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희대생.
목요일마다 도서관 3층 르네상스홀에서 열리는 리더쉽 함양 수업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경희대생.
오늘은 손에 꼽을 만한, 나를 단 한 번도 졸지 않게 만든 강연.
단순히 우리 나라 국악에 관련된 이론적인 내용만 배울 줄 알았는데,
아주 찰지게 재미졌다.
강연자는 '물고기자리'라는 노래로 유명한 가수 '이안'씨.
자기는 절대 노래를 잘 하지 않는다며,
경기소리, 강원소리, 남도소리, 서도소리 다 소화하는 녀자.
사실 내가 이렇게 글을 적게 된 그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오늘 이 강연에 대한 느낀 점 공유가 아니다.
강연 주제 외의 충격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
아무래도 이안씨가 가수이다 보니,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다른 가수의 음반을 들려 주는 식으로 강연이 진행됐는데,
... 흥겨운 박자, 장단에 맞춰 온 몸을 들썩거릴 법도 한데,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저 정직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그녀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미동 하나 없었다.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곤, 다들 이번 수업을 흥미로워하고, 재미있어 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주제의 주인공격인 노래가 직접 들려질 때에 그들의 반응이 미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차근차근 생각해 보았다.
오래서부터 점잖빼는 사람들이 양반이라 불리는 한국 사회의 폐해인가.
그러나 '이안'씨도 말했지만,
농사 지을 때도, 고기를 잡을 때도, 시조 하나 읊조릴 때도
노래가 빠지면 섭섭할 정도로 평민, 양반 구분 없이 노래를 사랑하는 민족이
바로 한국인이다.
게다가 일제강점기, 일찍부터 우수한 문화의 엄청난 영향력을 알고 있었던 일본의 만행으로
가야금을 뜯는 장인은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노래를 하는 장인은 성대를 다치게 하고,
춤을 추는 장인은 다리를 잘라버리고,
그 외 아편에 빠지게 만듬으로써,
한국 문화를 어떻게든 없애려고 했지만, 끈질기게 살아남은 것이 바로 우리의 문화이다.
사실 살아남기는 했다만, 그때서부터였을까.
만약 지인이 음악을 한다하면 일단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만연하다.
음악인들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딴따라에, 뜨지 않으면 그 사람의 인생은 죽은 것과도 마찬가지라며 쉽게 권하지 않는다.
사실 이유에 대해서 이렇다저렇다 떠들기에는 나의 배경지식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여기서 접기로 하고,
(더 하면 완전 소설 한 편 짓는 느낌으로, 상상의 나래만 펼칠 것 같아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예술인에 도전하라는 것도 아니고,
굳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보.통.사람 입장에서 음악을 즐기기라도 하라는 것이다.
이번에 불거져 나온 '대종상영화제에서 소녀시대에 대처하는 영화배우들의 자세'에 대해
네티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나는 오늘의 경험으로, 꼭 영화배우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닿게 되었다.
정말 흥이 나지도 않는데, 억지로 웃음지을 필요는 없지만,
분명 소녀시대는 댄스곡을 불렀을 것이고, 사람들의 흥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 생각된다.
본인이 직접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라, 전체적인 분위기는 모르겠으나,
일단 그녀들이 너무 싫어서 배척하는 느낌은 아니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그래서 내 결론은, 꼭 노래를 하는 곳으로 지정되어 있는 노래방, 무도회장에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장소일지라도, 리듬에 맞춰 조건반사적으로 움직여지는 몸을 굳이 막지 말라는 것이다.
알다시피, 우리는 한국인이고 어쩔 수 없이 날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민족으로 태어났다.
그 습성은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좀 더 조사해 보고, 연구를 해 보면 모를까
왜 현대 사회의 한국인들은 몰래 음악을 즐기는 것에 더 적응하게 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피는 못 속이는 법.
나는 알고 있다.
오늘 리더쉽 함양 강연장에 있었던 모든 학생들이
온 몸을 들썩이며 직접 표출하지는 못 했지만,
손가락 또는 발가락 또는
당신들의 몸 속 장기들이 리듬을 타고 있었을 것이라는 걸.
한국인이여,
있는 그대로 즐기자.
당신은 음악을 사랑하는 한국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