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만 좋아하고 그들의 노래만 듣는건 아니지만 그만큼 접촉할 기회가 많고 쉬우니까, 라고 항변하고 싶다. 올해 2월 처음으로 남긴 동방신기 시아준수에 대한 글은 시선집중, 톡에 소개되며 많은 사람들의 동감을 받았지만 그 후로 남긴 음악에 대한 글들은 운이 없었기 때문인지, 그 가수의 명확한 '팬'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주목받지 못하였다.
우연찮게 진심을 담아 쓴 글이 사람들의 집중을 받게 되고, 힘을 실어주는 댓글과 비난 또는 악플이 뒤섞이면서 나는 이 목록을 채워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표현인 '원래', '그냥'을 빌어 쓰자면,
'원래'는 귀로 전해진 음악이 마음에 드는 순간 적당한 미사어구를 찾아 쓴 글로 완성하려했던 목록인데, 잘 모르겠다 '그냥'.
나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다. 수년간 어떤 가수의 팬으로, 모니터로 살아오면서 이제는 TV에 나오는 아이돌그룹 멤버의 눈알 굴리는 것만 봐도 대충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어제와 그저께 방송된 SBS가요대전과 KBS가요대축제에서 유이가 2PM의 춤을 추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는 것도, 소녀시대의 멤버 제시카와 티파니가 다른 가수들과 합동무대를 하던 중에 잡담을 하며 친한 척 하는 것도 다 '목격'하였다. 전처럼 그들의 실수와 잘못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것은 그들을 꼬집음으로써 더욱 발전할 모습을 기대할만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연말 시상식에서 유난히 돋보인 한 그룹이 있다. 돌아올 사람이 있는. 나는 MAMA에서도, 어제도, 그저께도 꿈꾸었다. 무대 가운데로 짠 하고 등장하는 박재범의 모습이나, 함께 했던 무대가 시작되면 슥 끼여서는 언제나 헤어진 적 없었던 것처럼 팀에 합류하는 Jay의 모습을. 그러나 시상식마다 으레 팬들의 자리를 비추면 크게 등장하는 플래카드의 '박재범', '리드자'의 이름만으로 그에대한 그리움을 충족시키는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에대한 이야기를 떠올리자면 아무리 해석이 과도하였고, 어렸을적 치기가 담긴 말이라 할지라도 '한국에 돈을 벌러 왔다'는 둥의 이야기는 괘씸하다. 그러나, 2PM의 팬 HOTTEST라고 말할 수 있는 팬은 아니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열혈남아, 떴다그녀, 와일드바니 등을 모두 챙겨본 사람으로서 재범이 더이상 한국에 대한 악한 감정이 없다는 것을 자부할 수 있다. 박진영의 말은 믿지 않지만 와일드 바니 제작진의 말은 믿는 사람으로서 하는 얘기다. 당시 인기의 최정상에 있던 유승준을 추락하게 만든 일도 이와 비슷하다. 나의 주관적이고 현실타협적인 의견으로는 그때의 일과 재범의 일을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여가수에게 치명적이었던 Sex비디오나 남자관계에 얽힌 이야기로 추락했던 백지영, 아이비도 컴백하여 그 때의 실수와 누락된 이미지를 씻어내고 있으며 신정환과 같은 범법행위를 한 자도 곧 복귀하여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예로 들기엔 큰 반발이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나는 그를 혼낼수도 있는 '팬'이므로) 근 10년간 쫓아다녔던 신화의 멤버 신혜성이 불법원정도박을 한 것, 슈퍼주니어의 멤버 강인이 폭행혐의에 연루되고 한 달도 안되어 음주운전을 한 것 등의 범법행위가 아닌 이상 그가 서로를 그렇게도 아끼고 사랑하는 7명의 팀원에서 빠져나가, '리더'의 자리를 공석으로 만들어 놓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 MAMA에서 남은 여섯명의 멤버가 눈물 흘린 것이 지난 날 그들의 노력에 대한 눈물 뿐만이 아닌, '박재범'이라는 공석의 허전함과 고통에 대한 눈물이 1%라도 섞여있었다는 것을 알기에 이제 그 1%의 짐은 덜어주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MAMA, SBS가요대전, KBS가요대축제, MBC가요대전, 골든디스크 등 2PM은 어느 가수들보다 많은 무대를 준비하였다. 1년전만 해도 '10점 만점에 10점'이라는 생소한 노래를 어필하며 원더걸스의 탱고 파트너로 출연했던 그룹이 어느새 정상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어제, 그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겨주었던 노래는 박재범이 있을 때의 'Again & Again'이란 노래였다. 다시한번, 그들의 이름이 외쳐질때 여섯명의 멤버와 함께하는 사람이 샛파란색의 말도안되는 의상을 입은 박진영이 아닌, 박재범이길 기도한적이 있었다.
