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Keword 4.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Scandinavia]
내가 패션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의 패션에 관심을 가진지도 꽤 지난 것 같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얼굴이 구별이 안가게 다 똑같이 보이는 것 같이 유럽의 패션도 다 똑같은 줄 알았다. 하지만 재미있는건, 런던, 파리, 네덜란드, 코펜하겐, 스웨덴, 베를린, 스위스 등, 각각 유럽국가들의 스트리트 패션을보면, 분명 판이하게 구별할수있는 각각 스타일의 특징이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 요즘의 나는, 주머니사정이 안좋아지다보니, 트렌디함에대한 관심은 현저하게 떨어졌으며, 지속적으로 입을수 있는 기본 아이템을 찾게 되었고, '소박함', '잔잔함', '모던함', '간단함', '기능성', '실용성' 이라는 단어에 귀기울이게 되었다. 어렸을때부터 Pop과 미국 헐리우드 상업성 영화를 많이 접하다보니 아마도 '허세'라는 것이 어느정도 내 안에 박혀있었는지, 옷에 잔뜩 힘이 들어가있는 본연의 '나'는 비싼옷들의 값어치와 화려함에 가려 사라진 듯 했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나<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이야기하는 '패션'과 '스타일'은 '우리'들이 스타일리쉬하지않음과 트렌디하지않음에 대해대해, 구박조로 이야기하고있다. 구찌, 샤넬, 루이비통 등의 명품들을 착용하지않으면, 패션에 뒤떨어지는 여자라 칭하며, 높은 하이힐을신고 도도하게 눈을 내리 깔며 비웃는 골드미스들의 그녀들은 우리에게 명품구매를 강요하라는듯, 우리들을 농락한다. 확실히 '하이 힐'과 '명품'이라는 것은 예쁜 것을 떠나서, 여자에게 도도함과 당당한'자신감'의 효과를 준다. 하지만 상위층 20%이 아닌, '서민'들이 바라본'명품'브랜드의 옷들은 그저 자신들과 아무상관없는 '멀리 바라봄'의 전유물이라고 할수있다는 것이다. 그저 '런어웨이'와 '화보'와 '광고'속의 브랜드 상품들은, 그저 눈으로만 보는 '예술'품이나 다름이없다. 그 멋진'예술'품들을 착용하는 사람들이 '돈' 있는 사람들로 한정되어있다니 정말 웃긴일이 아닐수 없다.
원래 '옷'이라는 것은 우리 생활 의,식,주 의 <의>로 본래 살아가기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져왔다. 의,식,주는 각각 인간(人間) 생활(生活)의 3대(三大) 요소(要素)인 '옷'과 '음식'(飮食)과 '집'으로써 조상들의 의식주를 살펴보면 '의'는 '기능'과 '실용'을 위주로 만들어져왔다. 현재에 옷은 '기능'과 '실용'성을 지나 '감각''감성''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 '미'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누구나 입을수없는 값비싼 시각적인'예술품'으로 전락되어왔으며, 우리는 그 값비싼 브랜드의 "예술품"으로 사람들을 평가하기도 하는데, 명품차, 명품옷들만으로 사람의 등급을 메기고,그 사람의 경제능력을 가늠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한 '부'의 싱징이 되버린 '패션,뷰티'스타일계에서 서민들은 그저 '눈'으로만 바라보고 즐길수밖에 없다. 아무리 예쁜 옷이 있어도, 디자이너들의 옷을 입고싶어도, '서민'들이 즐길수있는 '패션과 예술'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한정되어있으며, 웬지 거리가 멀어보인다. 나 또한, 최근, 주머니사정이 안좋아지다보니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실용'과 '기능성' 위주의 옷을 구입해서 입게 되었고, 파티성의 화려한 장식이담긴 옷들은 멀리하기시작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바로 '실용'과 '기능'주의의 나라인 '북유럽'의 스타일에 끌렸던 것이다.
