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을 맞아 주주(酒走) 선수들이 모였다. 메뉴에 대해 생각하다가 한 선수가 얘기했던 오리집.
가격대비 성능이 훌륭하다고 해서 간 곳이 증산동에 있는 설악식당이다.

대로변은 아니지만 약간 큰 골목에 있어 찾기도 힘들지 않았고 주택을 담을 허물어 주차가 편하여 식당을 찾느라 열 받는 일이 없어서 참 좋았다. 신년 들어 처음 한잔을 하는데 술 마시기도 전에 힘이 들면 좀 아니지 않은가?
오리 한마리 로스구이를 주문하였다.


생오리가 분해되어 나오고. 고기 색갈이 붉으스름한게 오리의 신선도는 문제가 없다.

고기를 갖다 주자마자 아줌마가 불판에 고기를 올리려고 성화를 하는데, 이는 안될 말씀. 무슨 고기를 구워도 불판은 적당히 달궈져야 한다. 그래야 육즙이 달아나지 않아 구워졌을 때 고기가 맛이 있다. 오리고기도 예외는 아니다. 제발 불판을 올리자 마자 고기를 얹어 놓는 일을 없도록 하자.

굽는 양이 많을 때에는 중간에 마늘을 같이 굽는다. 고기가 다 구워지면 마늘을 깔아 놓고 그 위에 고기를 얹으면 너무 많이 구워지거나 타는 불상사를 면하면서 고기에서 나오는 육즙과 기름으로 마늘이 맛있어진다. 이렇게 구워진 마늘은 또 다른 안주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먹는 속도가 그렇게 늦지 않기 때문에 같이 구웠다. 오리고기에 마늘향이 살짝 베어 들면서 약간 밋밋한 오리 맛에 풍미가 더해져서 고소한 맛이 증가가 된다.
오리고기가 구워지면서 본격적은 달리기가 시작이 되고 술잔이 마주치는 횟수가 더 할수록 분위기는 좋아진다. 고기가 잘 구워져 맛도 좋고 그에 따라 우정도 깊어진다.

오리고기 로스는 오리고기 맛 자체를 즐기는 것. 설악식당 오리고기 자체가 신선하여 오리고기 맛은 정말 괜찮았는데 그래도 식당은 그 집 특유의 맛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 집 찬을 꼼꼼하게 맛을 보았는데…

파가 많이 들어간 김치가 꽤 괜찮았다. 너무 푹 익지 않아서 파의 질감도 잘 살아있었고 감칠맛도 꽤 좋아 오리고기의 느끼함을 없애는데 꽤 괜찮았다. 설악식당의 맛은 여기서 정해진다고 해도 돌 것 같았다.
오리고기가 다 먹으니까 오리탕을 준비해 주었다. 오리고기 로스와 셋트. 그러므로 값은 따로 받지 않는다.

오리탕이 처음에 왔을 땐 오리 비린내가 나서 먹기가 나빴다. 그러나 이 집 오리의 싱싱함을 믿고 '조정작업'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아까 오리와 함께 구웠던 마늘이 꽤 있어 너무 탄 것은 제거하고 오리 탕에 넣었다. 마늘이 구워지면서 마늘 향이 약간 변형이 되면서 생마늘과는 다른 풍미가 난다. 그리고 마늘 성분의 당이 약간 카라멜이 되어 (설탕을 끓이면 카라멜이 된다) 감칠 맛이 높아진다. 그리고 산초를 달라고 해서 아주 소량만 넣었다. 그러니 아주 먹기 좋은 국물로 탈바꿈이 되어 소주 두어병을 또 비우게 되었다.
설악식당의 포인트는 가격대비 성능이다. 서울 시내나 근교에 가면 오리 로스 한마리 가 3만원이 넘는데 이 집은 그렇지 않다.

싼 곳은 19천원대도 있지만 그런 집 오리의 신선도는 별로 인 듯.
그리고 또 다른 중요 포인트는 오리고기의 양이다. 여느 집은 오리가 다이어트를 했는지 셋이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데, 설악식당은 네 명이서 잘먹었다 할 만큼 양도 충실해서 기분이 괜찮았다.
가정집을 개조도 별로 하지 않아 좀 허름한 식당. 방에는 우풍도 심했고 멀건 형광등 불빛에 분위기도 그랬지만 고기맛 싱싱하여 우리 선수들 모이기엔 딱 좋았다. 설악식당에서 잘 구워진 고기를 입에 물고 말간 소주잔을 부딪치면서 우리는 지난 해의 어려움을 잊고 새해를 맞아 또 다시 어깨를 폈다.
상호: 설악식당
주소: 서울 은평구 증산동 19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