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2010-11-13]
세비야에 이어 비야레알까지 캄노우에서 참패를 맛봤다.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는 라 리가 우승 경쟁의 유력한 두 대항마를 상대로 현저한 실력 차이를 보여주었다. 꾸준히 순항하던 노란잠수함의 침몰로 올 시즌 역시 라 리가의 우승 판도는 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의 양강체제로 굳어지게 됐다.
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 두 팀 만의 우승 경쟁을 두고 스페인 라 리가의 수준을 폄하하는 이들이 있다. 단언 하건데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바르사와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라면 전 세계의 그 어떤 리그를 가더라도 순위표를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라고 예외는 아니다. 두 팀의 현재 전력은 분명 압도적이다. 바르사를 상대로 점유율에서 승리할 팀은 없고, 레알 마드리드의 화려함에 견줄 수 있는 팀도 없다. 메시의 드리블을 막을 수 있는 수비수도, 무리뉴에게 패배를 안길 수 있는 감독도 거의 없다.
2010/2011시즌 들어 바르사가 2009년 6관왕 당시의 파괴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인내심 부족한 이들의 섣부른 판단에 불과했다.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는 지적에도 지난 시즌 라 리가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을 이뤘던 바르사는 다비드 비야가 자신감을 찾기 시작하면서 올 시즌에도 ‘알고도 막을 수 없는’ 팀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비야와 페드로의 부활, 메시와 바르사를 춤추게 하다
에르쿨레스에게 당한 안방에서의 충격 패배와 루빈 카잔, 코펜하겐 원정에서의 고전은 바르사도 인간이기에 당했던 일종의 사고와도 같았다. 평균적인 경기력과 흐름을 살펴본다면 지금의 바르사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팀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메시와 함께라면 모든 것이 쉽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의 헤드라인이다. 13일 밤(현지시간) 비야레알을 3-1로 제압한 경기는 지금의 바르사가 축구 역사에 남을 팀이며, 21세기 최고의 클럽에 가장 근접한 팀이라는 사실에 확신을 줬다. 바르사는 경기 시작과 함께 노란 유니폼의 비야레알을 동네 조기축구회를 상대하듯 몰아붙였다.
최근 비야레알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니우마르와 산티 카소를라가 제라르 피케가 빠진 바르사 수비진을 위협했고, 만회 골까지 뽑아냈지만 위용을 되찾아 가고 있는 메시와 바르사의 승리에 대한 확신을 무너트릴 수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 선제골을 기록한 비야와 더불어 남아공 월드컵 이후 컨디션 난조를 보이던 페드로 로드리게스의 회복은 바르사의 순항에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페드로와 메시의 2:1 패스는 마법과 같은 결승골을 만들어냈고, 추가골 역시 페드로와 메시의 합작품이었다. 지난 시즌 티에리 앙리, 보얀 크르키치를 벤치로 몰아낸 라 리가 최고의 루키는 어느 새 스페인 대표팀의 핵심선수로 성장했고, 그 성장이 거품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메시의 패스를 받아 넣은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인해 인정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레오는 다시 레오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메시는 이날 득점으로 7차례 공식 경기에서 연속 골을 넣었다. 결코 쉽게 해낼 수 없는 기록인데 메시에겐 아주 쉬워 보이는 기록이다. 멀티 골만 올 시즌 다섯 번째다. 메시는 9차례 라 리가 경기에서 10골을 넣었다. 곧 경쟁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12골을 따라잡을 기세다. 메시는 아주 어려운 골을 아주 쉽게 넣는다. 초대 FIFA 발롱도르 투표를 앞두고 메시는 다시금 축구계를 경악시킬만한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다.
메시와 바르사는 21세기 축구계의 문화유산이다
이미 많은 개인상을 수상한 메시는 굳이 욕심 내지 않겠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메시에게 상을 주고 싶어 안달하고 있다. 아직도 23살인 메시는 아마 축구계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21세기 축구 역사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필자는 브라질의 ‘페노메노’ 호나우두의 팬이지만, 메시가 이미 그의 수준에 도달했고, 그 이상을 이뤄낼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축구 경기는 때로 지루해질 수 있지만, 메시의 플레이는 언제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축구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바르사의 주장 카를라스 푸욜은 이날 자신의 500번째 공식 경기 출전을 자축했다. 푸욜은 “우리 팀에는 이니에스타, 발데스, 메시 등이 내 뒤를 이어 500경기 달성을 이룰 선수들이 많다”며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이 것이 바로 바르사의 힘이다. 바르사 유소년 팀은 그들의 철학을 충실히 따르는 재능 있는 선수들로 선수단을 꾸리고 있고, 꾸준히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바르사의 스타일은 일관되며 견고하다. 그리고 환상적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구단의 부채와 다소 배타적인 오만함 등 질타의 목소리가 있지만, 경기장 안에서 바르사를 흠잡는 것은 폄하이자 훼손일 뿐이다. 바르사가 무결점의 팀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최고 수준의 팀들은 바르사보다 훨씬 더 많은 약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바르사가 지닌 단점은 옥의 티라고 부를 만한 수준이다.
경기에서 패배한 뒤 비야에알의 카를로스 가리도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바르사는 최고의 팀들 중 하나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팀이다.” 그들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메시와 바르사의 위대함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MC 윤종신은 아직 21세기가 90년이나 더 남았다고 말하지만, 바르사와 메시가 21세기 축구 역사에 ‘최고’로 기록될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 본다. 앞으로 메시와 같은 선수를 보기 어려울 것이며, 이변이 없는 한 바르사는 자신들의 유산을 몇 십 년은 더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 바르사를 막을 수 있을까?
지금의 바르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세기의 전술가 주제 무리뉴 뿐이다. 무리뉴는 지난 시즌 인터 밀란을 이끌고 ‘막을 수 없어 보이던’ 바르사에게 악몽을 선사했다. 첼시에서도 같은 일을 해냈다. 바르사의 ‘앙숙’ 레알 마드리드가 원할 수 밖에 없는 감독이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를 승리를 위한 정밀한 기계로 만들고 있다. 현재까지의 성과는 매우 성공적이다. 세기의 팀에 세기의 라이벌이 없다면 축구는 시시해질 것이다. 11월 29일로 결정된 ‘엘 클라시코’는 이 시대를 사는 축구 팬들이라면 절대로 놓쳐선 안될 경기가 될 것이다.
〔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