일단 북유럽의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북부유럽이라고 하면 지구의 정수리로부터 서남쪽으로 길게 뻗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한 5개의 국가인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핀란드>를 말한다. 여름철이 시작되는 5월말부터 50일 동안 해가 지지않고 12월부터는 40일 동안 밤이 이어지는 곳. 봄과 여름이 한꺼번에 찾아오고 가을, 겨울이 명확한 구분없이 겹쳐오는 곳, 반년 가까이 햇빛을 구경하기 힘들어 어쩌다 잠깐 태양이 얼굴을 내밀라치면 길가의 벤치나 건물 벽 어디든 기대 눈을 감고 볕을 흡수하는 곳. 북유럽은 호수와 암석으로 뒤덮여있으며, 상상할 수 없는 때에 해가 지고 뜨는 신기한 땅이다. 스웨덴 중부 이남의 '스톡홀롬'에서는 여름철, 밤 10시가 되어야 땅거미가 어스름하게 지고 자정 무렵에 동이 터 새벽 2시경에는 찬란한 아침 햇살이 들이 닥친다고 한다. 그 유명한 백야다. 이 신비한 땅이 빚어낸 패션 스타일은 어떠할까?
먼저 북유럽의 스타일의 특징은 실용적이면서 감각적이며 복잡한 장식을 배제하고 본연의 색감을 극대화한다. 스칸디나비아풍 디자인의 특색은 '단순미','자연미','색채미','기능미'등으로 요약할수있다. 복잡한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최상급의 재료와 소재로 본연의 색감을 극대화하는 이 지역의 스타일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미를 자랑한다. 순식간에 보는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싫증이 나지 않는 담백함이 느껴진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은 1920년대 기능주의와 1930년대 모더니즘이 탄생시킨 북유럽 디자인의 실용성과 연결돼 있다. 독일의 기능주의에 영향 받은 북유럽 디자인의 단순함이란 그저 깔끔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임새와 기능을 극대화하고 기능을 떨어뜨리는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함으로써 완성된 것이기도 하다. 디자인이 제품 본연의 기능을 압도하지 않는다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철학은 겉치레를 중요시하지않는 북유럽 사람들의 기질과도 맞물린다.
최근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에 관심을 두는 이유 중 하나는 전지구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친환경성 때문이라고 한다. 슬로푸드나 슬로시티를 넘어 슬로 디자인이라는 말까지 등장한 요즘, 일찍부터 자연과 일상을 디자인의 소재와 주제를 삼으며 수공업적 장인 정신을 이어가는 북유럽의 디자인 작업들이 주목받는 건 당연해 보이기도하다. 담백한 디자인의 북유럽의 디자인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트렌디하고 어디에 놓아도 멋지게 어울리며 재료와 소재의 내구성이 좋다고한다. 정제미와 실용성이 모두 강조되는 북유럽의 디자인은 '모던 디자인'의 중심을 이끌어나갔으며 북유럽의 디자인은 '더하고 꾸미는' 이탈리아 등의 디자인과 달리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까지 최대한 빼 나가는 '미니멀 디자인이 특징'이며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사물 고유의 개성을 충분히 살리는 디자인 특성이 현대인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산업과 분야를 막론하고 디자인계의 최전선에서 유행어처럼 사용된 에코 디자인, 미니멀리즘, 빈티지 등의 단어와, 유행과는 동떨어지는 자리에서 반세기 넘게 자신의 원형을 고집해온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주는 메시지는 단순한 게 아름답다는 텍스트가 아니라 남들이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허우적거릴 시간에 나만의 스타일을 개발하는 게 남는 장사라는 콘텍스트적인 의미에 좀더 가까워 보인다. 이 같은 특생은 최근 활발히 활동하고있는 북유럽 지역 신진 디자이너에게서도 공통적으로 찾아볼수있다. 낭만적무드의 내추럴 시크함을 자랑하는 지적인 프렌치, '글래머스한 룩과 완벽한 테일러링의 겉만 번쩍이는 이탈리아노, 보수적 전통과 자유로운 파격이 믹스된 펑키한 런더너, 실용적인 스포츠웨어 감성의 세련된 뉴요커처럼 북유럽인들의 옷차림도 한마디로 정의할수 있지 않을까?
패셔너블하진 않지만 유쾌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스칸디나비안이라하면 어떨까. 블랙컬러와 무채색의 톤온톤 코디에 컬러풀한 네온 컬러의 포인트 아이템과 빈티지 아이템을 레이어드하여 멋부리지 않은 시크한 모던 룩이 그 것, 특히 겨울에는 목에 여러 겹의 머플러를 둘둘 두르고 긴 부츠와 털모자로 코디한 룩을 많이 볼수 있는데 이는 구름과 바람과 비의 왕국이라는 애칭처럼 낮이 짧고 해가 별로 나지 않는 잿빛 날씨와 바람이 거센 기후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특히 부를 과시하는 것에 무관심한 북유럽 사람들의 수수한 옷차림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검소함을 중시하고 '잘난체'를 유동 싫어하는 국민성이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듯. 솔직담백함의 미,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매력이 뭔지 조금 감이 오는가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은 호소력이 있다 허례가 없는 그들의 디자인은 보이는 것만으로 모자라는 느낌이 들지만 비밀스런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 듯 신비롭고 진지하다.
