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훈이가 운동하자고 했는데, 어차피 늦을 것도 같고 해서 영화를 봤다. 사실 혼자 영화보는 걸 좋아는 하나 이런 영화를 혼자 보고 싶진 않았는데, 그냥 봤다.ㅋ 스포일러는 쪽 빼고(사실 스포일 당할 것도 없다. 로멘틱코미디가 서사로 얼마나 살아 남겠나;) 간단 리뷰를 작성해본다.
사랑은 원래 인위적으로 구성된다.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떠올리는 장면은 무엇일까? 사실 가장 잡다한 일상을 잡는다면 사랑 이야기는 그닥 아름답지 못하다. 원래 현실이란 게 그런 거니까.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 속엔 언제나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애뜻한 무언가가 남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애뜻함은 하나의 분위기를 담고 있고, 다르게 표현하면 날것의 사랑이 아니라 형식에 담긴 사랑을 구성하기 마련이다. 왜냐고? 원래 우리가 사랑을 할 때 그러니까. 그래서 시라노가 먹히는 거다. 관객에 눈에 뻔히 보이는 어색한 인위작품들은 실은 우리의 머리로 자행하고 있는 그런 사랑이거든.
분위기를 담아낼 줄 아는 영화
제일 인상받은 쇼트라고 하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음악과 함께 미세한 먼지를 따라다니는 씬이었다. 이 영화를 대표하는 장면을 뽑으라면 나는 이민정의 아름다운 얼굴이 아니고, 다니엘의 연기 변신도 아니고(사실 그사세에서 양수경 생각하면 변신이랄 것도 없지만;) 바로 이 쇼트를 뽑을 것이다. 이 쇼트가 말해주듯이 영화는 분위기란 걸 담아낼 줄 아는 영화이다. 그런 분위기를 담아내는 데는 조명의 역할이 컸다. 애초에 망한 소극장이라는 장소가 만들어내는 분위기 창출도 있지만, 곳곳에 돋보이는 명암 연출이 끝내줬다. 이 영화는 분위기로 기억될 거다.
분위기라는 형식을 외치다 진심이라는 날것이 남는 영화
로멘틱코미디에서 코미디를 뚝 띠어내고 로멘틱에서 남는 건 이상하게도 이렇게나 형식주의적인데 진심이 남는다. 한마디로 날것이 남는다는 거다. 뭐 그것마저도 영화란 형식 속에 담긴 거겠지만서도 꽤나 영화 안에서는 꽤 아이러니를 주는 지점이다. 형식을 타고 남겨지는 것이 날것이다.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이 자주 보였던 게 사실이다. 장면 장면 곳곳에 감독이 보였다. 이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였달까?
정리!!
사실 방향이나 내용에 크게는 동조하지 않는다. 서사는 언제나 그렇듯 로멘틱코미디는 로멘틱코미디다. 그러나 아무렴 어떠랴. 대중의 감수성에 충분히 호소할 만한 훌륭한 영화다. 나는 이 영화를 분위기를 통해 진심을 남기는 사랑영화라 부른다. (스포일하지 않았으니 많이들 읽어주셈)
p.s: 곳곳에 위트도 돋보였다. 이 글은 다소 로멘틱에 치중되었음을 시인한다.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