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에 제게 사귀자고하던 사람이 있었어요. 저보다 훨씬 험한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인 것 같아서 호기심은 갔지만, 이 사람이 사는 세계가 좋지 않아보여서 전혀 사귈 마음은 들지 않았죠. 호기심에 몇번 만나다 보니.. 마인드는 제대로 된 사람인 것처럼 보였어요. 알고 지낸 기간이 너무 짧아서 사귀어도 좋을지 확신은 들지 않았는데, 거절을 어려워하는 성격탓에 엉겁결에 사귀게 되었죠. 하지만 사귄지 열흘후에 실수로 제가 가진 고가의 물건을 파손했고, 그 이후로 몇주간을 미안하다며 곧 주겠다고 얘기하다가... 한달 후부터는 연락도 안받고 자취를 감췄어요.
그 사람이 자취를 감춘 이후에 다행히 그 사람 친구와 연락이 닿아서, 그 친구가 그 사람이 이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 얘기해주더라구요. 나이트, 원나잇, 룸살롱, 혼인빙자간음, 동거녀와의 사이에 딸을 낳고, 유부녀와 바람....... 그런 것들이 그 사람의 과거이고 지금도 그렇게 산다고 하더군요. 그때까지 제게 했던.. 생각이 깊어 보였던 말들이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걸 알게되었죠.
저는 아마..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조건'에 있어 그와는 많이 다른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자라온 가정은 재산, 학벌, 교양에 있어서 상류층이고, 저는 소위 명문대에 다니고 있어요..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좀 날렸다, 놀았다'고 했고... 고등학교졸업만 하고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대화를 해 보아도 지식도 거의 없었고, 행동에 있어서도 교양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얘기했던 '인생에 대한 마인드'가 괜찮아 보여서, 다른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일 수 있겠다고 가능성을 걸었던 거였죠.
하지만 결국 이렇게 안좋게 끝나고 나니... 조건을 뛰어넘어가면서 사람을 사귀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느낀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사람은 자신의 조건 이상으로 정말 '나쁜' 사람이기도 했지만.......).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 보다, 그의 세계와 제 세계의 차이는 단순히 조금 못가지고, 조금 더가지고의 차이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교육수준 및 가져온 경험의 차이로 인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 인생에 대한 고민, 인생에서 만족을 얻는 방법 부터가 달랐던 것 같네요. 저는 그의 인생에 대해.. 결국 한심함까지 느끼게 되었구요.
저는 이제 23살이고.. 나이먹어감에 따라 사람을 가리게 되는 걸 느낍니다. 이제는 적어도 저와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온, 저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하고만 함께하고 싶네요......
사람들은 조건따지는게 사랑이냐는 둥 말들이 많지만, 이것저것 따져가며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단순히 조건때문이 아니라, 그가 사는 방식에 공감할 수 없어서반드시 갈등이 있고 헤어지게 되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