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비조이(MOVIEJOY.COM) ▲왼쪽부터 은상욱, 주현정, 최영무, 이선민 배우들 , All Right Reserved
우선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솔직한 고백부터 해야겠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부산에서 자랐으며, 부산에서 대학까지 졸업했다. 사실 오랜 시간동안 먹고 살기 바쁘단 핑계로 문화에 관심이 없었다. 어쩌다가 정말 운 좋게 취미생활로 시작한 영화 사이트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커져버리고, 영화 사이트 대표란 직책을 달고 나면서부터 마치 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 부분도 있다. 이것은 정말 이야기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솔직한 고백이다.
문화란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서울지역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소극장 연극부터 시작해서 여러 극장들까지, 단 시간에 서울문화에 빠져들었다. 서울에서 본 여러 문화체험들은 부산문화와 지방문화에 대한 문제 인식으로 이어졌다. 오랜 기간 '나' 자신이 생활해왔던 부산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체험은 지방문화에 대한 위기란 생각이 들게 했다. 모든 문화는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서울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분명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인식은 기획기사인 '지방에서 연기자와 연출가를 꿈꾼다는 것은?'으로 이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서울에서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문화체험이 또 다른 편견을 '나'에게 주었다. 부산에서는 절대 서울 같은 젊은 극단들이 소극장에서 재미있는 연극을 하지 못할 것이란 아집 같은 편견이었다. 이런 편견은 '드라마팩토리'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주현정씨를 인터뷰하면서도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녀에 대해 인터뷰하면서도 노력만으로 힘들 것이란 생각을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팩토리'에서 창작극으로 무대에 올린 <광대>란 연극을 보면서 마치 망치로 머리를 심하게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나'란 사람이 가지고 있던 마음속의 편견이, '나'란 사람이 가지고 있던 게으름이 어떤 것인지 반성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서울 대학로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젊은 연극인들의 힘을 보여주는 극단이 있었는데, 찾으려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부산에서는 절대 서울 같은 완성도 가진 소극장 공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드라마팩토리의 <광대>! 부산에서 젊은 극단의 힘을 보여주다.

ⓒ무비조이(MOVIEJOY.COM) ▲입장권 그날 관객중에 6번째로 티켓팅 , All Right Reserved
주현정씨 인터뷰를 하면서 그녀가 하는 '연극'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그래서 3월16일 화요일 오후8시 티켓을 끊어서 드라마팩토리 극단에서 하는 <광대>를 관람하게 되었다. 처음 이 연극을 보기 전까지도 편견이 가득했다. 부산에서 하는 창작극이란 것이 과연 얼마나 완성도를 가질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여기에다가 과연 얼마나 관객들이 오겠는가? 하는 것들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연극에 대해 아주 깊은 이해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볼만하단 생각만 든다면 '나'에게는 충분하다고 미리 선을 그어 놓고 있었다. 그런데 <광대>란 연극은 이런 '선'을 넘어버렸다. 서울에서 느꼈던 젊은 극단들의 힘을 그대로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부산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젊은 에너지와 열기 그리고 열정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광대>는 독특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 처음 시작은 일상적인 연극형식으로 진행된다. 사남매가 나오고 그들의 이야기가 통상적으로 흘러간다. 때론 코믹하게 때론 가슴 뭉클하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극에 한참 몰입할 즈음에 관객들의 감정을 완전히 흩트려 놓는다. 감동이 배가되려고 하는 시점에 연극은 깨어지고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실제 연극무대에서 연극을 하던 배우들이 자신들의 연극을 연습하고 있던 설정으로 일상생활로 돌아온다. 연극 속에 또 다른 연극이 들어있는 액자구조다.
일상생활로 돌아온 배우들의 모습들은 실제 극단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박봉과 얼마 없는 관객들 앞에서 자신들이 만든 창작연극을 해야 하는 부산극단들의 모습, 특히 이미 이름이 알려진 큰 극단이 아닌 패기와 젊음 그리고 열정 하나만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려는 젊은 연극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실제 연극무대에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에게 완전히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가장 기막힌 부분은 일상생활의 모습을 보여주던 배우들의 연기가 끝나고, 똑 같은 연극이 반복되는 마지막 장면이, 처음 본 장면과 같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현상이다. 분명 일상생활로 돌아오는 끊어진 장면부터 연극이 다시 시작되는데, 그 부분이 똑 같은 전반부의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새로운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부족한 것이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더 큰 에너지가 있다.

ⓒ무비조이(MOVIEJOY.COM) ▲연극 끝난 후 관객과 기념촬영 , All Right Reserved
드라마팩토리에서 만든 창작연극 <광대>는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다. 영화에서도 우리가 흔히 통속적란 이야기를 쓴다. 한참 잘 나가다가 어느 부분에서 너무나 통속적일정도의 속 보이는 장면들이 나오면 관객들 감정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흩어지는 경우가 있다. 분명 <광대>에도 그런 부분이 존재한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연극을 볼 분들을 위해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그리고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가 원숙하거나 노련하다고 이야기 하지 못하겠다. 분명 아직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 극단이 젊다는 것을 감안하면,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아직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음을 감안하면, 이런 약점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들은 여전히 커가는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광대>는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연극을 보러온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직접 연극을 보면서 주변 관객들이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았다. 여성관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대다수의 여성관객들은 이 작품 말미에 이르면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관객들이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배우들의 에너지와 열정 그리고 패기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는 절대 '나' 스스로 선을 그어 놓고 느끼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젊은 열정이 그리고 배우들의 열정에 가득 찬 에너지가 객석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이런 연극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이런 에너지가 펄펄 넘치는 무대가 있을 것이라 전혀 예상치 못했다.
<광대>란 연극은 '나'에게 부산에서 새롭게 태동하는 젊은 극단의 힘을 보여준 연극이었다.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으며, 노련한 사람들이 봤을 때 어색한 부분 역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젊은 연극인들이 부산에서 이 정도까지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그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있는 부분이다.
은상욱, 이선민, 주현정, 최영무 같은 젊은 연극배우들이 보여주는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힘이 어떻게 관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지 경험했다는 것만으로, 젊은 배우들이 자신들의 부족함을 거대한 에너지로 변화시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것만으로, <광대>는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연극이 될 것 같다.
광대란 연극을 보면서 우연찮게 옆자리에 동석하게 된 관객 배은수씨를 이메일로 인터뷰하였다. 연극 말미에 많은 눈물을 흘린 관객이기에 그 감동을 이메일 인터뷰로 다시 들어봤다. 이 인터뷰는 3월17일 하였다.

