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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에서 18년 우렁된장 하셨다는 그 집 다시는 안가게 된 사연

시골입맛 |2010.06.10 20:05
조회 878 |추천 0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초반이지만..... 입맛이 햄버거 치즈 돈까스 보다는 된장찌개 설렁탕 쌈밥을

 

더 사랑하는 토종? 입맛을 가진 여자입니다파안

 

제가 일하는 동네는 서울대입구 봉천동인데 일하는 곳에서 마땅히 도시락이나

 

식사를 할 수 없다 보니 나가서 사먹는 것을 매일 하는 편이고

 

매장이다 보니 매장을 지킬 사람이 필요해 교대로 먹다 보니 결국은...

 

 매일....;; 혼자 밥을 먹습니다. 부끄

 

 

주변 식당 일하시는 분들도 처음에 어린 제가 혼자 먹는다고 하면 읭? 쟤 왕딴가.. 싶은

 

표정으로 보다가 나중엔 앞에서 수다도 떨어주시고 하셔서 혼자먹는게 같이 먹는 것보다

 

익숙해 졌는데...

 

 

제가 일하기 시작한지 한달쯔음 되었을 때

 

입맛없어. 김치찌개 질려. 김밥도 질려. 만두도 질려. 맛난 거 없쌈요 사장님?

 

하고 사장님께 물었더니

 

이 동네에 된장찌개가 유명한 집이 있는데 너 거기 가봤냐면서

 

너한테 딱일거라고 된장에 배추에 밥을 비벼서 준다고 아주 맛있다고 하는겁니다.

 

그리고 밥도 많이 준다고.

 

 

앞 뒤 다 짜르고 저는 아주 맛있다고 에 삘이 꽂혀 돈을 들고 우렁 된장 집을 찾았습니다.

 

10평 조금 안될 듯한 솔직히 답답하고 지저분했던 식당 내부도 

 

정말 오래된 식당의 겉 외관 따위도

 

맛만 좋으면 되고 이런 집이 더 맛있다는 진리를 알기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사장님과 사모님 두분만 일하는 된장집의 우렁된장찌개는 아주 맛있었고.....

 

정말 든든했습니다.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는듯 했어요.슬픔 

 

저는 그 집의 단골이 되어버렸고

 

체크 카드 받는 것을 꺼려하시길래 매일 집에서 우렁된장 먹을 돈 5천원을 챙겨 나올

 

정도의 센스까지 발휘했죠

 

오죽하면 제 식대가 4천원이었는데 사장님이 우렁 된장 먹으라고 월급에서 미리 천원씩

 

더 제하고 식대를 5천원으로 주셨죠

 

 

그런데 나이 어린 손님이라 그런것인지

 

아니면 혼자 먹으러 와서 돈이 안되서 그런것인지

 

뭔지

 

한번은 다슬기 해장국이 먹고 싶어 다슬기 해장국을 시켰는데 (이 집은 해장국도 해요)

 

옆 테이블 아주머니가 냄새 난다고 코를 쥐어 막았습니다.

 

전 아주 잘 먹고 있는데 이게 무슨 냄새야 라고 하시면서요

 

하지만 거기서 하하 제가 먹는 다슬기가 냄새가 좀 나나보네요 죄송하네요 하고 넘기기엔

 

아침 점심 다 굶고 저녁 6시에 먹는 밥이었기에 열이 부쳐 대답을 안했답니다.;;

 

그랬더니 사장님이 바로 달려오셔서 다슬기가 냄새가 좀 난다고 하면서 환풍기를 켜고

 

문을 여는 겁니다...ㅠㅠ..... 그 추운날... 문 바로 옆에서 밥먹는 저는 생각도 안하고...

 

 

또 한번은 ....

 

이 집 벽에 걸려 있는 신문 기사에는 손님들이 맛있게 남기지 않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이런 식으로 글이 쓰여져 있습니다.

 

원래 밥알은 남기는건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저.

