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서울에 사는 올해 27살된 직장인입니다.
어제 너무너무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에 글 올립니다. 글이 좀 깁니다.
저희 아버지는 택시일을 하십니다.(개인택시 말고 회사 택시요~)
저희 집 소위 티비나 신문에서 말하는 중산층(집 몇채씩 가지고 있고 현금이 10억이상
이 되는;;)은 아니지만 두분 다 아직 제 나이에 비해 젊으시고, 어머니는 크진 않지만
호프집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다행이 그게 장사가 잘되어 가게도 넓혀가고 남 부럽지
않게 살게 되어서 엄마는 아빠한테 그 일 힘드니 그만두고 같이 가게를 운영하자
수없이 말씀하셨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요즘같이 경기가 안 좋을때엔 다들 그러시겠지만
택시기사는 월급이 하는일에 비하면 작다는걸..소위 말하는 입금이라는건 꼭 하고
거기에 추가로 입금을 하면 인센티브식으로 받게 되는것이죠(회사마다 다르기도 하답니다.)
저희 아빠 정말 열심히 살아오신 분이십니다. 나이어린 학생이나 어린이가 타도 꼭꼭
존댓말 써주시고 탈때 내릴때 꼭 인사해주시고, 군인출신이시라 정시에 일어나고
정시에 출근하시고 본인이 목표한만큼 돈 벌이가 안되시면 차안에서 손님 없을때
간단히 요기하시면서 목표액을 채우시고..그렇게 성실히 살아오신 분입니다.
제가 차안에서 몇시간씩 앉아있고 하면 힘들고 갑갑하지 않으시냐고 물으면, 사람구경
도 하고 경치구경도 하고 이리저리 많이 돌아다니니 바람도 쐬고 얼마나 좋으냐 하실정
도로 긍정적이시구요
어제 일입니다. 퇴근하는데 갑자기 족발이 먹고 싶더군요.
포장해서 엄마가게로 갔습니다.엄마 아빠도 식사 안하셨을거라고 근처에 계시면 오시
라고 전화하라고 해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호음이 가고 전화를 받긴 받았는데 "여보세요~"라는 말은 생략된채 "그냥 가시라고~
왜 그러시냐고~" 언성높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택시일 하시고 버스운전일 하시는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술 먹고 시비걸고 목적지까지
데려다 드리면 돈 못 낸다고 배째라 하시는 분들고 많구요, 도망가시는 분들도 많답니다.
그래서 저는 의례 술 먹고 시비걸고 꼬장 부리나 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이때가 8시도 안된 시간이었습니다.)해결되면 다시 전화하시겠거니 생각을 했답니다.
그뒤에도 아무 연락이 없자 엄마가 전화를 하셨고 격양된 목소리로 "평촌에 손님 모시
고 왔는데"이러더니 전화가 뚝 끊게 버리네요. 엄마 걱정되지만 자꾸 전화하면 더 신경
쓰일까봐 그뒤로 한참동안은 전화를 안하셨구요 중간중간 전화를 해보셨지만 짧은
신호음만 가고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더군요. 아빠 핸드폰 쓰신지가 오래되셔서 밧데
리가 금방금방 다는걸 알기에 공중전화나 그런거 보이면 전화할거다라고 믿고 기다리
셨어요~그리고 전 밥먹고 10시쯤 집에와서 잤는데 엄마가 5시반쯤 집에 오셔서는 제 방
문을 열고 말을 하십니다."ㅇㅇ야~어제 아빠 안양에서 손님한테 맞으셔서 응급실 갔다
왔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잠결에 나가보니 왠걸..
아빠 한쪽눈이 퉁퉁 부어올라 시퍼렇게 멍이들어 아예 보이지가 않더군요
코뼈가 살짝 주저앉았는지 눈 옆쪽 콧대가 빨갛게 부어있고 뼈가 옆으로 툭 튀어나와있고 입고 나가셨던 옷엔 온통 피 범벅ㅠㅠ
잠이 확 달아났습니다. 어떻게 된거냐고 물으니 방이동에서 안양에 가자고 해서 그놈
(여기서 그 놈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사람같지도 않네요)을 태웠답니다.
근데 이놈 뒷좌석에 타서 가는 내내 시비를 걸었다고 합니다.
