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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킬빌'에서의 애니메이션 시퀀스의 효과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에서의 애니메이션 시퀀스의 효과

 

 

 

난 복학을 하면 교양수업으로 애니메이션 수업을 들을 생각이다.

영화에서의 애니메이션 효과는 나에겐 적잖은 충격을 가져왔고

얼마 남지 않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애니메이션은 컴퓨터 그래픽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는 '해운대'에서의

해일 효과나 '2012'에서의 지구 종말의 모습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점이 있다면, 컴퓨터 그래픽에 비해 사실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과 자칫 잘못하면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난 위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

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 애니메이션 시퀀스는 'Chapter three - Origin of O-Ren'에

등장한다.

소녀 시절의 O-Ren은 부모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복수를

꿈꾸게 된다는 내용의 시퀀스다.

이 장면의 장점은 이렇다(내 생각일 뿐).

 

 

 

1. 촬영기법을 다르게 한다거나 그 어떤 효과를 주지 않고도, 혹은

자막 없이도 (내래이션으로 충분한 설명을 하지만)누구나 이 장면이 과거라는 것에 수긍하게끔

한 것이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소녀는 O-Ren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별로 없다.

 

 

 

2. 잔인함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영화에서는 흑백효과를

줌으로써 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애니메이션이 아무래도

더 효과적이다.

 

 

 

3. 이 영화는 액션영화다. 배우가 아무리 출중한 무예를 갖췄다

할지라도 무엇이든 가능한 애니메이션에 따라올 수 있을까?

이 장면은 다른 어떤 장면보다 역동적이다. 캐릭터의 화려한 액션도

한 몫 하지만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된 표정도 그 역동성에 힘을

실어준다.

 

 

4. 위에서도 말했지만 애니메이션에는 한계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타란티노가 이런 걸

노리고 애니메이션 효과를 활용한 거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비용이 절약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일단 촬영의 한계가 없기 때문에 지미집, 그립, 스테디캠, 핸드헬드

등의 효과를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촬영감독의 안전도

고려하지 않아도 되므로 보험에 들 수고 없이 가까에 있는 맹수를

촬영할 수도 있고, 안전장비 없이 버즈 아이즈 뷰(birds eye's view)를 찍을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만 보아도 옥상에서의 O-Ren의 모습은 다양한 카메라 기법이 적용 되었다.

실제 인물 촬영이었다면 지미집과 그립, 엄청난 가격의 망원렌즈를 사용했을 것이다.

촬영비용 뿐 아니라 이 몇 분 안 되는 장면 때문에 (이 장면 외에는

다신 등장하지 않을) 몇몇 배우를 캐스팅해야 하는 비용과 

수고로움도 덜 수 있다. 일단 루시 루를 닮은, 기본적인 액션을

할 줄 알며, 저격에 능란한, 동양인인 아역 배우를 구하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그렇다고 이 한 장면을 위해 아역 배우를

훈련시키는 일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 그리고 등장하자마자 죽는

주인공의 부모 역할은 캐스팅 제의를 하기도 미안할 것이다.

이 것들 외에도 필름값(실제 상업영화에 사용되는 필름값은 어마어

마 하다)과 조명에 드는 시간과 비용, 이 장면을 찍기 위해 동원된

스텝들의 식사비용, 간식비용 등이 절약될 것이다.

또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해 촬영을 끝내고 편집과정에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재촬영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불상사도

줄일 수 있다.

 

 

5. 영화에서 활용된 이런 애니메이션 효과는 생각보다 예술적

가치가 높다. 타란티노가 위의 네 가지 장점을 염두해 두었다고는

장담할 순 없지만 이것에 주목한 것에는 큰 가능성 주고싶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애니메이션이 사용된 이 장면은 전혀

우스꽝스럽지가 않다. 물론 우스꽝스러운 것은 예술적인 것과

거리가 멀고 진지한 것이 예술과 근접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앞에서 걱정했던 자칫 우스워 보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보란듯이 극복한 것이다. 또한 우디앨런의 '애니홀'에서는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보일 목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사용하기도 했다.

 

 

타란티노는 이 장면이 꼭 애니메이션이어야 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내가 예술에 대해 잘 몰라 이 주장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내새울 수 없는 것이 송구스럽지만 월트 디즈니사나 픽사 등에서

만든 여러 애니메이션들만 봐도 애니메이션이 새로운 예술의 범위에 속한다는 데 동의 할 것이다.

실제로 월트 디즈니사의 '인어공주'는

미술에서의 보색효과를 실감나게 표현했다고 대학에서 배우는

영화전공 서적의 색(Color) 파트에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에서의 애니메이션은 중요한 모티프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문학도 마찬가지겠지만 영화에서는 모티프가 있어야 극을

전개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킬빌'에서도 주인공이 어떻게 해서 복수를 꿈꾸었는 지를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예술적 가치만으로도 (컴퓨터 그랙픽처럼의) 사실성 결여가

큰 단점이 될 수 없다.

 

'킬빌'.

내가 좋아하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어떤 장면도 날 실망시킨 장면은 없었으며 어떤 장면도

소홀히 대할 수는 없지만 이 애니메이션 시퀀스는 더욱 애정이 간다.

가장 타란티노다운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혹자는 타란티노는 너무 그로테스크하다고도 하지만 난 그 점이

맘에 든다. 스필버그가 유재석이라면 타란티노는 박명수다.

스필버그는 팬층이 다양하고 안티가 별로 없는 반면 타란티노는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 난 그 호불호 중 '호'에 속한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난 철학, 작곡과 더불어 애니메이션 수업을 꼭 수강신청란에 기입할 것이다.

가능하면 작은 영화를 만들더라도 애니메이션을 접목시킬 생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예산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꼭 애니메이션이어야만

하는 그 무언가를 찾고 말 거다.

 

끝.

 

 

p.s 독자는 이 글을 그냥 개소리 정도로만 생각하고 읽어줬으면

한다. 개들은 항상 개집에 묶여있고 이유없이 멍청하게 짖어대기만

하니깐.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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