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의 사무실
핸드폰을 끊고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민준. 눈을 감고 깊은 고민의 빠진다. 입술을 깨물었다가 눈을 감고 뜨는 행동을 반복해서 한다. 참아 보려 하지만 부끄럽게도 눈물은 뺨을 타고 볼 위를 흘러내리고 있었다. 실어증. 지수가 실어증 증상이 생겼다는 말을 듣자마자 온 몸의 힘이 빠진다. 다시는 엮이지 않겠다고 다시는 그 쪽으론 돌아보지도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지수의 행동을. 그 모든 의문을 풀어 줄 사람은 준혁 뿐이었다. 한참을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준혁의 질책과 한없이 밀려오는 좌책감 뿐이다. 그 여자의 행복을 위해서 떠난 것이 오히려 그 여자를 불행하게 만들어버린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도무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지수에게 달려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모른 척 해야 하는 것인지. 그렇게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그 정적을 깨고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선미가 들어온다. 순간 당황한 민준은 손으로 눈물을 닦고 표정을 관리한다.
“ 이사님은 기본 예의도 없으십니까? ”
“ 그게 무슨 말이죠? ”
“ 노크도 없이 문을 여는 행동 말입니다. ”
“ 하.. 이봐요. 차민준씨. 난 들어오기 전에 분명히 노크를 두 번이나 했고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문을 열고 들어온 것 뿐이에요. ”
“ 아. 미안합니다. 못 들었나 보네요. 근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온 거죠? ”
얼굴조차 보지 않고 질문을 하자 자존심이 상한 선미는 민준 책상 앞에 두 손을 쎄 게 내려친다.
“ 지금 뭐하는 겁니까? ”
“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을 보면서 말하는 거라는 거 몰라요? 내 얼굴 좀 보면서 얘기하시죠? ”
그 말에 시선을 선미 쪽으로 돌린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선미를 바라보자 그 모습마저 자존심이 상한다.
“ 엎드려 절 받기군요. ”
책상에서 손을 떼고 돌아서려는 순간 책상에 세워져 있던 간이액자가 쓰러진다.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액자를 든다. 그 액자 안에 있는 사진을 보며 갑자기 표정이 일그러지는 선미. 다른 여자의 사진이다. 지수의 사진.
“ 하... 웃기네요. 헤어진 여자 사진을 왜 아직도 이렇게 보관하고 있는 거죠? ”
화가 난 선미는 액자 뒤를 열어 사진을 꺼내려는 행동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재빠르게 선미에게서 액자를 뺏어 서랍 안에 넣어버리는 민준. 오늘 이 남자 아무래도 작정이라도 한 듯 했다. 홧김에 민준의 넥타이를 잡아끌어 자신 앞에 두고 기습키스를 한다. 놀란 민준은 바로 선미의 몸을 밀친다.
“ 분명히 말 했을 텐데요. 이런 행동은 다신 이해하지 않겠다고! ”
“ 이젠 나를 좀 봐주면 안 되겠어요? 그 여자보다 내가 못 한 게 뭐야? 도대체 왜 날 밀어내기만 하는 거 에요? ”
민준이 서서히 선미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조용하게 귓가에 말한다.
“ 당신! 당신은 김지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야! 그 여자가 아니기 때문이지. 대답이 됐습니까? 장 이사님. 그럼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저는 회의 준비를 해야 해서. ”
그리고 사무실을 나가버리는 민준. 온 몸이 떨려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눈물이 흐른다. 여러번 자신을 무참하게 무시하고 거절하는 저 남자가 밉다. 화가 난다. 그리고 한없이 속상하다. 모든 걸 다 가졌어도 그 남자의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게 말이다. 그리고 그 여자가 싫다. 이 세상에서 없어져버렸으면 하는 마음마저 든다.
#드림백화점
주차장에서 내린 준혁은 반대편으로 가서 조수석 차 문을 연다. 준혁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차에서 내린 지수는 오랜만에 외출이라 거부감이 있었지만 너무도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을 위해 밖으로 나가자는 준혁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집에 있을 때는 아무 소리도 들릴 일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고요했는데 집 밖을 나오자마자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소음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꽉 막힌 도로에서 울리는 경적소리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바람 부는 소리까지 이제는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백화점 문을 열고 1층에 들어 선 순간 화장품의 향수 냄새까지 또 한 번 거부감이 들었지만 준혁을 생각에 내색하지 않는다.
