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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괴담.

너죽 |2010.09.19 03:06
조회 465 |추천 1

 그동안 제가 겪었거나 제 주위에서 겪었던 일들을 정리차 올리려는 의도입니다. 일기처럼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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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때 대구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대부분의 집이 그렇듯 뭐 아버지의 지방발령이 그 이유였다. 그 후에 xx맨션이라는 빌라(당시엔 아파트라고 했지만 끽해야 5층짜리 건물이 무슨.)에 살게 되었다. 여차저차 하여 우리집은 그 빌라 내에서 두번의 이사를 했고, 그 일은 중학교 3학년때 마지막으로 이사했던 304호(아마 그랬떤것 같다)에서 일어났다.

내 방은 별다를 것 없는 구조다. 한쪽 벽면에 침대가 있고, 침대 머리맡 우측에 계단을 볼 수 있는 반투명 창문이 있다(밖에는 쇠창살이 걸려있다. 도둑방지용.)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발이 향한 벽면에는 책장이, 왼쪽 벽면에는 책상과 옷걸이가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집에 이사간 첫날 가위에 눌리게 되었다.

그건 내 인생 첫 가위였다. 아주 무섭고 오싹한 기분이었다. 잠에 들려는 그 순간 정신이 맑아지더니, 온몸이 간질난것 마냥 가늘게 떨리고(나만 그렇게 느끼는것 같다.) 마취라도 한 것 처럼 몸이 움직여 지지 않는다.

나는 새끼손가락과 엄지발가락을 움직이기위해 온 애를 다 썼고, 결국 가위에서 풀려났다.

그때는 와, 정말 기분 더러운 경험이로군. 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하지만 그 날부터 나는 거의 매일 가위에 눌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두렵기만 하던 가위도 몇차례 눌리고 나니 기분은 나쁘지만 무섭지는 않게 되었다. 게다가 다른 녀석들과 달리 나는 가위에 눌리더라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속삭이는 목소리 따위도 전혀 없었다.

이런 가위라면 얼마든지 눌려도... 라고 생각했을 무렵, 그 일이 일어났다.

부끄럽지만 나는 미신을 꽤 잘 믿는 편이다(그렇다고 거기에 목매는건 아니다. 그냥 나에게 불리한 것들만. 예를들어 머리맡에 인형 두고 자지 마라. 귀신 들어간다. 같은...). 그래서 항상 책상 의자를 책상에 깊이 밀어넣고 잠을 잔다. 그건 일종의 버릇이다. 의자를 침대나 머리맡쪽으로 향하게 하면 귀신이 거기에 앉아서 본다는 이유다. 나는 특정한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굳이 따지자면 불교에 가깝겠다. 하지만 난 부처가 신이라는건 안 믿는다.) 귀신의 존재는 믿고 있다.

무튼, 그날도 가위에 눌렸다. 그런데 평소의 가위와 조금 달랐다. 마치 볼록거울로 방을 보고 있는 것 처럼, 움직이지 않는데도 방의 360도가 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신기하지만, 그 당시에는 신기하다기보다는 그저 무서웠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의자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 아이. 여자아이는 뱅 헤어(이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앞머리는 일자로 자르고 긴 생머리에, 머리 끝도 일자로 정갈하게 다듬었었다.)에 흰 원피스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11살 12살 정도 되어 보였다. 아무튼 얼굴만은 그림자에 가린 것 처럼 안 보였고, 그 와중에도 왼쪽(내 시선에선 오른쪽)눈만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무기질적인 희고 검은 눈동자가 너무 섬뜩해서 시선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했다. 그냥 방의 360도가 다 보이고 있었고, 어느 한곳에 포커스를 두지 않을수는 없는.. 말 그대로 개같고 이상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여자아이는 미동도 하지 않고 나를 계속 바라보았고, 나는 정말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때는 새벽이었다. 잠을 하나도 자지 못한 것 처럼 온몸이 뻐근했고, 심지어 등에 식은땀도 흥건했다. 나는 내심 온갖 욕을 다 뇌까리며(소리내서 말했다가 아버지가 들으셨다간 그날로 사망이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곧 딱딱하게 굳었다. 분명 책상에 넣고 잤던 의자가 침대 방향으로 돌아 서 있었던 것이다. 여자아이가 앉아 나를 노려보고 있던 때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방향이었다.

나는 한참 그 의자를 노려보고 있다가, 불을 켜고 의자를 다시 책상에 밀어 넣었다.

그럴리 없다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실수로 까먹고 잔 것이리라 스스로를 세뇌했다.

그리고 다음 날 부터 나는 방 불을 켠 채로 잠을 잤다. 어쩔 수 없었다. 무서웠으니까.

근 한달 가까이를 그렇게 자고 난 후에, 나는 다시 방 불을 끄고 잘 용기가 생겼다. 사실 슬슬 그 때의 기분이 어땠는지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탓도 컸다.

그리고 아마도 며칠 뒤, 나는 방 불을 끈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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