 

반찬까지 해서 모두 다 비벼 먹기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찬이 너무 들어가

 

짜서 밥을 더 달라고 하곤 했었답니다. (미리 늘 말하긴 하지만 그래도 짤때가 있습니다..)

 

제 생각엔 나이가 들어가면서 입맛을 잃어가는 사모님이 음식을 점점 짜게 만드시는 것

 

같은데.......... 하지만 남기기는 미안하고.... 그러다 보니 정말 짜다 싶으면 밥을 더 넣고

 

비벼 먹었죠.

 

그 날도 똑같이 너무 짜서 밥을 더 달라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사모님에게 언니 저 밥좀 더 주세요~ 했더니

 

"밥 더 먹고 싶으면 더 먹고 싶다 그래! 너 왜 맨날 짜다그래?"

 

이러는겁니다요..... 아니 .. 정말 짜서...인데요.. 라고 대답했지만 사모님은 이미

 

주방으로 사라지신 후고....

 

전 그 자리에서 서러워서 먹고 싶지 않았지만 배가 고파 마저 먹고 인사를 드린 뒤

 

바로 나와 매장에 가서 서럽다고 사장님과 매니저님께 말했죠

 

저희 매장에서도 제가 그 식당 단골인걸 알기에 왜 널 미워한다냐? 밥 좀 더주면 어때서..

 

라는 반응이셨지만 제 삐진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격타!

 

된장이 나왔는데.............

 

탄겁니다. 당황

 

일년을 넘게 먹었는데 그 맛의 미묘한 차이를 모르겠습니까...ㅠㅠ?.....

 

 

저 - 저 요 된장이 조금 탄거 같아요

사장님 - 강된장이라 옆에가 늘러 붙은거에요~ 안탔어

저 - 아니 된장이 탄맛이 나요.. 정말로

사장님 - 그냥 먹어요 안탔다니까

저 - 저기 제가 안 탔는데 탔다고 그러겠냐구요.. 내용물이 아예 탄맛이 난다니까요..

 

 

그러자 우렁 된장집의 사장님이 다가와 저를 노려 내려다보며

 

제 된장을 바로 들어 제가 보는 앞에서 싱크대에 가져다 버렸습니다.

 

 

헐퀴 먹는걸.........

 

이라고 생각하자마자 아니 어떻게 내가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손님인 거신데.....

 

이러시면 안되지............................

 

라는 생각이 드는겁니다.... 그러고 주방으로 들어가 아무 말 없으시고...

 

저........

 

분식집 라면에서 머리카락 꼬부라진 거 나왔을 때도 조용히 휴지에 올려 놓고 

 

그냥 먹었었어요... ㅠ_ㅠ 나중에 분식집 아주머니가 놀래서 죄송하다 하시길래

 

아니라구.. 손님들 다른 분들도 있는데 전 괜찮으니 그냥 볼일 보시라구...

 

 

라고 하는 먹을 것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녀자인지언데

 

 

탄 것은 사람이 먹을 만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ㅠㅠ

 

 

그렇죠........ㅠㅠㅠㅠㅠ?

 

 

 

결국 서러워 눈물이 나려던 차에 (전 원래 잘 웁니다 열받아도 울어 짜증나도 울어..)

 

아저씨가 새로 된장 찌개 드린다고 기다리라고 외치고 사라져 (사장님 안붙일겁니다.ㅠㅠ)

 

나온거 마저 먹고 이 집과의 인연은 이제 끝이구나 하는 마음에

 

그동안 잘 먹었습니다.. 하고 계산 후 고개를 푹 숙이고 나왔습니다.

 

 

 

그 후로 그 근처로는 발걸음도 안들이고 된장 대신 알탕으로 갈아탔지만..

 

간만에 꿈에 된장 찌개가 나왔기에 ........... 그리운 마음에 글좀 끄적여 봅니다요..

 

 

 

근데 어째 쓰면서 저만 억울한 것 같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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