“ 지수야. 이제 봄도 됐으니까 예쁜 옷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고 들어가자. ”
준혁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지수. 매장을 둘러보며 걸려있는 옷을 지수 몸에 대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그럴 때마다 지수는 그저 살짝 미소를 지어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준혁이 내리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반대편에서 지수와 준혁을 발견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것을 막기 위해 손으로 버튼을 꾹 누르며 지수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서 있다가 고개를 숙이고 닫는 버튼을 누르자 문이 닫힌다.
자신을 무참히 짓밟고 가버린 민준의 뒤를 따라 나오던 선미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뒤 쫒아 오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문을 닫지도 못한 채 멍하게 서 있는 민준을 발견한다. 민준의 시선이 어디로 고정되어 있는지 고개를 돌려보니 그 곳에는 지수가 있다. 민준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얼어있었듯이 선미 역시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 버렸다. 힘겹게 지수 쪽을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하고는 문을 닫는 민준의 모습을 보자 선미의 감정도 극에 달았다. 지수를 쏘아보는 선미.
‘ 김지수. 네가 뭔데 그 남자한테 그렇게까지 사랑받는 거야? 난 그런 꼴 못 봐! 절대로! ’
“지수야. 그 옷 잘 어울린다. 어때? 괜찮은 거 같아? ”
웃어 보이며 고개를 두 번 끄덕인다. 직원이 지수의 옷매무새를 고쳐주며 사이즈를 확인한다.
“ 고객님. 지금 옷 사이즈가 살짝 크신 것 같은데 저희가 수선을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바쁘지 않으시면 신체 사이즈 체크하셔서 오늘 수선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 아~ 그래요? 그럼 해 주세요. ”
그 때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 직원이 매장에 들어오고 준혁과 지수에게 옷을 권하던 직원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 직원이 다시 두 사람에게 다가온다.
“ 고객님. 사이즈를 정확하게 재기 위해서 재단장으로 잠시 이동 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
“ 아.. 그럼 제가 같이 갈게요. ”
“ 아. 죄송하지만 그 곳은 남녀가 함께 들어가실 수 없으십니다.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금방 끝나니 이해해 주세요.”
직원에 말을 듣고 난감한 표정을 짓는 준혁. 지수는 지금 실어증이라는 고통의 증상을 겪고 있기 때문에 친근한 사람이 없는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는 일이라 걱정스럽다. 그런 준혁의 마음을 읽었는지 지수가 준혁의 팔을 잡고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입모양으로 작게 말한다. ‘괜찮아’라고.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준혁은 알아들을 수 있으니. 잠시 후 구매한 옷을 직원이 들고 그 뒤를 따라 지수가 준혁에게서 멀어져 간다. 멀어져 가는 모습이 왜 이리 불안한 것인지 준혁은 그때는 미처 몰랐다.
#지하 기자재 창고
매장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백화점 문을 나와 옆 건물인 별관 건물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잘 적응이 되지 않고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만 순순히 따라간다. 엘리베이터로 지하3층에서 내려 걸어간다. 얼마 뒤 직원이 문을 열고 지수가 들어간다. 그 곳에는 많은 종류에 천이 보관되어 있었다. 수선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건들이 곳곳에 보였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문이 닫힌다. 고개를 돌려 뛰어가 문고리를 잡아 돌려보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다. 힘이 너무 약했나 싶어 문을 쎄게 잡아 당겨도 보고 돌리기도 하면서 문을 열려고 시도하지만 꼼작도 하지 않는다. 다급하고 두려운 마음에 주먹으로 문을 친다. 그래도 밖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말을 할 수 없어서 있는 힘 것 소리도 질러본다. 그러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잠시 다녀올 생각에 소지품조차 준혁에게 맡기고 몸만 덩그러니 따라왔는데 이런 상황에 처하니 다소 당황스럽다. 그렇게 두려움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갑자기 기자재 창고 안이 어두워지며 불마저 꺼져버린다. 두려움과 공포는 좀 전 보다 더해갔고 문을 두드리는 지수의 손도 더 빨라진다.