ⓒ무비조이(MOVIEJOY.COM) ▲극장입구, All Right Reserved
-배은수씨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저 같은 경우에는 부산에서 소극장 연극을 처음 봤습니다. 물론 큰 극장에서 본 경험은 있지만 이런 소극장은 처음인데요. 배은수씨는 소극장 연극을 자주보시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전 대극장보다 소극장공연을 더 많이 보러 다녀요. 공연이라는 문화자체가 사람들에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문화이기 때문에, 큰 극장에서의 공연도 물론 멋지지만, 관객과 소통해가며 하는 연극을 더 좋아해요. 그래서 소극장공연을 더 원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생각하시는 소극장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소극장은 아무래도 대극장과 달리 배우들과 멀리 떨어져서 느끼는 공연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대극장은 호흡과 감정이 아무래도 그 극 자체만으로 집중하기가 어렵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소극장은 그 배우의 감정과 호흡이 크게 마음속으로 와 닿기 때문에 집중력도 크게 느껴지고요. 관객자체의 감성을 흔들 수 있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정말 우연찮게 제가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요(^^). 연극 <광대>를 보면서 말미에 눈물을 훔치는 것을 봤습니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감동을 주었는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우선 배우 캐릭터 하나하나마다 매력이 있었던 건 기자님도 연극을 봤기 때문에 잘 알고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전 아무래도 극중 캐릭터인 주영이와 비슷한 입장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소극장 공연을 즐기는 관객으로서 그 캐릭터 인물들의 감정에 크게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고요. 자신들의 아픈 감정과 행복한 감정을 숨기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올렸을 때 성취감과 마음속에 와 닿는 그 감정이 뭐라 말로 표현되는 게 아니라고 느껴졌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보니, 배우들이 극에서 완성된 모습이 아닌, 그리고 연기를 시작할 때도 '연극 시작 전의 감정은 정말 배우들이 제일 노력해야 되는 부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입장!' 외쳤을 때 소름이 돋았어요. 배우란 관객에게 즐거움, 감동, 즉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지 제 마음속에서 느껴져서 그 때 조금 눈물을 흘리지 않았나 싶어요."

ⓒ무비조이(MOVIEJOY.COM) ▲광대소개 팜플렛, All Right Reserved
-<광대>란 연극은 젊은 연극배우들이 나오는 공연이라서 그런지 열정과 에너지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배은수씨가 생각하시는 <광대>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연극의 가장 큰 장점은 배우들이 연기를 시작하고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입장을, 외적인 모습이 아닌 내적인 모습까지도, 관객들의 머릿속에 남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공연과 배우들의 연기를 봤을 때 느끼는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배우들이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한 점이 가장 큰 장점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광대>에서 배우들 연기의 장점과 단점이 혹시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이야기 해주실 수 있습니까? 어떤 부분은 좋았고 어떤 부분은 나빴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배우들의 연기와 장점과 단점이라고 이야기 하시니 가장 말하기 어려운 질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연극 <광대>란 작품자체가 배우들이 연극 속에서 배우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연기한 것이라, 장점은 아무래도 극에서 표현해야하는 캐릭터들을 빨리 받아들이고 자기화 시켜 연기하는 모습이 느껴져서 저한테 가장 큰 장점이었던 것 같고요.
단점이라고 굳이 말하자면 관객들과 소통을 하는 장면들이 좀 적지 않았나. 그리고 배우 개인적으로 힘든 모습이 아닌 요즘시대의 관객관람태도에 대해서 표현하는 장면이 나왔다면 더욱 빨리 그 장면들에서 보는 관객들이 가까이 와 닿을 수 있을지 않았을까(?)란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배은수씨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광대>의 한 장면을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4명의 인물들이 자신들의 아픈 상처를 숨기고, 관객에게 연기로 표현하고 싶어 하고, 본인들이 연극이란 무대 위에 올라가서 인정을 받고, 지금 하고 있는 연극배우란 일이 가장 자신들에게 큰 행복함이란 것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명장면이면서, 또한 관객들에게 배우들을 이해시킬 수 있었던 최고의 장면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배우도 사람이니까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표현하고, 무대 위에 올라가면서 그 감정을 억제시키면서 '관객입장!'이라고 소리쳤을 때 배우들 하나하나가 '드디어 시작이다!! 한번 해보자'란 느낌이 들었어요. 행복한 일을 시작하였을 때 배우들의 감정이 정말 관객인 저에게도 행복함과 뿌듯함, 그리고 그 캐릭터들을 인정할 수 있게 해줬던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