"내가 깡패다~너 좀 맞아볼래?""너 내가 누군줄 아느냐고~"그렇게 계속 시비를 걸더니
목적지에 도착하니 차비 없다고 배째라고 나왔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놈이 핸드폰
도 집어던졌다는군요. 그렇게 실랑이가 붙었고, 아시죠?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던건간에
같이 때리면 쌍방과실이라는거, 상대방이 더 많이 다쳤으면 오히려 피해자쪽에서 덤탱이
쓸수도 있다는거~아빠 참으셨답니다.(위에 말씀드린바와 같이 저희 아빠 군인출신이십니다.제대하고 나서도 일주일에 두번씩 조기축구 다니시고, 운동 즐겨하시고 나이에 비해서 체격도 다부지시고 증이나 단도 가지고 계세요)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신고 좀 해달랬더니 다들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갔답니다.
네..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누군가가 길에서 싸움하고 있으면 멀리서 구경하고 있거나
귀찮아서, 말려들고 싶지 않아서, 저 혼자일때는 무서워서 등등의 핑계로 도와드린적
몇번 없습니다. 실제로 신고해드려도 경찰서에 연락처 남겨야 되고 어쩔때는 같이가서
진술도 해드려야 되고 번거롭고 귀찮은일 많습니다. 솔직히 저랑은 별로 상관없다는
안이한 생각도 있었구요ㅡㅡ근데 이런일을 겪고나니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냥 지나쳐
갔다는 그 사람들이 무척이나 원망스럽더라구요~몇시간 그러고 있다가 결국엔
젋은 친구분들(?) 세분이서 신고를 해주셔서 그때서야 경찰이 왔다나봐요~
(어떤분들인진 모르겠으나, 어제 평촌에서 택시기사분과 취객의 싸움 말려주시고 신고
주신 분들 참으로 고맙습니다!!그놈이 도망갈까봐 지키고 서 계셔주셨다면서요^^)
그때서야 경찰이 오고 아빠는 119구조대가 오셔서 응급실로 가셔서 치료를 받았답니다.
몇몇 병원들은 안과진료가 응급으로 안되어서 아산병원까지 오셨다나봐요~
엄마는 연락받고 가게 지인한테 맡겨두시고 다들 병원에 계시느라 자세한건 모르겠는데
경찰이 수갑을 채워갔고(난동을 좀 부렸나봐요ㅡㅡ) 나이는 저희 아빠보다 12살이나
어린 37살에 애도 셋이나 있다고..전에도 몇번 그런 전력이 있다고 합니다.
경찰서에 가서도 코 골면서 자고 있었다고ㅡㅡ;;
애들은 불쌍하지만 저희 엄마 합의는 죽어도 안해주신다더군요..돈 필요없다고 괘씸해
서라도 그냥 못 넘긴다고..(저도 아빠 모습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구요ㅠㅠ)
다행히 눈 안쪽으로는 이상이 없고 코뼈는 붓기 가라앉아야 수술할수 있으니
입원하라고 그랬다더군요..성형외과 예약하고 큰 병원은 필요없으니 병원문 열면 좀더
작은병원에 입원하신다 하십니다.
암튼 저희 아빠에게 이런일이 생기고 나니 저부터서가 반성하게 되더군요
그동안 그냥 모른체 지나쳤던 그 사람들, 진정 도움이 필요했을수도 있는데..
혹시나 길을 가시다가 (물론 그런 상황이 아닐수도 있으나) 싸우고 있다거나
실랑이를 하고 있다거나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사람이 있으시면 신고해주세요~
당사자들은 그런 작은 도움 하나라도 절박한 상황일수 있으니..
잘못하면 말려들고 괜히 옆에 있다가 다칠수도 있고 압니다.
허나 그곳을 지나가시던 많은 분들 중에 어느 한분이라도 좀더 빨리 신고를 해주셨으면
아빠가 조금 덜 다치시고 좀더 빨리 사건이 마무리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속상한 마음에 주저리 주저리 적어봤습니다. 긴글 읽어주시느라 감사합니다^^
그리고 악플은 사양할께요~원래 가족들한테 안 좋은일 생기면 다른일보다도
더 속상한데,, 제가 올린 글 때문에 저희 가족이나 저나 욕 먹는건 원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