밝게 웃지 못하게 될 것을 걱정한 것이 아니다. 더 환하게 웃을 수 있는데 참고있을 그들이 안타까워 한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아이돌가수에 대한 평가가 '실력'에 대해서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한 것을 알고 있다. 또한 나 역시도 싫어하는 가수에 대한 평가는 결국 '실력이 없다'는 식으로 폄하하곤 하니까. 전에 동방신기에 대한 글을 쓸 때에도 그들이 아이돌 가수이지만 실력만은 대단하다는 것을 피력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글에 투자했는지 모른다. 그저 그들을 나와 같이 좋아하는 팬들을 만족시키는 글이 아니라, 그들에 대해 별 생각이 없는 혹은 삐딱한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과도 소통하는 글이 되고싶었던 욕심 때문이었다. 2PM의 음악성과 실력에 대해서, 나는 그만큼의 글을 쓸만큼 확신하지 못하므로 슬쩍 피해가는 반면에 '의외로'라는 말로 설명해야 할 듯한 몇 곡이 있다. 그 중 하나가 'Back 2U'라는 곡.
독특하달지 모르겠지만, '타이틀 곡'이라는 데 이미 질려버리는 성격이라 그렇게 옛날의 신화 앨범도 5,6집은 항상 타이틀 곡을 피해 골라 듣곤 했다. 가수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린 훨씬 더 많이 그 '타이틀 곡'이라는 데 노출된다. 길거리에서, 라디오·TV를 통해, 인터넷을 하다가 블로그 배경음악으로, 미니홈피 BGM으로 등등. 특히나 요즘의 후크송들은 더욱더 그러한데 곡의 초입부만 들려도 벌써 질려서 넌덜머리가 나버리는 현상을 요즘은 꽤 자주 겪는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란 말은 꽤 어려운데, 오히려 나의 음악적 취향은 여기에 맞는 듯 하니 까다롭다면 까다로울 구석이다. 단 한곡으로 어필을 할테면 디지털 싱글 앨범으로 승부를 걸던가, 12번 트랙을 가득 채워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말도 안되는 노래를 이것저것 끼워넣다보면 결국 소비자 또는 팬을 우롱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명반'이란 것은 그 모든 트랙이 완벽해야하니 왠만한 레전드가 아닌 이상 '아이돌' 그룹은 넘볼 수 없는 산과 다름 없다.
그런 의미에서 타이틀 곡이 아닌 다른 곡이 의외성을 차지하는 경우는 꽤 신선하다. 누군가 그랬든 K.will의 '눈물이 뚝뚝'과 견주어 비교할만큼 슬픈 가사와 흡인력있는 독특한 멜로디는 흡사 '느와르'가 떠오를만큼 애매모호하지만 반복재생을 꾹 누르게 하는 힘이 있는 곡이다.
특히나 이들의 곡은 노출빈도가 많아 금방 질리기 십상이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매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엔딩퍼포먼스가 없었다면 벌써 질렸어야 했다. 안다는 사람들만 알았던 '10점 만점에 10점'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에, 시상식에 나와서 똑같은 무대를 재현하는 것을 보고 옛날의 내가 경악했던 것 처럼. 그것이 '니가 밉다' 또는 'Again & Again'에서 박재범의 빈자리를 비워둘수밖에 없었던 게 이제는 'Heartbeat'라는 노래로 그의 빈자리를 메우려 더욱 바삐 움직이는 그들의 노력 덕택인지는 몰라도 아직 질리지는 않았다지만 그만큼 타이틀 곡의 '보편화'는 무섭다.
소녀시대 9명 중에 두세명이 빠져도 잘 모르겠고 슈퍼주니어 13명 중에 다섯 명이 빠져도 그게 누군지 잘 모르겠는 반면에 이들의 단 한 자리 '빔'은 유난히 잘 보이는 것은 그들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그의 과한 책임의식 때문도 있지만 자살 청원으로 까지 몰아세웠던 우리의 잘못도 큰 몫을 한 일이다. 일본에서는 국가대표 야구팀이 지고 돌아오면 '○○○감독, 할복하라'는 문장을 일간지 1면 표제로 쓴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살 청원은 처음 듣는데다 끔찍하기 짝이없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자살청원'이라는 글을 읽고 그게 무슨 뜻이냐 묻던 재범의 말에 좋은 뜻으로 해석해주었던 한 멤버의 이야기를 알고있는 사람으로서, 그에게 그렇게 까지 '가해'해야할 권리가 과연 우리에게 있는지 되묻고 싶다.
