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우연찮게 판에서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새끼고양이 구해주신 이야기 읽고 저도 재작년에 5학년 아이들이랑 있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여기에 함 올려봅니다.
2학기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체육끝나고 들어오는데 아이들이 왠 새끼고양이 한마리 들고 들어오더군요. 학교 정원 풀숲에 웅크리고 있는거 먹을 거 좀 줬더니 따라오길래 그냥 안아왔다나요.^^
교실안은 난리났습니다. 이거 참 수업은 해야겠고...
고양이를 보고, 만지고, 어떻게 키울 거냐는 등등 왁자지껄하고.
고양이 줏어온 가스나 둘은 어떻게든 지켜준다고 꼭 안아있고.
그래도 그 난리통의 와중에도 얌전히 안겨있는 걸 보면 고양이답지 않게 그다지 경계심 없는 건지...
어느새 고양이 이름도 지어졌네요.
미주.
줏어온 두 가스나의 이름 가운데 글자 따서 그렇게 지었답니다.
담임과는 달리 참 센스 좋네요.^^
근데 왠지 보고 있자니 홀로 버려져 있던 걸 어떻게 아이들이 주워온 건데...수업은 해야겠고.
측은한 마음에 그냥 쳐다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오늘만이라도 교실안에 같이 두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샘 불쌍한데...그냥 하루만 교실에 두면 안되요?"
졸지에 고양이 엄마가 되버린 애들한테 물어보니 학교 끝나고 동물보호소에 갖다줄 거란다...
"그래..."
왠지 버려진 슬픔이 보이는 듯한 고양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저도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도서실에 가서 종이박스 큰 걸로 하나 얻어와서 마침 상자바닥에 딱 맞는 스티로폼 있어 깔고 일회용접시에 우유 하나 가득 부어 주니 허겁지겁 핧아먹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굶주렸으면...
아이 하나 시켜서 노란 간식용 소세지 사다 먹여주니 잘 먹더군요.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소세지도 고양이가 먹기엔 염분이 너무 높아서 먹이면 안좋답니다.)
교실 한쪽 구석에 박스를 두었는데...수업시간중에 미주가 갑자기 박스 밖으로 뛰쳐나옵니다.
또 난리~~~수업이 제대로 될 틈이 없죠.
한숨을 쉬며 잡으려 하는데...미주엄마(?)가 있는 책상으로 가더니 웅크리고 앉네요?
아...
"샘 박스 저희자리 옆으로 두면 안되요?"
"그래..."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뭔가 특별한 인연인가 봅니다.
알랑한 지식보다 중요한 건 사람의 정이고 생명의 소중함이니까요.
쉬는 시간이 되니 아이들...고양이 박스로 우루루 모여듭니다.
그 와중에 미주 지킨다고 미주 엄마 둘은 지키고 있고...^^
지켜보고 있자니 미주 하는 짓이 참 이쁘더군요.^^
할짝할짝...^^
애들은 귀엽다고 난리 또 난리...
처음 발견했을 때보다 기운이 나는 듯 해서 다행입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왁자지껄하고 미주는 엄마들 손에(?) 들려 갔는데, 다음날 두 엄마한테(???) 물어보니 한 아이의 아버님이 동물구호소로 가져갔다나요.
어디서 잘 지내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
재작년 있었던 일인데, 얼마 전 그때 아이들 몇몇이 졸업한답시고 찾아오면서 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얘기.
"샘은 언제 미주같은 애 가지실 거에요?"
(그러니까 어디 결혼안한 이모나 고모 소개시켜 달랬잖어 이것드리... ㅡ.ㅡ+)
그래도, 아이들이 너무 대견스럽더군요.
가르치고 난 후의 보람이 뭐 이런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