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나는 굳이 정치적인 성향을 따지자면 중도진보주의적인 성향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보수세력이라해서 보수수구꼴통ㅅㅂ이라는건 아니지만, 보수세력이라면 좀 혀를 차고 보는 편이랄까.
그런데 슬슬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고, 5월이니까 선거할 것에 대해서
난 첫투표권행사라서 좀 설렌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그랬더니 고참언니께서 매우 수줍다는 듯이 자신은 이명박을 뽑은 것이 첫 투표권행사라고 하셨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이 분은 보수꼴..이 아니라, 보수시구나.
그러면서 조금 시간이 지났다가 병원에 환자가 뜸한 시간에 엽혹진에서 노무현 추모웹툰이 공지로 떠있는걸보고는 그냥 지나가듯, '난 아직도 이 웹툰보면 눈물짓는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왜 우냐고. 노무현이 뭐가 좋냐고 하시더라. 솔직히 난 노무현의 정치적인 이념이나 그런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 그냥 내가 노무현을 좋아하는 것은 그 사람이 내 정치적인 시선에대해 좀 변화를 주게한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새끼가 처음 본 존재를 어미로 각인하는 것처럼 노무현은 나에게 정치적 어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의 죽음이기에 슬픈 것은 당연한것을.
난 그냥 노무현이 좋아서-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내 정치적인 이정표라는 표현을 썼다.
그랬더니 고참언니가 딱 똥씹은 표정하시며 '그럼 넌 이명박 싫어하겠네? 노무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이명박 싫어하잖아.'라고 하시더라. 왠지 싫다하면 금방이라도 불붙을 듯한 급박한 감정적 기류 속에서 난 평온한 일상영위를 위해 타협을 시도했다.
'이명박이 하는 일들이 조금 더 변화한다면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에게 있어서는 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 열심히 머리를 굴린 답이었다.
그런데 하는 말씀이. 하. 매우 대박.
'그런건 니가 판단하는게 아니야.'
..아, 예. 네. 저도 투표권있는데. 제가 판단하지 않으면 누가 판단하나요?
아, 맞다. 저는 이명박을 뽑은게 아니니까 판단할 수 없는 건가요? 이런 말들이 정말 머릿속을 마구잡이식으로 맴돌았다.
그리고는 한 5분정도 시간이 흐르고나서 한다는 말이.
'충주댐 누가 지었는줄 알아?'
난 모르니까(솔직히 댐에 거의 가지도 않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관심도 없는 충주댐.) 모른다고 대답했다.
고참언니는 엄청난 사실을 말한다는 듯이
'그거 전두환이 지은거야. 그 악독한 사람이.'
그리고는 한템포 휴식 후 말을 이었다.
'정치라는 건 한면만을 보고 판단하는게 아니야. 광주사태만해도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어서 일어난게 아니라 김대중이 중간에서 어떻게해서 일어난거래.'
...이러더라.
아. ....아? ... 예?!?!?!
순간적으로 정말 멍-했다. 와. 정말 이런식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구나.
우리 고참언니 나이가 27인데. 나이 27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평소 하는 행동이 병원장빠순질하는 식이라서 설마했는데. 진짜 이러는구나.
(여담이지만, 우리 병원장께서는 의료민영화를 적극 지지한다. 다만 미국의 방식이 아니라 프랑스의 방식을 선호한댄다.)
나 진짜 당황스러웠다. 그 순간에 싸울 수도 없고. 와.. 이런 사람 밑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몸서리쳐지게 소름끼친다.
p.s.
참. 그 고참언니가 한참있다가 또 묻는 말이
'너 설마 그럼 노무현 추모하는데에도 참석했었어?'
... 참가했다고하면 뭔가 또 미친년 널뛰는 소리를 들을 것 같은 공기 형성.
와우.
난 작년에 일이 있어서 참가하지 못했었다.
'아뇨. 참가 못했었는데요.'라고 대답하니까 한다는 말이
'그래. 그런걸 왜 참가하고 그래.'
....마치 같잖다는 듯이. 아니 그래도 한 때 우리 나라 대통령이셨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