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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은게 있어,

이정희 |2010.09.03 03:03
조회 520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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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만나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다가

어느새 가버린 하루에 한숨을 폭-하고 내쉬는 시간

 

약속 시간에 맞춰서 나오느라 집을 나온 때는 오후 5시

정리 되지 않은 집에 분주한 공기가 한 가득 이었는데

집으로 돌아온 밤 11시는 한적하다 못해

적막한 공기가 허공을 떠돈다

 

'시간이 어느 순간 이렇게 늘어졌나'

 

기분이 들 때면 간혹 이런 순간들이

내게 앞으로 얼마나 더 여러번 찾아올 것인가

문득 궁금해지곤 한다

 

지금처럼 길게 늘어지는 순간을 맞닥트릴때면 나는

 

'마음이란 것이 오래 오래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처음 너를 만날 때의 생각

그런 너를 계속 두고 볼 때의 눈빛

 

처음 마음 먹었던 결심

그 일들이 지속될 때의 내 초심 같은 것들에 대하여

 

살면서 중요하게 매번 되새김질 해야 할 것들은

이렇게 당혹스럽게도

삶의 카테고리 안에서 순환이 아닌

정지의 상태에 멈춰 있을때 존재감이 더 부각된다

 

그리고 톡톡톡 일상에 끼어든다

 

'너 지금 잘하고 있는거니'라고 자문하며 -

 

그러면 나는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나 잘하고 있잖아'

 

라며 고집 피우고 아무것도 변하기 싫다고 굳게 믿으면서

볕이 잘 드는 마루에 벌러덩 누워 얼음 동동 띄운 맥주를 마시며

콧노래를 부르고 싶은- 치기 어린 응석을 부리다가도

 

어느새 적막의 늘어짐을 대면할 때엔 조용히 자숙한다

 

'너 못하고 있잖아, 사실'

 

그렇게 또 새벽이다

 

-

 

세상의 소음에 차단된 시간에서야 비로소 나는 자각한다

 

골목을 걸어가는 누군가의 발소리

날카롭게 울어대는 고양이 울음소리

퇴근하는 누군가의 브레이크 소리

뒤늦게 세탁기를 돌리는 어느집의 물소리

 

나에 대해서

그들에 대해서

사람들에 대해서 궁금해진다

 

지금까지의 삶을 통째로 뜯어서

한 눈에 여과없이 보여줄 수 있다면

나의 지금은 어떤 '한 눈'이 될 수 있을까

지금 당신의 삶은 어떤 '한 눈'으로 보여질까

 

지금도 그 '한 눈'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중일텐데 말이다

 

-

 

살아있기에 겪는 수많은 것들

예를 들어 고민 사랑 반대 질병 아픔 설렘 기쁨 또는 허기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의 시시각각에

둘 또는 셋의 조합으로 쉽게 침투해온다

 

절대 혼자 오는 법이 없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굳건하게

헤쳐나가기 위해서 혹은 굳건하게 모면하기 위해서

그래도 되도록이면 균형을 잃지 않(게 보이기 위해)는 선에서

답을 찾고 길을 만든다

 

그렇게 한번의 걸음을 걷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늘어짐의 적막

그러면 슬금슬금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어딘가로부터

29년째 변하지 않는, 정답없는 질문이 툭 튀어나온다

 

'너 지금 잘하고 있는거니'

 

치열하게 보낸 나의 하루가

휴지 한조각보다 더 남루해 보이기도 하고

혹은 누군가의 마음에 찝찝한 결과를 남긴 것 같아

흘려 보내지도 못하고 감정의 하수구에서 허덕거리기도 하는

 

가끔은 지켜야할 것도 망가 트리고 부수고 하면서
그래서 멈춰야 할 곳을 이미 지나 버리기도 하는

 

그런 새벽

 

-

 

가끔은 앞 뒷면이 똑같은 렌즈를 잘못 끼곤 한다

 

이것을 엄연히 잘 구분하는 것은
손가락 끝에 오목하게 생긴 렌즈를 올려놓고

눈높이를 맞춰 보는 것

 

끝의 동선이 안으로 오므려 졌으면 오케이

밖으로 말아져 있으면 잘못 되어있는 것인데

 

이것을 백퍼센트 잘 구분하는 것은
일단 눈에 껴 보는 것이다

 

잘못 뒤집힌 렌즈를 끼었을 때의
그 시큰함과 초난감 따가움이란

3초만에 눈물 콧물 쏟는 명연기가 절로 나올 정도

 

삶이란 것도 그렇다

 

어찌보면 시간에 급급해 앞뒤 구분 못하다가
결정 후의 과정, 그 최후의 어느 순간에 맞닥트렸을 때

이게 정답이 아니었다를 빛의 속도로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진정 많다

 

그 오답의 순간들은 쌓이고 쌓여서

이런 나른한 적막함의 순간들에

밀물처럼 잔상의 쓰나미로 덮쳐 오곤 하는데

 

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힘으로 이 순간들을 견디고 있느냐고'

 

 

 

 

-

 

 

 

 

익숙함은 때론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부러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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