“ 아...아!!!! 사..........라....악~!!!!”
아무리 소리를 쳐도 반응이 없자 벌컥 눈물이 난다. 위기에 순간 제일 먼저 민준이 떠올랐다. 그 이름을 크게 외쳐보고 싶었지만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던지라 가슴이 답답해지며 호흡곤란이 오기 시작한다. 20분정도 그렇게 힘겨운 외침을 하다 정신을 잃고 바닥에 힘없이 쓰러지는 지수.
#별관 지하
공사용품의 재료를 확인하기 위해 별관에 들어온 민준은 지하 3층 전기 기자재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갸우뚱한 표정을 짓고 핸드폰을 열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 예. 최과장. 저번에 썼던 전구 어디다 뒀는지 기억합니까? 지금 내가 잠시 필요해서요. 아. 거기요. 감사합니다. 잘 찾아 보겠습니다. 네. ”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보니 최과장이 말 한데로 전구가 보인다. 전구를 주머니에 2개를 넣어 전기 기자재 창고를 나오고 문을 닫고 계단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선미가 창고에 선미가 서 있는 것을 본다. 선미는 민준을 못 봤지만 민준은 선미를 본다.
‘ 저 여자가 여기까진 웬일이지? ’
거리가 꽤 멀어 무엇을 하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창고 문을 자물쇠를 잠그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근처 쓰레기통에 고민 없이 던져 버린다. 드림백화점 이사라는 여자가 별관에 지하 3층에 있는 각종 기자재 창고에 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드림백화점
고객 휴게실 의자에 앉아 지수를 기다리던 준혁은 시계를 확인한다. 지수가 그 직원을 따라 간지 30분이나 지나있었다. 조금씩 밀려오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그리고 얼마 뒤 지수와 같이 나갔던 직원이 다급하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기분 좋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직원의 표정이 밝지 않았고 무엇보다 지수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 아.. 고객님.. 혹시 같이 계셨던 여자분 여기 다시 안 오셨습니까? ”
“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당신이랑 같이 수선하러 갔는데. ”
“ 아... 그게.. 죄송합니다. 제가 같이 가던 길에 잠시 전화를 잠시 받았었는데 그 사이에 여자 분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래서 화장실에 가신 줄 알고 여자화장실로 찾아보고 주변을 찾아 봤지만 어디에도 안 계셔서 다시 이쪽으로 오셨나 싶어..급하게 달려왔는데... 죄송합니다. 여자 분께 전화라도 한 번 해 보시는 게..”
“ 그게 말이 됩니까? 갑자기 사람이 없어지는 게? 아.. 미치겠네.. ”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지수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나 어디선가 벨소리가 들리고 자신이 앉아 있던 옆 의자 위에 지수 가방에서 소리가 들린다.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준혁의 얼굴은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 내가 따라갔어야 하는 거였는데.. 아.. 혼자서 어딜 간 거지? 우선 백화점 내부를 좀 찾아주시겠습니까? 찾으면 이 쪽으로 연락을 주세요. 저도 한 번 찾아볼게요. ”
“ 네.. 죄송합니다. 고객님. ”
준혁은 백화점 내부를 이리 저리 뛰어 다니며 지수의 얼굴을 찾는다. 긴 머리에 하얀색 스웨터를 입고 분홍색 치마를 입은 여자를. 뒷모습이 조금이라도 비슷하면 “지수야”라며 어깨를 만져 확인해 보고 아니면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평소 같았으면 성인 어른이 없어진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어린아이를 잃어버린 것이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 지수의 경우는 달랐다. 심신상태가 많이 지쳐 있는 상태이고 말문을 닫아버린 실어증 증상이 있는 성인여자다. 혹시나 지수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하고 노심초사하면서 다 찾아본다. 한 시간을 넘게 구석구석을 찾아봤지만 그 어디에도 지수는 보이지 않는다. 백화점 패장시간이 되고 직원들에게 부탁을 해 놓고 지수의 집으로 가본다.
#선미의 집
샤워를 마치고 물에 젖은 채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나오는 선미는 화장대에 앉아 거울을 보며 미소 짓는다. 이미 밖은 어두컴컴해졌고 어느 덧 시계는 9시를 막 넘기고 있었다. 낮에 민준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날려버릴 만한 사건이 생각난 선미는 핸드폰의 차민준이라는 이름을 보며 말한다.
