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 줘!"
/ 보 스
아침 출근 후,
너무 조용한 침묵이 싫어
습관처럼 TV를 틀어 놓고
어제 접어 두었던 책 한권을 집어 들었다.
펼쳐진 책장 사이로 쏟아진 아침 햇살이
눈이 아프도록 시린 날이다.
커피 향기가 은은하게 피어 오르고
시끄러운 소음처럼 들려 오던
TV 속 드라마 대사 한 마디가
내 몸의 온 신경세포를 멈추게 한다.
"엄마! 밥 주세요!"
수천번도 넘게 반복했던 외마디 같은 이말 한 마디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가슴이 짠하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엄마! 나 밥 줘...!"
"너는 아직까지 밥도 못얻어 먹고 다니니?..."
살갑게 눈을 흘기시던 어머니...
두 아이의 아버지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의 품을 떠나
둥지를 틀고 살아 온 지난 세월이 벌써 얼마인데....
"엄마 밥 주세요"
평소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드라마 속의 짧은 대사 한 마디에
내 가슴 속에서는
멀미가 일고 말았다.
나는 지금도
내가 가장 아끼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밥은 먹은거니?"
라고 습관처럼 자주 묻는다.
요즘같은 세상에
밥 굶고 사는 사람은 없을텐데
언제부터 나에게 그런 습관이 스며들었는지 모르겠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충족돼야 할
생물학적 본능이기 때문에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식성이 달라
많이 낯설어 했던 아내의 식탁이
어머니의 밥상보다 더 익숙해져 버린 지금...
시래기 국 한 그릇에
묵은지 한 접시,
그리고 꼭꼭 눌러 담은 고봉밥 한그릇 올려진
어머니의 소박한 밥상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은
어머니의 밥상에는
팍팍한 세상 살아 가느라 허기졌던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만큼
깊고 따스한 사랑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고향 집 어머니께 달려가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 했던 것처럼...
엄마..나 밥 줘!!..하며
어리광이라도 한껏 부려보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