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에 접어들어 단조로운 생활패턴 속에 지루함을 달래고자,
근로장학생으로 바쁜 지운이를 불러 영화관을 찾았다.
오랜만에 본 터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오후 5시 50분에 구로CGV 3관에서 <나잇&데이>를 보았다.
관객은 많지 않아서 좋은 자리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았다.
"세상만사에는 다 이유가 있죠."
CIA비밀요원 밀러와 평범한 커리어 우먼인 준.
둘은 우연히 공항에서 만나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된다.
준은 밀러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밀러의 돌발행동에 놀라게 되고,
그때부터 둘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된다.
밀러는 자신을 추적하는 자들로부터 도망치고,
준은 밀러와 연관된 인물로 추적자들에게 지목당해 별 수 없이 밀러와 동행한다.
살기 위해서는 밀러와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준.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밀러를 보며,
준은 더욱 호감을 느끼고 점차 그와 함께 있는 시간에 만족감을 느낀다.
"당신과 함께 있으면 짜릿해요."
벌써 50세를 바라보는 톰 크루즈(Tom Cruise).
1981년에 데뷔해서 지금까지 찍은 영화들을 살펴보면,
그는 단순히 용모준수한 배우가 아니라,
어느 배역이든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는 명배우라 생각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미션 임파서블>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에
코믹함과 다소 느끼한 연기를 보여준다.
내가 카메론 디아즈(Cameron Diaz)를 처음 본 것은 <마스크>였다.
섹시한 이미지로 많은 남성팬들을 거느린 그녀지만,
이제 그녀의 나이도 40세에 가까워졌다.
영화를 보면서 그녀의 주름이 너무 돋보여서 안타까웠고,
<슈렉>에서 피오나 공주역을 맡고 있는터라,
목소리만 들으면 마치 피오나 공주가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이제 제 2의 배우인생을 선택할 시기라 본다.
감독인 제임스 맨골드(James Mangold)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감독이다.
그중 인상적인 영화는 역시 <아이덴티티>와 <앙코르>다.
이 영화는 그의 코미디적 본능을 볼 수 있었지만,
그가 이미 만들어 놓은 수작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낮다.
"'언젠가' 라는 말은 위험한 말이예요."
"위험하다니요?"
"'언젠가'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영화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단지 톰 크루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슈퍼맨이자
영원히 죽지 않을 불사신 같고,
카메론 디아즈는 멍청하고 민폐를 끼치지만,
의외로 똑똑하고 현실적인 면을 보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별 다른 생각을 갖지 않길 바란다.
그저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가 벌이는 109분 동안의 쇼를 구경하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마음 편하게 보아야 한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오늘은 바로 그 '언젠가' 예요."
영화를 보면서 부러웠던 장면이 있었는데,
밀러와 준이 넓은 바다가 펼쳐진 작은 섬에 있던 장면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늑하고 아름답게 느껴져서 그 섬에 가고 싶어졌다.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과 가고 싶지만, 지금 없는게 문제다.
항상 입으로는 '언젠가', '어느 날' 이라는 말을 되풀이하지만,
실제로 그 때가 내게 다가 오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요새 나 자신을 가꾸는 일들이 더없이 소중하다.
내가 소중한 존재라면, 그 사람도 소중한 존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