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축구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건장한 청년입니다.
그저.. 오늘의 참사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약 10년간 주말마다 꾸준히 공을 차면서 항상 느끼는 건
"공은 둥글다.. 고로 승패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였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강호를 꺾을 수도 있고
2003년 10월 22일 오만에게 3:1의 패배의 굴욕에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최근 국대 수비수들의 별명이 "자동문"이라더군요..
뭐.. 수비하다보면 한 두번 실수쯤은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동아시아 축구대회가 시작되고 첫 경기 홍콩전..
기분좋은 5:0의 승리를 이끌어냅니다.
(물론.. 전반전까지는 좋았지만 후반전은 좀 아니었다고 봅니다..)
한 두번 수비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못했고
거의 반 코트 게임이었기에...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문제의 중국전..
드디어 자동문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첫번째 골 장면입니다.
(김정우 이병의 환상적인 2:1패스.. 중국선수가 병장이었나요?)
뭐.. 물론 패스를 커트하려고 발을 갖다댄건 이해합니다.
워낙 볼의 속도도 빨랐고 무의식중에 차단하려는 의도였지만..
결과는 멋진 2:1 패스에 이은 크로스, 헤딩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뭐.. 이때까지는 아직 전반 초반이고..
우리나라 선수들이 몸이 덜풀렸구나.. 하고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운은 첫 골을 허용하고 약 20분 후에 벌어집니다.
(곽태휘 선수의 불안정한 트래핑)
수비수의 첫번째 덕목이라하면 안정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해설에서도 나왔고 몇일 전 기사에서도 나왔듯
골 보다는 수비에 더욱 집중하겠다던 곽태휘 선수의 불안정한 트래핑..
문제는 여기서 끝난게 아니라는거죠..
(불안한 심리가 만들어낸 총알같은 패스)
충분히 여유롭게 걷어낼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트래핑 실수를 의식해서인지 볼 처리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이 패스가 결정타가되어 두번째 골을 헌납하며
왜 우리나라 수비수들이 팬들에게 "자동문"이란 별명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 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렇게 전반이 2:0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어이없는 실점들로 인해 분위기가 넘어가서 그런지..
공격도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잘 하겠지..
하프타임때 뭔가 특단의 조치가 내려질꺼야..
라는 생각으로 후반전의 선전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후반 10분만에 그런 기대는 '더 이상 골만 먹지말고 2:0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바뀌었습니다..
(후반 10분경.. 슛터링과 반대편 두명의 공격수를 완전히 놓친 한국수비)
한국진영 오른쪽 측면에서 왼쪽으로 길게 넘어온 크로스를 중국선수가 가볍게 터치 후
강력한 슛터링을 올립니다..(아무래도 슛팅인 것 같습니다..)
만약 여기서 조금만 더 침착하게 반대편 공격수에게 밀어줬다면
발만 톡 갖다대도 골이 들어가는 상황이 나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지요..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던 중 후반 14분경
한국은 마지막 어퍼컷을 맞게 됩니다.
(이 골을 보고 한 마디도 할 수 없었습니다. 완벽한 패배입니다.)
중국진영에서부터 치고나와서 짧은 원투패스에 이은
개인기로 한국 수비를 가볍게 제친 골..
(물론 그 바로 전 상황에서 김정우선수에게 파울이 주어져야 맞다고 봅니다만..)
역습상황에서 중국 공격 3명, 한국 수비 5명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수비수의 침착함이 얼마나 요구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황이라 할까요?
물론 비가 내려 잔디가 조금 미끄러웠고
수비하기 힘든 상황임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수비의 기본은 "공을 뺏는 것"이 아닌 "공격을 지연시키는 것"
이라는 수비의 기본 이념에서 페인팅 한 방에 한명씩 쓰러지는..
저런 상황은 조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렇게 32년 동안의 "공한증"은 통쾌한 중국의 복수전으로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싸워 준 축구대표팀에게는 항상 박수를 쳐야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박수치기가 싫습니다.
나는 냄비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좀 끓어야겠습니다.
당장 이번 주 일요일 일본과의 마지막경기 결과에 따라
언론에서는 "허정무 감독"에 대한 칼날을 세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어떻게 되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박주영, 이청용, 박지성 등의 골 소식과
기성용의 셀틱 진출
그리고 아약스의 석현준의 2군 공식 데뷔골과
'축구신동' 백승호군의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으로 진출 하는 등
축구관련 된 기분 좋은 소식들만 보다가
오늘의 비보를 접하게 되어 더욱 더 충격이 큰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제가 바라는 것은
월드컵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충분한 준비를 통해
국민들에게 2002년 이후 더욱더 멋진 감동을 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S. 저는 축구를 좋아하지 잘 하지는 못합니다.
"니가 뭔데 한국 국가대표를 욕하느냐?"
이런 리플은 사양하겠습니다.
그저 축구를 좋아하고, 한국축구 팬 중 한사람으로써
더욱 더 한국축구가 발전하는 모습을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