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의 뒷면
스티브 잡스가 재림했다
아이팟을 넘어 아이폰을 들고 아이패드를 끼고
서울역에서 막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옆자리 그녀가 아이폰 삼매경에 빠져 있다
저기요, 한번 만져봐도 되나요
스윽슥 손가락 하나로 세계의 속옷이 벗겨지고
나는 지금 광대한 지구의 달리는 한 점에 앉아
국경 너머 누구와도 한순간에 접속되어
우린 팔로우 팔로우 빛의 파랑새로 지저귀고
내 작은 손바닥 안에 거대한 지구마을이 들어선다
고마워요, 그녀에게 아이폰을 넘겨주다
반짝, 아이폰의 뒷면을 보고 말았다
정교한 주물과 밀링과 선반 쇠 깎기와
절묘한 합금과 광택과 사출 공정을 거친
거울처럼 매끄러운 아이폰의 뒷면
나는 눈을 감고 스윽슥
아이폰 모니터를 벗기고 들어간다
공돌이로 살아온 내 기억의 속살을
아이폰을 생산하는 수많은 하청 노동 현장을
열다섯도 안된 중국의 소년 소녀들이
침침한 컨베이어 벨트 앞에 못 박혀
하루 15시간씩 고개 숙여 일하고 있다
월급은 고작 50달러
아이폰 속의 반도체와 하드웨어와 모니터를 만드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공돌이 공순이들
필수 보호장비조차 제공받지 못한 채
첨담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인 전자파와
유독한 화학물질과 방사선을 다루며
헥산 중독과 백혈병과 암에 걸려
스마트하게 버려지는 젖은 눈동자들
스윽슥 몸을 벗기고 젊음을 벗기고
세포막을 벗기고 꿈을 벗기고
마침내 무엇에 접속되고 무엇에 다운되는 걸까
심플하게 디자인된 접속 혁명
첨단으로 편리해진 소통의 네트워크
청정 IT 산업 아이폰의 뒷면
글로벌 팔로우 서비스의 뒷면
우리 시대의 영웅이자 구루인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의 뒷면에서
보이지 않는 살인자들의 세계화를 본다
박노해 새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中
.
.
.

애플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생산하는 '폭스콘' 중국 공장에서
잇따른 자살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작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반 년 동안 이 공장에서 9건의 자살 시도가 있었고, 이로 인해 7명이 목숨을 잃은데다
지난달 이 숫자가 급격히 증가해 30명의 노동자들이 자살을 시도했다.
이곳에서는 40만 명의 노동자들이 끔찍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공장 노동자들은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고용상태에 있으며,
오직 식사와 취침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일을 해야 했다.
한 20대 노동자는 이런 일상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결국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것 뿐이라고 증언했다.
폭스콘 공장의 많은 노동자들이 자기 바로 옆에서 일하는 동료의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고 한다.
항상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반복되는 자신의 업무만을 하기에 서로 관계를 맺을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함께 얘기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결국 극단적인 사태로 이어진다는 얘기.
-미국의 IT블로그사이트 <기즈모도>가 2010년 5월 19일에 보도한 기사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