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저녁 7시에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의 방한 강연회가 있었다. 약 40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대학생(원)들을 중심으로 젊은 층이 많이 참석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15분 늦게 저녁 7시 15분부터 밤 9시까지 강연회가 진행되었고, 샌델 교수는 하버드에서 수업하는 방식으로 사례를 제시하고 학생들의 대답을 유도하면서 정의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확인했다. 조금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유창한 영어로 발언하여 몇몇 한국어를 말했던 사람들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진짜 하버드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샌델 교수는 자신의 책에 있는 세 가지 사례들을 들어 강의를 진행했다. 첫째는 “17세기 영국의 선원들이 살기 위해 식인행위를 했던 것은 옳은 것인가?” 둘째는 “가장 좋은 바이올린이 있다면 누구에게 주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가?” 셋째는 “2020년 평양에 하버드가 캠퍼스가 설립되고 당신이 총장이라면, 불우한 가정환경을 가진 학생들의 입학을 위해 소수우대정책을 할 것인가?” 등 세 사례를 제시하면서 참석자들의 다양한 답변을 들었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참석자들은 “정의를 왜 실천해야하는가?”, “종교의 진리와 정의는 어떻게 봐야하는가?”, “미국의 정치는 정의로운가?”, “한국정치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질문을 했는데, 샌델 교수의 대답은 자신의 솔직한 소신과 함께 정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경제발전에 치중하여, 인권이나 도덕적 가치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사회 내 불신을 조성했다” 고 말하면서, 결론적으로 “시민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정치, 교육 사회 등 전 분야에서 시민들이 직접 정부의 정책에 대해 여러 가지 시각으로 도덕적 자문자답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 내 문제들에 대해서 시민들 간의 끊임없는 토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내려진 결론이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강연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과연 우리 사회의 정의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먼저 롤스의 정의론이 사회 내 제도화·의식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시민들에게 정의에 대한 실제적 토론을 하기 이전에, 토론을 할 수 있는 소양과 환경을 미리 조성하고 그것에 익숙해져야 토론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나친 현실주의는 인간의 인성과 감성을 경직되게 만든다. 그래서 단순한 사고방식으로 모든 일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만을 높은 가치로 여긴다. 한 가지 예로, 1970~80년대 고도의 경제성장은 세계와 국민들을 놀라게 하여 ‘한강의 기적’ 이라 불렸지만, 군부의 쿠데타와 유신체제에 의한 독재정권 속에서 이루어진 결과였다. 이것에 대한 반발로 젊은 세대와 지식인들이 주축이 되어 전국적으로 대규모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독재정권은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국민의식의 성장과 사회 내 정의실현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독재정권의 행보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고, 경제성장 이전에 자유와 평등이 인정되는 민주사회를 원했다. 그러므로 민주화 운동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 활동이었고, 깨어있는 시민들은 오늘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하다.
현재 MB정부의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로 여·야의 정치공방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몇몇 후보자들의 만행(?)들을 보면서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위장전입과 실언은 기본사항이고, 논문조작과 불법행위는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다” 는 듯 피해갈 궁리만 찾고 있다. 또한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 때만 정의를 논하면서, 국민의 이름을 빌어 자신들의 정당성을 호소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인가? 샌델 교수의 말처럼 시민들의 적극적인 현실참여와 삶 속에서 정의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과 토론이 필요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