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롱삐롱삐롱….
우렁찬 핸드폰의 알람 소리에 깨고 일어나보니
아침 8시입니다.
출발시각은 9시인데….
아침 초장부터 똥줄이 타는 느낌입니다.
다행히 어젯밤에 갈 준비를 다 해놓았기 때문에
따로 챙길 것은 없어 보이는군요.
혹시나 해서 일본의 날씨를 확인해 봅니다.
윽.. 도착지인 후쿠오카의 날씨는
라이딩하기 좋은 쾌적한 날씨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첫날부터 비 맞은 생쥐 꼴로 활보할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합니다.
어쨌든 시간이 없으니 빨리 출발하도록 합니다.
엘리베이터가 작아 계단으로
낑낑대며 자전거를 끌고 나오니
어머니가 베란다에서 잘 갔다 오라고
응원을 해주십니다.
왠지 힘이 솟는 기분입니다.
대충 출발할 때의 상태는 이렇습니다. 심플해 보이는군요.
어쨌든
좋은 기분으로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합니다.
20분쯤 달리니 강고버터(강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
강고버터 안내 도우미입니다.
출발까지 28분이 남았습니다. 빨리 발권을 해야 합니다.
?
아, 어제 예약을 했으니 발권을 했으니
또 발권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침부터 저의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갔나 봅니다.
버스가 도착하기 전에 자전거를 짐칸에 넣기 쉽게
이렇게 분해를 합니다.
제가 들어야 할 짐은
이 세 개 밖에 없습니다.
짐이 너무 조촐하여 일본 가서 망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는군요.
쵸큼 기다리니 버스가 위대하게 등장하고
저는 자전거를 싣을 채비를 합니다.
버스아저씨가 자전거 비싼 거 아니냐고 노심초사 하십니다.
알고보니 동네 아줌마아저씨 자전거동호회에서나 볼듯한
비싼 자전거로 착각하신 모양인데
제건 2~300만원 호가하는 자전거가 아니라고 말씀 드립니다.
허허 하시며 잠시 담배를 태우시더니
9시가 되니 칼같이 출발하십니다.
자비가 없습니다.
고고싱!
그런데 저는 일본어를 하지 못합니다.
히라가나, 가타가나도 알지 못합니다.
중학교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지만
이미 머릿속을 떠나신지 오래입니다.
그리하여 급조로 구입해 온 책!!
오오….
보기만해도 일본어가 척척 외워질 듯한 멋있는 표지입니다.
그래서 막 흥이 나서 펴보았습니다.
아….
일본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부터 이 많은 것을 외우려니
제 머리로는 절대 무리라는 결론을 내리고
버스에 달린
TV에 나오는 VJ특공대를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버스에서 취- 하는 소리가 나길래 일어나보니
(경) 휴게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축)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편의점으로 향합니다.
전 2년전부터 휴게소에 들리면 사과한개쥬스 + 호두과자2천원짜리
조합으로 사먹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가장 적절한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역시 호두과자는 천안휴게소 물건이 가장 맛있습니다.
이건 호두가 안 들어있으니 사기입니다.
'팥 과자' 라고 하고 팔아야 합니다.
아니 모양이 호두모양이라 괜찮을까요?
하긴 붕어빵에 붕어를 넣지 않고도
붕어빵이라 판매하는 것을 보면
불법은 아닌가 봅니다.
왠지 붕어빵도 호도과자처럼 처음 시발지 에서는
붕어가 들어가 있었다는 것을 믿고 싶습니다.
(뭔소리…)
버스가 달리기 시작하여
다시 눈을 붙였습니다.
눈을 떴습니다.
오.. 바로 부산이군요.
참으로 자동차는 대단합니다.
강고버터에서 출발하여 부종버터에 도착하였습니다.
근데 부산엔 산이 많다고 하는데
산이 많아서 지명이 '부(富)산' 일수도 있다는
고찰에 잠시 잠깁니다.
이제 버스에서도 내렸고 부국여터(부산국제여객터미널)로 가야 합니다.
콜밴은 짱 비싸고
자전거를 타고 갈 만한 거리는 아닙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하는데
부산지하철에서는 자전거를 태울 수 없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지만
바퀴를 분해하면 자전거가 아니라 자전거 부품이므로
승차가 가능하다는 지하철 공익님의
새로운 논리(!)에
바퀴를 초스피드로 분해합니다.
자전거에서 바퀴를 빼니 짐 무게가 장난이 아니군요.
티머니를 삑- 찍고 장애인칸으로 지나가는데
빨간 모자를 쓰신 할아버지께서 저지하십니다.
"자전거는 안된다네"
저는 아까 들은 바퀴를 빼면 자전거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안된다고 하십니다.
사무실에서 허락을 받고 오라고 하시는데
아까 허락 받고 왔다고(사실은 공익한테)
얘기했더니
1초 고민하시고
가라고 하십니다.
거짓말을 하면 안되는데
공익도 사무실과 관련이 있을 테니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마음속에서 타협을 진행합니다.
지하철을 탔는데 굉장히 낯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 역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으므로 내리실 때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약간은 얇은 틱한 이 아저씨 목소리..
