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을 보고 난 후, 영화 한 편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인터넷 영화정보 사이트에서 볼 영화를 살펴보던 중에 이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지난 금요일 오후 4시에 신도림CGV 6관에서 <낙원>을 보았다.
개봉 첫 날이고 오후타임이라서 그런지 관객들이 거의 없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끝까지 남아있었던 사람은 2명 정도였다.
내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감독 때문이었다.
이장수 감독은 드라마<천국의 계단>, <아름다운 날들>, <별을 쏘다> 등으로
어느 정도 연출력이 검증되었기에 이 영화를 보는 충분한 근거가 되었다.
"그 여자의 과거가 어찌되었건 여기가 낙원이라면 그냥 안아주는게 맞지 않을까?"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미경은 반겨줄 가족과 친구들이 없기에 갈 곳이 없다.
무작정 남쪽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탄 미경은 하나도 관광전단지를 보게 되고,
지상낙원이라고 표현된 문구에 흔들려 하나도로 향한다.
섬마을이라 젊은이들은 거의 다 떠나고 아이들과 노인들만 있는 하나도에 도착한 미경.
그 곳에서 '이유리' 라는 가명을 쓰면서 과거의 자신을 감추고
하나도 분교 초등학교 급식실에 취업하여 새출발을 하려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장수 감독을 보고 선택한 영화였지만 기대이하였다.
취향이 달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이야기 구조와 부실한 전개에 공감할 수 없었다.
일단 '미경' 의 캐릭터가 어중간 하다.
그녀의 과거 일이 과연 교도소에서 10년간 복역할 만한 일이었는지 설득력이 떨어지고
10년간 복역한 사람이라는 형식적인 설정에 캐릭터가 제한되어 스토리에 끌려간다.
게다가 '미경' 역을 맡은 김하늘은 어색하다 못해 느끼한 연기로 영화 내내 부자연스러웠다.
'일호' 역을 맡은 지진희도 마찬가지다.
마치 80년대 청춘영화에서 볼만한 대사와 연기로 닭살이 돋을 정도였고,
미경' 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보다는 시골청년으로 신부감을 찾는 남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외에도 공감할 수 없는 극중 상황은 보는 내내 난감했다.
극중 미경은 눈 내리는 추운 겨울 바다 앞에 있는 해먹에 누워
이불도 없이 어떻게 하룻밤을 잘 수 있었고 전혀 추워하지 않을까?
미경이 섬에 있는 숲에서 길을 잃은 장면에 나오는 배경음악은 호러영화에서나 들을만한 것이었다.
가정폭력으로 방황하는 화란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는데 왜이리 건강해보일까?
착해보이던 화란이 어머니는 왜 화란이를 버렸을까?
마을파티가 끝난 후 나오는 불꽃놀이는 마을 예산으로 감안하여 볼 때 가능했을까? 등등..
영화를 보면서 크고 작은 논란거리에 점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다가 꽃씨 뿌려도 될까?"
영화는 필요이상으로 감정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빈약한 스토리에 시간낭비만 한다.
도대체 영화에서 낙원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들에게 있어서 낙원은 심리적 안정과 과거와 현재의 상처들이 치유될 수 있는 곳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다분히 이기심에서 비롯된다.
이 세상에 온전한 낙원이 있을까?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돕고 치유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온전한 낙원을 이룩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지 그렇게만 느끼고 있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물을 마셔도 순간의 갈증은 해소되지만 목마름은 다시 찾아오는 것과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세상에 낙원을 만들 수는 없지만
낙원 같은 기분이 들게, 느낄 수 있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