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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점에서 밤새우려던 모녀

팔다리 |2009.12.14 05:02
조회 58,522 |추천 18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날도추워지고 하니까 작년이맘때쯤 있었던일이 생각나네요

 

 

지난해엔 저나 남자친구나 둘다 학생이라 돈이 별로 없었던 때였어요.

이렇게 말하니까 지금은 넉넉한것같지만 여전히 가난한커플이에요

덕분에 우리 데이트는 코스가 몇개 정해져 있어요

 

1. 창경궁에 천원씩 내고가서 뒷마루나 연못가에 하루종일 앉아있거나 번갈아가면서 낮잠  창덕궁 한번 가봤는데 3천원이고 가이드만 따라다녀야되서 실패했어요

2. 종로에있는 서점에가서 실컷책읽다 청계천에 가서 쉬기

3. 남자친구동네 피시방에서 게임하다 맥어쩌고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이천원짜리 커피한잔시키고 수다떨고 놀이터가서 그네타기

요새는 궁상안떨고 사천원넘는 비싼커피도 마셔요. 그치만 역시나 둘이서 한잔;;

이건 남자친구가 커피를 안마시는탓이에요. 절대 궁상이 아니에요

 

중요한건 여기부터에요. 여지껏 쓸데없는 소리해서 미안요

그날은 겨울이라 추워서 창경궁은 못가고 맘편하게 3번데이트를 실행했어요.

늦게만난탓에 맥거시기엔 11시가 훌쩍넘는 시간에 도착했더랬죠.

언제부턴가 맥저쩌고가 24시간이 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어요.

커피한잔하고 햄버거하나를 사서 먹고있었어요.

분명 난 뱃속이 포화상태였을거에요,,자꾸 하나만 샀다니까 눈물이 날것같아서,,,,

 

우리 맞은편에는 우리보다 먼저와있던 아주머니한분이랑 초등학교 2~3학년쯤 돼보이는딸이 계속 엎드려 자고있었어요.

아주머니는 딸이 뒤척일때마다 중간중간 깨셔서 주위를 둘러보시고 딸한번 보시고 엎드려 잠드시기를 계속 반복하셨어요.

 

그 모습을 계속 봤는데 아무래도 버스를 기다리시는 분은 아닌것 같고 맥어쩌고에서 밤을 새려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 옆이 버스정류장이라 추울때 안에 들어와서 버스기다리시는 분들이 꽤 많거든요

사람을 외모로만 평가하면 안되지만 정말 그 아주머니와 딸 모습이 밥도 제대로 못먹고 지내는 사람들처럼 불쌍하게 생기셨었거든요. 체구도 아주 작고,,,

 

계속 보고있으려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거에요.

집이 없는 사람들인가?? 차비가 없어서 집에 못가고있나?? 자기 자식이 맥저쩌고 아르바이트라서 끝날때까지 기다리고있나??  부부싸움에 홧김에 딸을 데리고 나온걸까?? 설마 남편이 쫒아낸건가??

 

그냥 보고있기에도 안쓰러운데 그런 나쁜쪽으로까지 생각이 들다보니까 너무너무 안돼보이고 불쌍한거에요.

어렸을때 엄마 아빠 사이가 안좋으셔서 엄마가 집나가신적도 많고 저랑 동생 데리고 나가신적도 있고 해서 그런모습이 더 측은해 보였나봐요. 실제로 그런사연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요...

 

남자친구랑 계속 걱정을 하다가

안돼겠다! 여기서 자면 남들한테도 민폐고 아주머니는 괜찮을지언정 어린딸이 너무 고생한다싶어서 내가 뭐라도 도울수 있을까 해서 아주머니께 갔어요

아주머니와 나눈 간략한 대화에요

 

아주머니 왜 여기서 주무시느냐

집에가는 차가 끊겨서 그렇다

집이 어디신데 그러냐

부평이다(참고로 우리가 있던곳은 미아에요)

택시라도 타고가셔야하는것 아니냐

택시비가 없다

택시비가 얼마나 나오냐

2만원정도는 나올꺼다

 

이말을 듣고 제 지갑을 봤어요

고작 2천원이 있었어요

남자친구지갑을 봤어요

3천원이 있었어요

그래도 다행이 통장안에 5만원정도가 있어서 체크카드를 들고 근처에 있는 atm에 가서 3만원을 찾았어요

3만원보다 더 아까운건 1200원 수수료,,ㅠㅠㅠㅠㅠ

 

3만원을 들고 아주머니께 가서 2만원은 부족할까봐 3만원을 드리면서

 

정말 2만원이면 되냐

좀 넘게 나올꺼다

아주머니 미안하다 생각말고 사양말고 받으시고 이거 3만원이니까 집에 갈수있을꺼다 아니면 근처 모텔이라도 가서 따뜻하게 주무셔라

부족할수도 있으니 지하철로 갈수있는데까지 가고 택시타라

알았다. 고맙다

엄마 진짜 가는거야?

진짜 가?? (옆에 계속 보고있던 딸)

가자

 

이러고는 황급히 맥어쩌고를 떠나셨어요

저는 아주머니가 괜찮다고 안받겠다고 거절하실 줄 알았어요,,,,,

은근히 자존심 상할일이잖아요

거절하시면 한사코 괜찮다고 다시 들이 밀려고  생각하고있었어요

괜찮다고 어차피 이거 그냥 놀고먹는데 쓰려던 돈이었다고 이런말 하려고 생각하고있었어요

 

그런데 아주머니는 옳다구나 하고 받으셨어요

정말 좋은마음으로 주려던건데 막상 그러고 나니 돈이 살짝 아깝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옆에서 남자친구는 저아줌마 이동네에서 자주 봤다고 이러고,,,,,,,

 

따라나가봤더니 아줌마는 지하철 타러는 가시지도 않으시고,,,,,,,,,,,,,,,,,

 

멀리까지 가는걸 봐도 택시도 안타시고,,,,,,,

 

따라나온 우릴 보더니 황급히 도망가시고,,,,,,,,,,

 

사실 남자친구는 그러지말라고 했었어요. 원래는 정말정말 착한애에요

그러고다니 아깝다는 내색도 못하겠는거에요,,ㅠ

그냥 그돈을 받을정도면 어차피 불쌍한사람들인데 뭐라도 보템이 되겠지,,

살림에 3만원이라도 보템이 되겠지,,,

이런생각으로 스스로위안을 하고말았어요

분명 잘한걸꺼에요

속은게아니에요

 

 

 

 

그냥 이런일이 있었다구요,,,,,,,,,,,,,,

 

 

 

지난 얘기 써서 미안해요,,,,,,,,,,,,

 

 

 

남자친구 있다그래서 미안해요,,,,,,,,,,,,,,,,,,,

 

추천수18
반대수0
베플koz|2009.12.15 10:01
아 나 인간적으로 말해서 atm기 수수료 넘 비싼거 아니냐?
베플힘내!|2009.12.15 09:15
그 3만원이 언젠가는 10배 100배 1000천배로 돌아올거야.. 추운날...초등학생댄다는 애는 얼마나 춥겟어..
베플배드|2009.12.14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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