사실 '이 맘 때쯤 오겠지'했는데 오지 않아서 사람들이 그를 잊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이돌가수 빠순이라는 말을 동방신기를 좋아하면서부터 들었다. 그럼에도 동방신기 해체설과 재범 한국비하설이 같이 돌기 시작했을 때 나는 재범에게 관심을 쏟았다. 그 때의 내 맘이 기네스 북에 등재될 정도의 수와 파급력이 있는 동방신기의 팬- 카시오페아를 믿었기 때문인지, 재범이 더 위태로와 보였는지는 증명할 수 없지만 핫티스트가 아닌 이름으로 재범의 탈퇴반대에 서명을 했던 사람이다. 나는 그에게 사죄하고 싶고, 사죄의 기회를 주고싶고, 한국이 당신을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미 쫓아내 버렸지만 돌아올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또, 2PM의 정규1집의 모든 곡이, 비록 이혼한 박진영이 작사작곡했다 하더라도 떠나간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보다는 재범에게 보내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1:59PM>이 앨범명인 것과 티저영상 공개 곡이 '기다리다 지친다'였던 것 등. 나는 박진영의 말빨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무릎팍 도사에 나와서 그가 재범에 대해 언급했다는 기사가 낚시일 거라는 확신을 100%가지면서도 결국 그 방송을 보았고, 내 짐작이 맞았음을 확신하였다. 결국 그의 언급이 있었지만 변한 것은 없고 그는 프로듀서이자 책임자라기보다는 현재 가수라는 본업의 욕심에 '쩔어서' 여러 방송가를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결국 어떤 문제도 매듭짓지 못하였다. 동방신기 세 멤버는 SM이 보이콧을 선언한 무대에 나와 수상소감을 밝혔으며 슈퍼주니어는 멤버 네명을 뺀채로 무대에 올랐고 재범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떤 세대이든, 어떤 현실이든 사람들을 치유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것이 음악이라면(어제, KBS가요대축제), 여기저기 칼을 대고 주사를 맞아 예뻐진 얼굴로 밝게 웃는 모습을 카메라에 비추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인 불완전과 불안부터 해소해주어야 한다. 말이 많아 대상 수상을 없앤 공중파 3사의 가요대전이 지금의 연예대상처럼 막장드라마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그래야한다.
내일은 2010년의 새해가 뜬다. 이미 카메라를 잃어버려 90만원짜리 액땜을 했지만 홀가분하지 않은 마음을 씻을 수 없다. 다시 구입할 MP3의 이어폰으로 전해지는 곡들은 누구의 목소리도 제외되지 않은, 또한 의외성있는 곡이었으면 좋겠다.
P.S. 2PM의 등짝 퍼포먼스에 말이 많다. 동방신기 팬들에게 뭐가 그리 두려운지 묻고 싶다. 이미 동방신기는 지난 해 퍼포먼스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고 또한 미로틱이란 곡이 19세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한 비난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2PM이 옷을 뜯고 등을 드러내는 퍼포먼스로 동방신기보다 극찬 받을까봐? 아니면 사람들의 머릿속이 동방신기를 잊고 2PM으로 각인될까봐?
나는 팬들이 가수를 망치는 상황을 많이 봐왔고, 또한 가수가 팬을 욕먹이는 상황도 봐왔다. 또, 이런 경우는 지금도 현존하는데 '침묵사건'으로 유명했던 소녀시대는 팬이 잘못인지 가수가 잘못인지 쌍방의 책임을 다 물어야할 것 같기에(난 가수들의 루머는 대부분 믿는다. 내가 알고있는 이들에 대한 루머만해도 꽤나 신빙성있는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많으므로) 패쓰. '무조건' 그들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 팬은 아니다. 분명 권지용이 관람등급이 정해지지 않은 콘서트에서 성행위를 연상케하는 퍼포먼스를 한 것은 잘못을 따져볼만한 일이고, 꽃뱀에게 낚여 상의를 탈의한 채로 자고있는 사진이 찍힌 전진은 팬들에게 욕을 먹어야할 부분이다. 동방신기가 해체위기에 놓여있다는 기사 속에서도 시아준수의 이름으로 캄보디아에 성금을 기부하고 집짓기 자원봉사를 나선 팬들이 진정 모든 이가 닮아가야할 팬의 모습이기에, 오늘날의 '철없는' 팬들에게 쓴소리 한 번 하고싶다.
2PM은 동방신기를 닮고싶은, 존중하는, 좋아하는 그룹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고,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