제가 자주 타는 서울 지하철 3호선에서 많이 듣던 목소리였습니다.
분명히 지하철 회사는 다른데 같은 목소리를 쓰고 있다니
신선한 충격이면서
이 성우는 전국구로 활동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왠지 오늘은 많은 것을 배울 느낌입니다.
뻘생각을 많이 하다가 고찰에 잠기고 하다 보니
부산 중앙동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제가 역에서 내리자마자 본 부산의 모습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저의 상식을 짓밟아 준 새로운 사업방식
????????
도대체 교차로 한가운데서 호두과자를 판다고 팔리는 건가요???
게다가 할아버지의 모습(엉덩이포스)은 태연하게까지 보입니다.
서울 촌놈한테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입니다.
????????????
그리고 아파트 위에 중국틱한 건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초장부터 부산께서는 저에게 충격 2종콤보를 연타로 날려주시는군요.
그래서 너무 신납니다.
배에는 7시30분까지 타면 되는데
4시간 이상이 남아서 너무 심심합니다.
티켓을 끊어준 친척형도 퇴근하려면 시간이 마니 걸리구요.
외환은행에 들려서 환전을 합니다.
200달러를 드렸더니
17000엔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앞자리가 '2'에서 '1'로 떨어지니
엄청난 손해를 겪은 기분이라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복수하는 마음으로 화장실에 들립니다.
부산 어메이징 시츄에이션 픽쳐
넘버3
무려 외환은행 '부산지점' 이름만 들어도
부산에서 제일 클 것만 같은
외환은행 공중화장실에는
직원들의 칫솔들이 마구마구 걸려있습니다.
아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큰 은행 공중화장실에 칫솔꽂이라니….
어쨌든지 외환은행은
나의 피 같은 돈에서
환율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왠지 모를
복수심에 불타올라
물비누를 평소에 1번 짜던 것을
4번이나 짜서 얼굴에 마구 발라 분노의 세수를 해줍니다.
물론 물도 왕창 썼습니다.
물소리를 들으니 소변이 마려워
평소보다 세게 눠줍니다.
이렇게 하고 나니
왠지 외환은행에게 큰 복수(?)가 되어
외환은행은 금방이라도 파산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에 (??)
내심 즐거워집니다. (???)
아무튼 외한은행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맞은편에 있는 신한은행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사실 전 신한은행 계좌가 3개가 있어서
국제현금카드를 만들러 가는 것입니다.
절대 뻘짓을 하러 가는 것은 아닙니다.
이름도 꽤나 멋있습니다.
부산에서 중앙에 있는 지점입니다.
역시 이름에서부터 뭔가 엄청난 기대가 됩니다.
신한은행 본점에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역시 에어컨이 빵빵하고 좋습니다.
신한은행은 전국 어디서나 제일 친절한 은행 같습니다.
논현동에 있는 신한은행 갔을 때에도
귀여운 봉투에 사탕을 포장해서 선물해주시고
게다가 은행에서 근무하시는
고학력자 분들이 저에게 머리를 숙이셔서
뻘쭘해지기까지 합니다.
카드를 만들고 인사를 하면서
"신한은행은 진짜 친절해서 좋아요~"
이렇게 얘기를 드렸더니
"그러면 여기서 하지 마시고, 신한은행 홈페이지에 올려주세요 오홓호호호홋~허허허헣"
라고 하십니다.
무엇보다 돈이 들지 않아서 만족도는 2301293%가 상승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외환은행은 영원한 복수상대입니다.
짜잔
부국여터에 진입하였습니다.
왠지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군요.
카멜리아호 카운터를 찾아 발권을 합니다.
아아….
무려 왕복행 티켓입니다.
친척형의 친절함에 감동의 쓰나미가 넘쳐흐릅니다.. 주륵주륵….
자전거를 화물로 부치기 위해 길을 물어물어 탁송장에 도착합니다.
자전거도 무려 만원씩이나 내고 부칩니다.
근데 수화물아저씨가 굉장한 쿨가이 이십니다.
"뒤가방안돼"
(뒤에 달려있는 패니어를 떼라는 뜻)
"여기"
(여기로 가져오라는 뜻)
"만원"
(만원을 내라는 뜻)
이렇게 세번 말하시더니 이상한 초록딱지를 주십니다.
왠지 소중해 보이니 잘 갖고 있어야겠습니다.
잃어버려서 자전거를 찾지 못해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끝나게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들어온 또 하나의 놀라운 부산
???
부산 어메이징 시츄에이션 픽쳐
넘버 4
아래에 있는 문구를 자세히 보니
????????
본 매체는 자체 제작 방송이오니절대 만지지 마십시오
??
이게 무슨 말인가요?
방송을 어떻게 만질 수가 있는거죠?
아아….
알면 알수록 알 수 없는 부산입니다.
저 안내표지를 보며 고뇌를 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계신 멋있게 생기신 할아버지께서 히라가나 잘 외우는 법
젊을 때 그런 것 하면 좋다 등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이상한 과일을 주십니다.
겉은 복숭아 같은데 크기가 엄청 작습니다.
