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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6 - In Jeju] 질문에 대한 자연의 대답

Muse |2010.04.02 08:26
조회 120 |추천 0

                                                                                                                                 

                                                                       

무식한 말로 내 뜻을 흐르게 하는 자가 누구냐?

이제 너는 남자답게 일어나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라.

내가 땅의 기초를 다질 때에 너는 어디 있었느냐?

네가 그렇게 많이 알면 한번 말해보아라.

누가 그 크기를 정하였으며, 누가 그 위에 측량줄을 대어보았는지 너는 알고 있느냐...?

너는 빛이 갈라지는 곳과 동풍이 땅으로 흩어지는 곳에 가본 일이 있느냐?

폭우가 흘러내려가는 골짜기 길을 누가 만들었으며, 번개가 다니는 길을 누가 만들었느냐...?

얼음과 서리의 어미는 누구냐...?

네가 하늘의 법칙을 알고, 그 법칙이 땅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느냐?

너는 구름에게 큰 소리로 명령하여 그것이 비가 되어 네 위에 내리게 할 수 있겠느냐...?

매가 하늘 높이 솟아올라 남쪽을 향해 날개를 펴고 나는 것이 네게서 배운 지혜 때문이냐...?

네가 나 같은 팔을 가졌으며, 나만큼 우렁찬 소리를 낼 수 있느냐...?

네가 낚시로 악어처럼 생긴 바다 괴물을 낚을 수 있겠느냐...?

 

 

하느님은 착하게 살았는데도 왜 고난을 겪어야 하느냐는 욥의 질문을 받자 욥의 눈길을

자연의 엄청난 현상으로 돌린다. 하느님은 말한다.

일이 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놀라지마라.

우주는 너보다 더 크다.

일이 네 뜻대로 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놀라지 마라.

너는 우주의 논리를 헤아릴 수 없다.

산 옆에 있으면 네가 얼마나 작은지 보아라.

너보다 큰 것,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여라.

세상이 너한테는 비논리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그 자체로 비논리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 삶이 모든 것의 척도는 아니다.

숭고한 곳들을 생각하면서 인간의 하찮음과 연약함을 생각하도록 하라.

 

여기에는 엄격하게 종교적인 메시지가 있다. 하느님은 욥에게 모든 일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고

가끔 그의 이익과 반대되는 쪽으로 흐른다 해도, 그의 마음에는 하느님이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신의 지혜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설 때, 의로운 사람은 숭고한 자연 광경을 보고 자신의 한계를

깨달은 다음 우주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을 계속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빗길을 뚫어 만장굴에 도착했다.

 어둠 속에서 멀리 보이는 불빛에 의지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동굴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도 들리고, 가끔씩 내 머리에도 앉는다.

 우산을 쓸 정도로 나쁜 기분은 아니지만 몇몇은 우산을 쓰며 가고 있다.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를 피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맞으면서,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느낀다. 자연은 그 모습으로 대답해주고 있었다.

 

 

 나홀로 오른 성산일출봉.

 그 위에는 나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없었다.

 입장료도 받지 않은채. 오늘 날시가 좋지 않아 가로등을 켜지 않을 예정이오니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으면 서둘러 내려오라는 공무원의 말을 뒤로한채..

 사방에 널려있는 기이한 바위들을 아직 지지않은 햇빛으로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몇 년전에 함께왔던 이들을 생각하지만, 그들은 지금 여기에 없다..

 

 

 이른 새벽 지미오름에 올랐다.

 적어도 제주도에 와서 오름 한 곳은 올랐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일출을 보고 싶었지만, 잠깐의 모습만을 보여준 채 이미 구름속으로 숨어버리는

 해가 얄미로웠다... 그 위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의 모습은

 어제 가까이서 본 것 이상으로 경이로움을 자아냈다.

 

 

 멀리는 우도등대가 보인다. 우도봉으로 오르고 싶었지만,

 역시 일행이 생긴다는 것은 내 행동에 제약을 받기 마련이다.

 내가 있던 2시간 동안 어찌나 비가 쏟아내리던지.. 우도의 모습을 많이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외돌개의 모습이 보인다. 장금이의 촬영지이기도 했다는 외돌개.

 유난히 관광객이 많다. 내가 갔던 곳 중.. 가장 많은 사람을 본 곳이 외돌개였다.

 그 모습에 예전 몽고인들과의 항쟁시에.. 적군은 외돌개를 진영으로 알고 항복했다고 하니,

 그 위엄과 기세가 등등하게  우뚝 솟아있구나.

 

 

 내가 그리던 용두암의 이미지와는 달리 생각보다 크기가 크지 않았다.

 사진으로 보는 것은 마냥 커보이기만 하는데,

 위에서 보고는..

 "어라? 저게 용두암이야? 왜르케 작아?"

 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진을 가만히 보니 용이 입을 벌린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의 미션이었던 가만히 돌을 바라보기.. 그리고 돌이 말하는 때에 사진찍기는 실패다.

 여행의 여유로움을 즐기기보다는 나는 관광을 하고 온 것 같다는 후회가 남는다.

 한 곳이라도 더 보려고 했으니까... 그게 더 자연스러운건가? 잘 모르겠다.

 

 

 비가 내려서 사진기에 못 담은 곳이 많다.

 멋진 장면을 저장하려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래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것이 카메라를 통해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이고,

 우리의 눈을 통해서 머릿 속에 이미지화 시키는 것이며,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적은 글로 그것을 남긴다.

 개인적으로는 글로 묘사하여 남기는 것이 좋다. 비가 내린다는 핑계로..

 수첩이 젖을까봐 기록하지 않았다.

 다음에 비가 내리는 제주를 찾는다면, 꼭 렌트를 할 것이고,

 그 때는 차안에서 그 느낌을 담아 기록하고 싶다.

 질문에 대한 자연의 대답은 간단했다.

 나는 그 속에서 보잘것없다고 느꼈지만, 그것은 위축감과는 달랐다.

 나와 같은 사람의 차이에 의해 느껴지는 그 위축감과 불쾌감과는 다른 것이다.

 그것에서 나는 편안함을 느꼈고, 관대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비록 다시 돌아와있는 지금 이곳에 나는 그대로 있을 뿐이지만,

 갔다오기 전과 후가 이렇듯 마음이 다르니.. 이번 여행을 통해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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