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일이 지나갑니다.
저는 결혼한지 다섯달쯤 된 새댁입니다.
결혼할 때도 여러가지로 일이 많았는데, 어찌어찌 결혼은 하게 됐어요.
같이 산 다섯달 동안 정말 끔찍하게도 싸웠네요.
결혼 전부터 시모 모시는 문제로 싸우다가 파혼위기까지 가고....
결혼하고 나서는 매일 새벽 두세시에 들어오는 것 때문에 외로워서 우울증이 오고, 지난달부터는 외박도 하더군요. 아무리 영업 뛰는 일이라지만... 결혼한지 다섯달도 채 안된 시점에 외박이 네번입니다.
시댁이라고 할 만한 집도 없이 시모가 옮겨다니며 사시는 형편이라, 이번 설을 제가 차리게 됐습니다.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간 여러 일이 겹쳐 집들이도 못한 상황이라 한번에 퉁치자는 셈으로 일을 했네요. 제가 직장에 다녀 살림을 잘 못하는 관계로 친정언니까지 와서 자고 가며 일을 도와줬습니다.
저는 설 전날 저녁에 모여서 밥먹고 술마시고 하고, 설날은 아침 점심 그냥 떡국으로 차릴 생각이었거든요. 토요일에 준비를 하는데 신랑이 설날 점심에는 국끓여서 밥먹자고 하더군요. 저 솔직히 그때 너무 힘들었습니다. 툴툴거리는 말이 나왔어요. 혼잣말로 '가지가지 한다.' 중얼거렸는데 그걸 신랑이 들었나봐요. 화내더군요.
그리고 미리 형제들에게 13일 오후 여섯시에 오라고 말을 해뒀었어요. 상 차려놓고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큰형님이 네시 반에 와버린 겁니다. 친정언니가 일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보여주게 된 것이죠. 굳은 얼굴로 인사하고 침실에서 옷갈아입으며 짜증을 냈습니다. 신랑 눈초리가 심상치 않더군요.
어쨌든 언니는 돌아가고, 저는 기분을 돌리고 모여든 시댁식구들과 웃으며 밥먹고 술도 마셨습니다. 열시쯤 상을 바꿔 차리는데 베란다에서 음식 챙기는 저를 보고 신랑이 그러더군요. 저는 자기를 무시한다고요. 아까 가지가지 한다는 멘트와 큰형님 일찍 왔다고 짜증낸 걸 두고요. 제가 무시하는 사람이 친정 언니까지 불러서 일시키겠냐고 따지자 일 해준 건 고맙지만 그래도 저는 자기를 무시한다네요. 잠깐 얘기좀 하자고 침실에 들어가자 다시 한번 저는 자기를 무시한다며 자기 할 말만 다 하고 제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나가버리더군요.
사실 그날 저희 친정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다분히 남부끄러운 일이라 신랑에게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거의 저희 친정이 개박살 난 상황이었지요. 저랑 친정언니랑 며칠 전부터 그 일로 속 끓이면서도 설 준비 한겁니다. 아무리 말은 안해서 모른다지만 3일 전부터 준비하느라 발 동동거리고 힘들게 일한 사람 보고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말없이 나가서 한시간쯤 놀이터에 앉아서 친정식구들이랑 통화하고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니 시어머니 눈초리가 매섭더군요. ㅎㅎ
술자리 끝나고 상 다 치우고 각자 잠자리 들려는 때였습니다. 저랑 신랑이랑 둘이서 침실 들어와서 신랑 먼저 씻고 있는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아빠는 병원 가 계시고, 엄마는 설이고 뭐고 들어앉아 울고 있을거고, 언니는 이틀 전부터 저렇게 고생했는데 집에 먹을 것도 없고.... 큰소리 내면 뭐하니 혼자 흐느끼고 있는데 신랑 나와서 저 우는 거 보더니 본체만체하고 드러누워버리데요. 제가 한참 울다가 어떻게 사람이 우는데 왜 우냐는 말도 없을 수 있냐니 왜 우냐고 물어요. 오늘 아빠 입원했다고. 엄마는 집에서 울고 있을거고 언니는 저렇게 고생한거 미안해서 운다고 그러니 아주 황당하게도 나중에 울라며 고개를 돌리고 잠자는 척을 하더군요.
친정이 개박살 난 상황인데, 아버지가 병원 입원하시고 엄마는 설도 못치르고 우는 상황인데 어떻게 자식이 안 울 수 있냐고 그러니 더 황당한 말을 하데요. 미리 말해준 것도 아닌데, 지금 울어야 될 필요가 있느냐고요.
머리에 찬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신랑이 항상 그랬거든요. 시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장인어른을 아버지처럼 모시겠다고요. 그때 제가 한 30분을 울면서 말다툼을 했는데, 단 한번도 장인어른 어디가 편찮으시냐, 어디다 모셨냐, 언제 병원가셨냐 그런 말을 묻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위선자라고. 평소 아버지처럼 모시겠다는 말은 어디가고 아버지 안부를 한번도 묻지 않냐고 하니 제가 언제 이야기한 적이 있었냡니다. 그리고 그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거에요.
안그래도 이 사람 항상 비겁하고 자기 잘못 인정 안하고 뭐든지 제 탓이고 울거나 뭔짓을 하거나 모른척하는 성격에 상처 많이 받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을 보니 마음 속에서 정이 뚝 떨어지더군요. 주머니에 핸드폰이랑 2만원 집어넣고 친정집으로 와버렸습니다. 새벽 3시였어요.
신랑한테선 다음날 아홉시쯤 되어서야 전화가 오더군요. ㅎㅎㅎ 무시해버렸지만요.
있던 일들을 이야기하니 친정에선 난리가 나더군요. 당장 가서 짐 다 빼고 치워버리라구요. 애도 없고 혼인신고도 안했을 때 정리하는게 낫겠다고요. 결혼생활하며 남편 늦은 귀가에 관계도 뜸해서 신혼 다섯달동안 횟수가 열번도 채 안된다고 하니 친정엄마, 언니 기함하죠.
오늘 얘기해보니 신랑 말로는 제가 집에 들어오면 서로 노력할 지점에 대해서 서로 얘기해보겠지만, 집에 들어오지 않는데 자기가 저를 데리러 오거나 용서를 구할 생각은 없다는군요. ㅎㅎ
이런 사람을 믿고 나이도 9살이나 많고 집 대출금이 1억 4천이나 있는 사람을 선택했나 생각하니 참 씁쓸합니다.
엄마 말대로 지금 치우는 게 현명하겠죠. 마음이 무거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