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월드컵 독점중계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 독점중계 때와는 다른 분위기인데 비슷한 점이 있다면 해설자 자질에 대한 논란이다. 그동안 SBS 뿐만 아니라 KBS, MBC는 스포츠 중계에 있어서 현역 선수나 은퇴한 선수들을 해설자로 내세우는 경향이 있었다.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 것인데, 하나는 선수의 스타성을 이용한 높은 시청률 유도이고, 다른 하나는 직접 경기를 뛰어봤던 선수의 경험에 의거한 심도 있는 해설을 듣고자 함이다. 그러나 전문적인 해설위원이 있는데도 검증이 덜된 스타성 높은 선수들을 해설자로 쓴다는 것은 굉장히 모험적인 일이다. 즉 해설이 좋으면 호평을 받지만, 그게 아니면 해설뿐만 아니라 중계방송 자체가 혹평을 받을 수도 있고 지금 SBS는 그런 상황에 있다.
구체적으로 예로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SBS는, 중계해설의 대부분을 경기종목에 관련 선수들로 구성했다. 그 중에는 예전에도 해설을 맡았던 선수가 있었고, 처음 발탁된 선수도 있었다. 특히 스피드 스케이팅 중계해설을 前 국가대표선수인 제갈성렬 선수가 맡았는데, 중계가 거듭될수록 언론과 네티즌들은 그의 해설자 자질을 의심하며 혹평했고 끝내 자진 중도하차하였다. 이후 SBS와 제갈성렬 선수는 언론을 통해 이에 대한 공식사과를 했는데, 한국 빙상 영웅인 제갈성렬 선수의 명성이 한순간에 손상되는 순간이었고 처음부터 검증 덜된 해설자를 기용한 SBS의 과실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당시 제갈성렬 선수의 해설수준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대학교수나 전직 코치 출신의 해설자의 지루한 해설보다, 활력 넘치고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전직 선수의 해설을 듣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설자는 중계도중 흥분할 수밖에 없다. 환희와 안타까움이 교차되는 스포츠 중계에서 해설자가 무감각하게 소신 있는 말만 하고 있으면 그것만큼 웃긴 상황도 없을 것이다. 물론 해설자의 적절한 감정조절과 전문적이고 정제된 해설이라면 좋겠지만, 해설자는 모든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으며 그동안 자신이 준비하고 아는 것만큼 해설하면 된다. 그러나 언론과 네티즌들은 제갈성렬 선수의 전체적인 해설보다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 쓰며 흠집내기에 바빴고, 결국 그들이 바람대로 자진중도하차를 이끌어냈다.
지금 월드컵 중계도 그렇다. SBS는 현지 경기 중계해설로 차범근 감독과 김병지 선수를, 스튜디오 중계는 박문성, 장지현 해설위원을 내세웠다. 어떻게 보면 전문 해설자들은 스튜디오에 있고, 비전문 해설자들이 현장에 있는 아주 의아스러운 상황이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 SBS의 처사겠지만 월드컵 초반인 지금, 언론과 네티즌들은 SBS의 단독중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현지 경기 중계해설진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김병지 선수의 해설이 문제되고 있는데 제갈성렬 선수와 데자뷰가 느껴진다. 하지만 SBS가 언론과 네티즌의 질타 속에서도 김병지 선수의 중도하차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 이는 엄연히 전속계약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고 물의에 따른 중도하차는, 동계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SBS와 김병지 선수에게 좋지 않는 이미지만 심어줄 뿐이다.
이 두 가지 예를 보면, 방송 독점중계의 폐해와 비전문 해설자들의 한계를 살펴볼 수 있다. 방송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SBS는 무리를 하면서까지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독점중계를 강행했고 성공을 장담했다. 그러나 동계올림픽부터 쌓여있던 언론의 질투가 터졌고, 네티즌들은 언론의 비판에 동조하고 있다. 즉 여론이 SBS에게 아주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더구나 검증이 덜된 비전문 해설자들을 현지 중계진에 포함했고 특히 김병지 선수와 그의 팬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안타까운 것은 조별예선 13경기를 함께해야 할 박찬민 캐스터가 해설을 처음 맡은 김병지 선수를 배려하며 중계를 해줘야 하는데, 중계 중 캐스터와 해설자가 따로 노는 어이없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는 것은, 해설자 논란 이전에 캐스터의 배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민적 축제인 월드컵이 SBS의 독점중계로 인하여 연일 문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초반이기에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는 초반부터 내외적으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SBS는 독점중계로 인해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만 방송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