“ 당신이 날 거부했으니 무서운 고통을 그 여자가 치르게 될 거야. 하루 동안 어두운 창고 안에서 두려움에 떨어 보라지. 일이 이렇게 된 건 모두 다 차민준 당신이 자초한일이야. ”
#기자재 창고
어두운 공간 속에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두려움에 떨다 정신을 잃었던 지수가 눈을 서서히 뜬다. 창문조차 없어 아무런 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실 창고에 갇혀 7시간동안 정신을 잃었었다. 정신을 들었지만 눈을 뜨는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너무 무섭기만 하다. 희미하게 보이는 물건들의 형체가 두려움의 존재로 다가와 눈을 질끈 감는다. 그리고 눈물이 난다. 누구라도 좋으니 이 곳 문을 열어 주어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런 지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시간이 많이 흘러 모든 직원들이 퇴근 했으리라. 차디 찬 창고 바닥에 오래도록 쓰러져 있었던지라 온 몸의 열을 빼앗겨 추워지기 시작한다. 최대한 몸을 움츠리고는 있었지만 저녁인데다 두려움이 증가 해 몸의 온도는 내려간다.
“ 아....아....민..”
#민준의 사무실
어두운 사무실 안 민준의 책상 위 탁상용 전등이 켜져 있고 컴퓨터 건축 설계 일을 하고 있는 민준. 오랜 시간 일에 몰두하다 어깨가 무거워지고 뻐근함을 느끼고 기지개를 편다. 한 손으로 어깨를 주무르며 피로를 풀기 위한 몸 풀이 운동을 한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4시가 넘어가고 있다. 민준은 평소에도 일중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 자기 몸을 생각하지 않고 일 해 왔었지만 요즘은 그 증상이 더해만 간다. 지수와 헤어진 이후로 말이다. 일에라도 몰두하지 않으면 한시도 견뎌낼 자신이 없다. 어제 낮에 백화점 매장에서 준혁과 쇼핑을 하고 있는 지수를 보았을 때는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금 새 눈에는 눈물이 고였지만 안간힘으로 버텼다. 지수를 우연이라도 보는 날이면 힘든 마음을 다잡기 위해 몸을 혹사시키곤 한다. 오늘도 역시나. 그렇게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메시지 한통이 들어와 확인한다.
[차민준 당신 오늘 나한테 크게 실수한 거 에요. 당신이 그렇게 행동하면 할수록 누군가가 아주 많이 힘들어지게 될 거라는 거 명심하세요. -선미- ]
이 시간에 선미에게 온 메시지 자체도 반갑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아무 많이 힘들어지게 될 거’라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정말 이 여자와 엮이는 이 시간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또 다시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좀 전에 선미에게 받은 메시지가 생각나 선미일거라는 생각에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발신번호의 “최준혁”이라고 뜬다. 그 이름만 봐도 입술이 깨물어진다. 마음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는다.
“ 차민준입니다. ”
“ 안녕하십니까. 최준혁입니다. 저기.. 혹시.. ”
“ 무슨 일이십니까? ”
“ 아... 혹시 지수가 차민준씨는 찾아갔는지 해서 연락 했습니다. ”
“ 아니요. 지수는 오지 않았는데 왜... 무슨일라도? ”
“ 지수가... 사라졌습니다. ”
“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수가 사라지다니! 어제 낮에 분명 두 사람은 같이 있었잖습니까? 백화점에서 ”
“ 보셨군요. 그런데.. 거기서 사라졌습니다. 백화점에서 사라졌어요.. 지수가... 지금까지 연락두절입니다... 아..”
“ 어디서 어떻게 사라졌다는 겁니까? 자세하게 말을 좀 해봐요. ”
“ 옷을 수선하러 직원을 따라 갔는데... 그렇게 혼자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사라졌답니다. 핸드폰도 지수 짐도 전부 다 나한테 있었는데 ....정말....”
“ 우선. 지수를 찾는 게 먼저니 서로 더 찾아보기로 하죠. 먼저 찾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연락 해 주기로 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