윤택하고 풍요로운 복지국가라는 이미지와는 반대로 인색할 만큼 모든 것을 과용하지 않는 이들의 디자인 미학에는 거품같은 화려함보다는 모던함, 뭔가를 사유하는 듯한 철학적 면모, 간결하고 기능적인 단순함에서 발산되는 내면의 품격과 향기가 느껴지낟. 유리병이든 의자이든 옷이든 꼭 필요한 선과 면들로 구성되어 부담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는 솔직 담백함이 있다. 이러한 북유럽 트렌드 부상은 잠시나마 현대의 최첨단 기술 문명과 멀어지고자 하는 '언플러깅문화' 심플함으로의 회귀라는 메가트렌드적 배경과 함께 절제와 간결함의 미학, 사람 중심의 디자인 철학을 중시하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아이덴티티가 모두 일치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단순할 것, 기능에 충실할 것, 그리고 합리적일 것. 북유럽에 스타일에서는 군더더기란 없다. 저렴하고 심플한 옷들은 일하고, 쉬고, 자고, 기능에 전적으로 충실하다. 가격도 저렴해 닳으면 미련 없이 버리고 새 옷을 살 수 있다. 북 유럽의 패션은 대대손손 물려줄 작정을 하고 명품이나 고급소재의 옷들을 구입하며 닳아서 빈티지한 클래식함을 자랑스러워하는 유럽인들의 라이프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르다. 비싸고 고급스런 스타일의 소장용 옷을 구입하는 것보다 세련된 저가의 기본 아이템들을 지속적으로 구입하는 '체인징-클로스-제너레이션'이라고나 할까. 이런 철학들은 북유럽의 패션과 신기할 정도로 잘 부합한다. 스칸디나비안 패션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거의 바람 색깔을 표현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굳이 말하자면 튀지 않는 존재감이다.
예술, 문화, 사회 전반에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뻗치고 있는 사회주의 정신은 패션 신에서도 어김없이 발견된다. 그들이 숭상하는 복지와 평등 이념은 비싼 옷을 만드는 한 명의 천재 디자이너 대신 합리적인 가격의 매스티지 브랜드를 여러 개 낳았다. 스웨덴 예술 노조 위원장인 그레고르 파울손은 그의 저서 <아름다운 일상 용품>에서 "디자인은 그 디자인의 값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일이다"라고 말함으로써 패션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했다. 세상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작업복 평등이라는 가치는 가격뿐 아니라 젠더에도 영향을 미쳐 섹시한 옷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것도 특징이다.
한 디자이너의 인터뷰에서는 "우리의 스타일은 섹시하지 않은 페미니티"임을 밝힌 것처럼 아르데코 등 각종 예술 사조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스러움을 창조하고 그 자체로서의 미학을 즐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패션을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동복, 즉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이 유난히 많다는 것. '옷은 눈길을 끌기 위한 것이기 전에 입고 생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지만 노동복이라니, 그것도 공장장님들이 주로 애용하시는 '잠바'가 패션 아이템이라니, 생소하다 못해 신선한 풍경이다. 편집숍 애딕티드에서 볼 수 있는 던더돈은 스웨디쉬 워크 웨어를 표방하는데 한 마디로 스웨덴 식 작업복이다.
실제로 노동자들이 일할 때 입는 투박하고 활동에 무리가 없는 편안한 스타일이 콘셉트로, 카고 팬츠에 워커를 신고 위에는 무채색의 니트 카디건이나 캐주얼한 점퍼를 입을 것을 제안한다. 이런 트렌드는 일을 통해서만 삶의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 그들의 근면성과도 이어진다. 그들의 국민성을 닮은 듯 내세우지 않으나 조용한 기품에서 우러나는 깊은울림, 쓸데없는 화려함에 지친 이들이여, 북 유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겨보라.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