 있어야 하지요.
일반적으로 저희가 아는 군대가 아니고, 직업이 군인입니다.
그러다보니 수도권 근무는 힘들고, 항상 지방으로 교육받으러 다니고..
지금도 지방에서 복무를 하고 있어요...
저는 이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3년전부터 주말연애를 하고 있지요.
평일에는 서로 일에 몰두하고, 자기계발하면서 바쁘게 지내다가...
주말에 만나면 어찌나 꿀맛같고 달콤한지... 시간을 붙잡고 싶을 정도랍니다.
근데 문제는... 공군조종사라는 직업은, 주말마저도 보장이 되질 않는다는겁니다.
새로운 곳으로 발령을 받고 지난 3개월동안은 한달에 한번 얼굴을 볼까말까합니다.
뭐, 이런상황이 저뿐이겠습니까.
결혼하고도 배우자가 해외발령받아서 떨어져있기도 하고, 20대초반 제 후배들보면 남자칭구들 현역으로 군대보내면서 마음아파하고...
하지만 이 직업의 남자칭구를 둔 여자칭구들은 제 맘 조금은 이해하실거라 생각합니다.
단지 한달에 한번본다는게 힘든건 아닙니다.
문제는, 본인도 본인의 스케줄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늘... 비상대기 상황에 있어야하고, 국가안보에 조금이라도 위협이 생기면.. 꼭 그렇지 않더라도 위에서 갑작스레 호출하면 어디에 있던 그 즉시 달려가야합니다.
한번은 둘이서 식당에서 저녁시켜놓고, 밥이 나오자마자 남자칭구가 한술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부대로 복귀한적도 있죠... 그럴때마다 속이 상해서 너무 힘이 듭니다.
항상 주중이면.. 통화할 때마다 "이번 주말은 나올 수 있어?"라고 물어보면...
"....몰라..." 남자칭구는 정말 몰라서 모른다고 하는건데, 이런말을 들을때마다 화가 나는건, 제가 이해심이 부족한 여자칭구라는 반증이겠죠...
만약 주말에 만난다면, 좋은데 놀러가고... 맛있는것도 먹으러 가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게 너무나 많은데... 그렇게 계획을 다 잡아놨다가도... "위에서 이번주는 금족이래" 한마디면, 저의 핑크빛 계획은 모두 물거품입니다. 주말에 일 있는것도 이리저리 다 미뤄놓고, 칭구들이 만나자고 해도... 남자칭구 만나야해서 안된다고 했는데... 저의 주말은 그렇게 공중에 붕 떠버립니다.
평일에도.. 낮에는 거의 통화하기가 힘들고, 밤에 통화좀 하려고 하면...
"오늘 비행을 해서 너무 피곤하다" 혹은 "내일 비행이 있어서 컨디션 조절하려면 일찍자야해" 거의 둘중에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하루걸러는 꼭 비행이 있거든요.
이해 못하는건 아닙니다. 정말 힘들고 피곤하겠지요... 하지만, 서운한건 어쩔수가 없더라구요...
그냥 이 곳은 한마디로 사생활의 없습니다. 어쩌다 주말에 저와 함께 있어도, 항상 군용휴대폰에 신경이 쏟아져있습니다. 울리기라도 하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또 부르려는건아닌지...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전 남자칭구와 껍데기와 함께 있고, 남자칭구의 영혼은 그 곳에서 소유하고 있는 듯 합니다.
휴우... 군대라는게 원래 그렇죠-
나라를 지켜야 하니, 밤낮이 없는게 당연하고... 주말이야 말해무엇하겠습니까-
그래도 다행입니다. 남자칭구가 그 안에서 적응하며 생활하고 있으니...
또... 군인들은 그런게 있더군요-
돈으로는 보상받을 수 없는... 나라를 지킨다는 애국심과 사명감같은...
제 남자친구이지만 저도 한 인간으로써, 그런 모습은 늘 존경합니다.
하지만... 여자칭구로써는 정말 힘이듭니다.
몇해전인가... F-16기종의 조종사 아내들이... 나라에 청원서를 냈다고 합니다.
남편이 너무 바빠서... 아이들마저도 아빠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정도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다고-
기혼자가 이런데, 미혼자에 대한 배려은 더더더더더욱 없습니다.
심지어 요즘은 남자칭구랑 싸울 때마다
결론은 둘 중에 하나입니다.
헤어지거나, 결혼하거나...
에휴... 제가 여기에 이렇게 글쓴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반세기동안 공고히 다져졌던 군의 시스템이 바뀔 것도 아니고...
전투기 조종사가 수적으로 너무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것도 압니다.
참... 서로 어느 부분이 맘에 들지 않아서 갈등이 생긴거라면,
대화를 통해서라도 아니면 싸우기라도 해서 풀겠는데...
이건 뭐.. 답이 없습니다.
답이 있다면 하나겠지요.
제가 참고 이해하고 견뎌내는 것.
앞으로 7년이랍니다. 7개월도 아니고... 7년..............ㅠㅠ
제 남자칭구의 칭구의 여자칭구들(좀 복잡하죠..^^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여인네들 말입니다..)이랑 따로 만나서 얘기하면... 그저 한숨뿐입니다.
혹시... 이런 연애 하신분 계신가요...
어찌 이겨내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