칼로 깎아서 먹을만한 크기는 아니고
그냥 베어 무려니 껍질느낌이 짱 이상합니다.
왠지 지금 먹지 않으면 서울촌놈이란 티가 날 것 같아서
먹는 법을 곁눈질로 살짝살짝 훔쳐봅니다.
오오 이렇게 까지는 것이었군요.
씨를 빼고 먹는 것인가 봅니다.
한입을 배어 물었는데….
아이셔백만볼트 백만개가 입안에 있는 느낌입니다.
이건 도저히 먹을 수 없습니다.
근데 순간 고뇌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할아버지가 내가 기특해 보여서 과일을 주셨는데 이걸 남긴다면
"이런 괘씸한놈!"
이라 외치시며 지팡이로 쳐 맞을 것 같은
말도 안되는 상상에 빠집니다.
아무튼 선물로 주신 것이니
입안이 허는 기분을 버티며
꾸역꾸역 입에 넣습니다.
살면서 가장 받고 힘든 선물이었습니다.
복숭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모습.
왠지 승리한 기분에 들떠서
옆의 할아버지 테이블을 보니
할아버지는 시다며 한입물고 버리시더군요.
아….
뭔가 제 자신에게 대단히 당한 느낌입니다.
찝찝한 마음을 뒤로 미루고….
옆의 할아버지께서는 저녁을 드시러 가시는지
일행과 같이 사라지시더군요.
인사를 드리려 했지만 슝 사라지셔서 인사를 드리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남습니다.
지루한 시간을 의자에 앉아서 보내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립니다.
엇 알고보니 친척형 이십니다.
으헤헤 고마워요….
서울에서 내려온 동생 일본간다고 배표까지 끊어주시고
마중까지 나와주셨습니다.
정말 사람을 만나주러 이렇게 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정말 감사입니다.
출국장 근처에서 분식으로 밥을 떼우고 출국심사장으로 가려는데
형이 갑자기 슈퍼로 끌고 가십니다.
??
????
갑자기 진열된 쵸콜렛 5개씩 덥썩 덥썩 집으시더니
약 20개 정도나 되는 쵸콜렛+쵸코바를 계산대에 계속 올려놓으십니다.
전 당황해서 다시 진열대로 돌려놓고 형은 다시 계산대로
가져다 놓고 하는 뻘짓을 반복합니다.
결국 제가 패배하여
사진엔 적어 보이지만
무려 만오천원어치의 쵸콜렛을 사주셨습니다.
초콜렛을 하나 사주면 정 없지만 몇십개나 사주시다니
이건 제게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어떤 동생이 힘든 일,여행 하러 간다고 할 때
이렇게 똑같이 해주어야겠습니다.
왠지 사랑을 듬뿍 받는 기분입니다.
형과의 아쉬운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출국심사를 간단히 마치고 승선합니다.
디자인이 꽤나 심플하군요.
배도 엄청 이쁩니다.
방을 찾아 들어가보니 나름 깔끔하고 좋아보입니다.
짐을 꾸역꾸역 집어 넣고 로비로 나와봅니다.
무슨 배에 엘리베이터도 있고
오락실도 있고
이상한 자판기 까지 있습니다.
매우 먹고싶어서 구경하고 있는데..
옆에서 안경을 쓰고 뚱뚱한 12살정도 되어 보이는
한국 표준 뚱뚱안경어린이의 얼굴을 한 꼬마애가
엄마에게 500엔을 강탈해 기계에 집어 넣습니다.
저도 몹시 궁굼하여 옆에서 힐끔힐끔 훔쳐봅니다.
오!
무엇인가가 튀겨서 나오는지 90초나 걸립니다.
카운트가 줄어들고 있는데
우리의 초딩님은 투출구의 문을
다다다다다다 소리를 내면서
흔들고 계십니다.
5
4
3
2
1
.
.
.
드디어 물건이 나왔습니다.
….
보니까 냉동식품을 그냥
그때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파는 것 이더군요.
초딩님도 낚였다는 얼굴을 하고 꾸역꾸역 입에 넣습니다.
왠지 초딩한테 감사하면서도
승리한 기분에 기분이 좋습니다.
전 그냥 100엔을 넣고 음료수를 뽑아봅니다.
이런 컵에 나오는 자판기는 처음이라
음료수도 맛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음료수 맛이더군요(?)
다만 씹기 좋은 크기로 나온 얼음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리곤 밖으로 나와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지인, 부모님에게 문자메세지를 남깁니다.
평소에 잘 연락 않던 사람들에게도 전화를 합니다.
하아….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눕습니다.
왠지 혼자 떠나는 여행이 너무도 쓸쓸합니다.
그리고 두렵습니다.
이 여행에서 얻는 것이 무엇일지….
어떤 인연을 만나게 될 지….
이런 고민을 하다가 김의준은 잠에 듭니다….
오늘 달린 거리
0 km
총 누적거리
0 km
도쿄까지 남은 거리
약 1300km
미션!일본자전거질주2010(서울-후쿠오카)1편 - 두려운 일본, 나는 혼자일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