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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건 문득 생각나는 그가 아니다.

이선희 |2010.04.23 09:45
조회 260 |추천 0

그때 그는 단지 날 설레게한는 애인일 뿐이었다.

매일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그와 함께 웃고 싶고 이런걸 못하는건
힘은 들지만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젊은 연인의 이별이란게 다 그런거니까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었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갈 길을 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었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보다 더 따뜻했다.

 

이건 분명한 배신이다.

지금 난 그때 헤어질수밖에 없는 이유들, 헤어진게 너무도 다행인 몇가지
이유들이 생각난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가지인데

그와 헤어져서는 안되는 이유들은 왜 이렇게 셀 수도 없이 쏟아지는건가.

이렇게 외로울 때는 친구들을 불러내서 도움을 받는것도 그에게서 배웠는데

친구 앞에선 한 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져도 된다는 것도 그에게서 배웠는데

날 이렇게 작고 약하게 만들어 놓고, 그가 잔인하게 떠났다.


헤어지고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건 문득 생각나는 그가 아니다.

 

하지만, 예전에 함께 했던 것을 나 혼자 하고 있는 걸 발견할 때 슬퍼진다.
둘이서 함께 부르던 듀엣곡을 혼자 노래방에서 부르는 날 발견했을때 처럼

 

하지만, 제일 슬픈 건
나도 모르게 그를 닮아버려서 그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을 때다.
병째 들고 물을 마시고, 화가 나면 머리를 쥐고, 입술을 깨물던 표정을 짓고,
누군가의 말 끝에 "정말?"이라고 되묻고

 

언제 내가 이렇게 그 사람을 닮아버렸을까..그 사람도 나처럼 되었을까..
우리 사랑하고 있을 땐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달랐다고 생각했던 우리가 

서로 등을 돌리고 돌아섰을 때 문득 돌아보니,

나는 너를 닮아있었고, 너는 나를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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