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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발견] 가발을 집어 던져!

스팊 쏭. |2010.05.17 20:49
조회 498 |추천 1

 배경 스트리밍 - 뮤지컬 헤드윅 Kor vir. OST 中

http://www.cyworld.com/songste2/630779

 

"난 아직 남자가 좋은데 잃기 싫은 여자가 프로포즈 하면 어떻게 해야될까?ㅠ"

 

내 가까운 친구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았다.

이상하다고 느꼈겠지만 그는 얼마 전 주변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한 게이다.

처음에는 너무 놀래서 어쩔 줄을 몰랐고 이렇게 친구 하나를 잃는구나..생각까지 했는데

금새 그건 오버였단 걸 난 깨달았다.

그는 여전히 좋은 친구였고 친구는 친구일 뿐이였으므로 괜히 나 혼자 멀리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그저 성적 취향이 조금 다를 뿐, 그도 사람이었다.

그의 진심어린 고민은 정말 마음이 아팠고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동정심까지 자극했다.

 

그들은 흔히 말하는 보통의 대부분 사람들보다 얼마나 많은 고민을 더 해야 할까...

적어도 인간이 본능과 진심을 담아 움직이는 '사랑'에 있어서 말이다.

 

요즘 TV를 보면 적잖이 '게이'가 대세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든가 '개인의 취향'이라는 드라마에 대해 들은 바 있었고

TV를 즐겨 보지 않아 볼 기회가 없는 난데, 어느 날 문득 틀은 TV에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드라마를 너무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조금은 보수적인 면이 있는 내가 그 드라마의 플롯을 읽고는

사람들 반응이 궁금해 인터넷을 뒤져 봤더니

전반적으로 게이 주인공 커플에 대해 이질감이나 반감보다는

응원과 애뜻함이란 의외의 반응이 많았던 걸 보고 놀랬다.

 

나도 이 세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었지만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가까운 친구가 게이라는 사실과,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이 그토록 개방적이란 사실에 조금은 충격적이면서도 이상하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걱정되는 바가 없는 건 아니다.

이렇게 '게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드라마나 극 작품을 쓰는 분들께는 아마도 신선하고 군침도는 소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혹여나 그 재미를 위해 이 성적 소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사람들이 그들의 진심을 왜곡시키진 않을까 걱정스럽다.

호기심과 관심으로 이해를 해 주는 건 좋겠지만 그들도 사람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언젠가 존 카멜론 미첼이란 감독을 알게 되고,

그가 감독하고 그가 주인공을 맡아 연기한 '헤드윅'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그 영화를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생각이 좀 바꼈었다.

그리고 몇 년 뒤에 우리 나라에서 조승우가 출연한다는 소문으로 유명세를 탔던 뮤지컬이 있었는데 바로 '헤드윅'이었다.

 

당시 뮤지컬에 미쳐있던 나는 이미 브로드웨이에서 이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졌단 얘길 들었었는데 그 명작을 우리 나라에서 실제 공연을 볼 수 있단 사실과, 이미 '지킬 앤 하이드'로 그 이름값이 검증된 조승우라는 배우가 캐스팅됐단 사실에 무조건 티켓을 사 봤다.

 

역시 조승우였고, 이 공연은 오만석이나 송창의 같은 보석들을 발굴해냈다.

머, 배우들 얘기를 하자면 끝이 없고... 작품 얘기를 하고 싶다.

 

헤드윅의 원제는 'Headwig and the Angry inch'다.

머 번역하자면 '가발과 화난 일 인치' 정도..ㅋ

1인치는 2.54센티다. 손가락 한마디도 채 될까 말까한 길이.

난 이 작품을 여러번 보다가 결국 이런 결론을 내렸다.

 

헤드윅은 두려움이야. 두려움의 가발.

화가난 일 인치는 자존심이야. 아주 소심한 자존심.

 

뭐 짧게 얘기하자면 그렇다.

불가능하겠지만 난 게이의 입장에서 이 작품을 고려해보려고 노력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게이들이 살아가고 있을까.

헤드윅은 그들의 내면을 아주 시원하게 긁어주는 상징이자 아이콘 같은 케릭터다.

 

주인공 헤드윅은 한바탕 무대 위에서 화끈한 매너로 관중을 휘어잡고

온갖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스타가 됐다가도

방에 들어오면 일단 가발을 집어 던져놓고 담배부터 찾아 문다.

작품 종내에서 그는 관중 앞에서 가발을 집어 던지고 관중은 멍하니 그를 본다.

작품에서 헤드윅은 트랜스젠더가 아닌 여장 남자다.

아직은 완전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기로에서 방황하는

마치 현대인의 자화상과도 같은 상징적인 인물인 것이다.

 

난 이런 헤드윅의 모습과 행동을 보며 생각했다.

게이냐 아니냐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는 소수자들이다.

언제나 대반수에 끼길 원해 안달하는 소수자.

그런 우리에겐 언제나 '가발'과 같은 비장의 무기가 있고

그 가발만 쓰면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 위에서 나름대로 스타로 산다.

 

방방뛰고 날고, 기고... 그렇게 우리는 환호를 받기도 하고 야유를 받기도 한다.

 

헌데 마음 속 한켠에는 항상 불편한 1인치가 남아있다.

그건 누구한테도 열어보일 수 없고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이란 건데

참 지독해서 그 1인치 때문에 내 모든 몸뚱아리가 힘들어 야단이다.

 

헤드윅이 부르는 이야기에 한번 귀기울여 보자.

wicked little town. 작지만 험악한 세상에서

wig in a box. 상자안에 꼭꼭 감춰두는 비장의 무기 가발...

the orgin of love. 하지만 그 두려움을 벗어 던지자. 사랑의 기원은 결국 하나다.

 

 

 

앨범명 :  Musical "Headwig & the Angry inch" OST Kor vir.

장르 : Musical OST.

발매일 : 2005. 05.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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