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2010-06-22]
2006년 6월23일. 하노버 월드컵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06 독일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 한국과 스위스의 경기.
딕 아드보카트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은 히든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대표팀 막내의 선발 출전이었다. 1차전 토고와의 경기, 2차전 프랑스와의 경기에 모두 결장한 대표팀 막내는 3차전 스위스전에 당당히 선발 공격수로 이름을 올렸다. 박주영(25, AS모나코)이 월드컵 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박주영은 스위스전에 선발 출전해 후반 21분 설기현과 교체돼 나갈 때까지 66분간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박주영의 월드컵 데뷔전에서는 골을 볼 수 없었다. 또 박주영은 이렇다 할 눈에 띄는 활약도 펼치지 못했다.
4년이 흘렀다.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박주영은 2010년 한국 대표팀 부동의 주전 공격수로 성장했다. 프랑스리그에서 뛰며 얻은 유럽의 경험도 박주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박주영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게 날 만큼 허정무호에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박주영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박주영은 지난 12일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 선발 출장했다. 박주영은 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한국 공격을 이끌었고, 한국은 2-0 승리를 거뒀다. 박주영은 후반 42분 이승렬과 교체 아웃됐고, 월드컵 출장 시간은 153분으로 늘어났다.
허정무 감독의 절대 신뢰를 받고 있는 박주영은 17일 사커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조별예선 2차전에도 어김없이 선발 출장했다. 박주영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경기였다. 전반 17분 자책골을 기록했고 박주영은 큰 마음의 상처를 입어야만 했다. 결국 만회골을 넣지 못한 채 후반 36분 이동국과 교체됐다. 박주영의 월드컵 출장 시간은 234분이 됐다.
23일 새벽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박주영은 또 선발 출장한다. 개인적인 상처를 씻어내고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위해 박주영이 자신의 월드컵 4번째 무대를 밟는 것이다.
한국을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올려놓는 '영웅의 등장'을 234분이나 기다려왔다. 그동안 보내왔던 234분이 박주영이란 이름을 더욱 찬란하게 만들 기다림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경험이 많으면 여유가 생기다. 아픔이 있으면 독기를 더 품게 돼 있다. 3번의 월드컵 경기 출전, 자책골이라는 아픔, 그리고 나서는 4번째 출격. 이제 박주영이 골을 터뜨릴 때가 됐다.
왜 허정무 감독이 박주영에게 절대 신뢰를 보내고 있는지, 왜 박주영이 한국 축구팬들로부터 가장 골을 넣을 선수로 기대받고 있는지 증명할 때가 온 것이다. 한국의 4천8백만 붉은 악마들은 진심으로 박주영의 월드컵 첫 골을 기대하고 있다.
또 하나 박주영이 해냈으면 하는 것도 있다. 바로 월드컵 경기 첫 90분 풀타임 출장이다. 박주영은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풀타임을 소화한 적이 없다. 허정무호에서 절대적인 존재지만 90분을 허락받지 못했다. 박주영이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한국 축구 사상 첫 16강 진출의 기쁨을 맘껏 누리기를 기대해 본다.
〈조이뉴스 24 최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